[단독]文 탈원전 선포날, 한수원은 500억 소송보험 들었다
대통령 탈원전 선언 날 보험 가입
한수원 "월성 조기폐쇄 고발 대응"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비롯한 발전 공기업들이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임원 배상책임 보험’(이하 배상보험)에 연달아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배상보험은 임원이 직무와 관련해 회사 및 제3자에게 법률상 손해배상을 해야 할 경우 이를 보전해주는 보험 상품이다. 이를 두고 야당에선 “현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기조에 따른 배상 책임을 우려해 보험에 가입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영 국민의힘 의원이 7일 한수원과 석탄 발전사, 한국전력 등지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임원 배상책임보험 가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2017년 6월 19일 보험료 3억 3100만원을 내고 500억원 한도의 1년 만기 보험(동부화재)에 가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 1호기 영구정지 행사에서 탈원전 정책을 선포한 날이었다. 2018년에는 현대해상(보험료 3억3600만원), 2019년과 2020년에는 롯데손해보험(각각 3억1000만원, 3억6500만원)을 통해 배상보험에 가입했다. 이 의원은 보험 적용 대상도 공개했는데 정재훈 사장과 본부장 8명(기획·발전·품질안전·사업·관리·그린에너지·기술·해외사업), 상임 1명·비상임 감사 7명 등 모두 17명이었다. 이 의원이 보험 적용 사례에 관해 묻자 한수원 측은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해 고발된 사건이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한 변호사 비용 등을 해당 보험으로 처리했다”고 답했다.
원래 이 같은 배상보험에 가입해 있던 한수원은 “발전 공기업은 배상보험이 필요 없다”는 감사원 지적에 2005년 보험 계약을 해지했다. 그런데 12년이 지나 현 정부 출범 직후 다시 가입한 것이다. 한수원이 보험 가입 한 달 전(2017년 5월) 작성한 ‘보험 가입 추진안’에는 “새 정부 출범으로 신규 원전 건설 중단 위험 등에 따른 경영 리스크를 보험을 통해 보전할 필요가 있다”고 나와 있다. 2018년 6월 한수원 이사회 회의록에는 “원전 폐쇄가 전기요금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는데 국민에게 소송 문제가 없겠느냐”(A 이사)고 우려하는 대목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탈원전만을 고려한 보험 가입은 아니다. 책임경영 강화 및 임원의 안정적 경영 활동 보장을 위해 들었다”고 해명했다.
이영 의원에 따르면 석탄 발전사 2곳도 현 정부 출범 직후 같은 보험에 들었다. 동서발전은 2017년 11월 사장과 본부장, 감사 등을 대상으로 보험료 1억4000여만원을 내고 이 보험에 가입했다. 서부발전도 2017년 9월 보험에 들었다. 두 곳 모두 배상한도가 500억원이다. 이미 배상보험에 들고 있던 한국전력은 비슷한 시기(2017년 10월)에 보험 보상 한도를 기존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올렸다. 이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에 따른 경영상 손실책임이 경영진에게 전가될 수 있음을 알고 소송에 대비해 앞다퉈 보험에 가입하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2034년까지 석탄발전을 더 과감하게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대폭 늘리는 내용의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지난해 12월 확정했다. 원자력발전은 신규 및 수명연장 금지 원칙에 따라 2034년까지 17기로 줄인다.
현일훈 기자, 김수현 인턴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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