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릴스', 베끼기 논란 벗고 '틱톡' 잡을까

박민지 2021. 2. 8.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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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도 숏폼 플랫폼 전쟁 시작
음악 삽입·영상 편집 툴 등 똑같아
인스타그램 이용 10억명 유인 노려
인스타그램 릴스에 업로드 된 콘텐츠들. 틱톡을 활용하던 스타 다수가 릴스 계정을 활용해 소통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이시영, 유튜버 ‘엔조이 커플’, 가수 싸이. 릴스 화면 캡처


숏폼 플랫폼 왕좌에 앉은 틱톡에 맞서려 인스타그램이 꺼내 든 카드는 릴스다. ‘카피캣의 왕국’ 페이스북이 자사 플랫폼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만든 사실상 틱톡과 똑같은 서비스다. 릴스 측은 2018년 라쏘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사용자의 선택을 받겠다는 각오다. 국내외 평가는 엇갈린다. 혁신보다 모방을 앞세운 페이스북의 한계는 분명하다는 시선이 있는 반면, 여러 강점을 한 데 모은 플랫폼 또한 하나의 혁신이라는 의견도 있다.

10억명 잠재 고객 앞세운 릴스의 등장

릴스 관계자는 “국내 출시 후 일주일 동안 다양한 분야의 스타들을 비롯해 여러 사용자가 활용하고 있다”며 “고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한다”고 7일 국민일보에 밝혔다. 틱톡에서 맹활약했던 배우 이시영, 이미도 등이 벌써 콘텐츠 업로드를 시작했고, 최근 컴백한 가수 현아도 릴스를 활용해 신곡 챌린지를 이어가고 있다.

릴스는 15~30초 내외의 짧은 영상을 촬영·편집·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로, 지난 2일 국내 정식 출시했다. 2019년부터 브라질, 인도 등에서 테스트를 거쳐 최근 50개국에서 개시했다. 비샬 샤아 인스타그램 총괄 부사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인스타그램 전체 영상 중 15초 미만의 짧은 동영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45%”라며 “후발 주자지만 강력한 매력으로 시장을 점유하겠다”고 말했다.

릴스는 전 세계 10억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틱톡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월간 순 이용자의 경우 인스타그램은 1725만명으로, 359만명을 보유한 틱톡 보다 약 6배 많다.

릴스는 출시 전 SM·JYP·YG·카카오M 등 K팝 업계와 손잡으며 틱톡과 배경 음악 측면에서 차별화를 시도했다. 샤아 부사장은 “K팝 관계자들과 음악이 숏폼 콘텐츠에 담기는 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번엔 승산… 틱톡 위기를 기회로

릴스는 2018년 페이스북이 출시했던 숏폼 플랫폼 라쏘의 뼈아픈 실패를 거울삼았다. 라쏘의 문제는 페이스북 유저를 활용하지 못한 사실상 독자 플랫폼 형태였다는 점이다. 페이스북 사용자는 수십억명이지만, 라쏘 다운로드 수는 60만 건에 그쳤다. 라쏘는 출시 2년도 안 돼 사라졌다.

페이스북이 릴스를 10억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한 건 신의 한 수로 평가된다. 샤아 부사장은 “라쏘의 실패를 겪고 접근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웠다”며 “인스타그램에 연동하면서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틱톡의 위기도 릴스의 확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숏폼 시장은 틱톡의 독주 체제였지만 보안 등을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가 틱톡 강제 매각과 사용 금지를 권고하면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AP통신은 “틱톡이 미국 정부의 공격으로 흔들리고 있어서 페이스북에 기회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카피캣 오명·시장 분석은 과제

앞서 케빈 메이어 틱톡 최고경영자는 “라쏘와 릴스는 틱톡의 카피캣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릴스는 틱톡과 모든 면에서 유사하다. 한 사용자는 “음악 삽입 방식부터 영상 편집 툴, 스크린 디자인까지 똑같다”며 “달라진 게 없으니 편하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굳이 인스타그램에서 사용할 이유가 없을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용자는 “틱톡에 접속하지 않아도 팔로워가 더 많은 인스타그램에서 영상을 만들 수 있어 자주 사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은 표절 비판에 개의치 않는 모양새다. 샤아 부사장은 “숏폼 콘텐츠는 지금의 미디어 시장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함께 혁신을 도모하겠다”고 전했다.

릴스가 라쏘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고 점유율을 높이려면 참신한 서비스는 과제다. 앞서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을 인수하면서 스냅챗의 스토리 서비스 등을 모방했다. 페이스북 자체도 싸이월드 등 여러 플랫폼의 특징을 베낀 플랫폼이지만, 낙관은 이르다. 애널리스트 데브라 아호 윌리엄슨은 “페이스북은 오랫동안 다른 회사의 특징을 베껴왔지만 모두 성공하진 못했다”고 지적했다.

IT업계가 너도나도 숏폼 플랫폼 대전에 뛰어들고 있어 릴스가 어떤 혁신으로 사용자를 끌어올지 주목된다. 구글은 유튜브 기반의 유튜브 쇼츠를, 네이버는 블로그 모먼트를 출시했다. 카카오도 이미 국내에서 카카오TV를 공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디즈니와 알리바바가 약 2조를 투자해 만든 숏폼 플랫폼 퀴비의 몰락은 자본력보다 시장 분석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긴 호흡의 작품까지 모든 포맷을 아우르는 넷플릭스가 선택을 받았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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