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 넓은 집으로 이사 간다

13평 임대아파트서 생활 불편
도심권 28평 리모델링해 옮겨
대구시, 지자체 첫 임대 제공

대구의 작은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3·사진) 할머니가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게 됐다. 대구시가 조례까지 개정하며 이 할머니를 위해 새 집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수성구에 아파트를 마련, 이 할머니가 이달 중 입주하도록 했다고 7일 밝혔다.

이 할머니는 그동안 지어진 지 28년 된 낡고 좁은(39.6㎡·13평) 달서구 상인동 공공임대아파트에서 지냈다. 찾아오는 국내외 손님들을 맞기에도 불편한 건 물론 간병인이나 자원봉사자가 머무를 공간도 없었다. 이 할머니는 지난해 5월 정의기억연대 관련 기자회견 이후 높아진 국민적 관심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으로 거주하던 공공임대아파트에서 나와 임시로 마련한 숙소에서 지내왔다. 이 할머니는 대구시와 대구시의회를 방문해 지원을 호소하기도 했다.

대구시는 지난해 9월 주거 지원을 위한 관련 조례를 개정해 4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대구에 살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이 할머니가 유일하다. 대구시와 시의회는 사실상 이 할머니 한 사람을 지원하기 위해 주거지원 근거가 담긴 조례 개정안을 마련한 셈이다.

대구시는 지역 시민단체 ‘정신대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과 함께 할머니가 살기 좋은 위치의 아파트를 물색했고 할머니가 다니는 병원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자료를 보관·전시하고 있는 희움역사관에서 가까운 도심권 내 아파트(전세)를 찾았다. 84.99㎡(28평 정도) 규모의 방 3개, 화장실 2개짜리 아파트로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아파트 내부를 전면 리모델링했다.

현재 전국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16명으로 대부분 공공임대주택, 쉼터 등 열악한 거주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민간 아파트를 임대해 주거공간으로 제공한 사례는 대구시가 처음이다.

이 할머니는 1944년 16세 어린 나이에 대만으로 끌려가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다. 1993년 일본군 위안부 등록 후 국내외에 인권운동을 전개해 왔다. 특히 2007년에는 미국 하원의 공개 청문회장에서 일본군의 만행을 폭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이야기는 ‘아이 캔 스피크’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인권운동에 선구적 역할을 한 이 할머니가 편안한 새 보금자리에서 지낼 수 있길 바란다”면서 “올바른 역사인식을 전 세계에 알리는 여성 인권운동가로서 건강하게 여생을 보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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