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당뇨병 환자 인슐린 주사 치료, 시작 빠를수록 혈당 관리 유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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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슐린 치료 오해와 진실
당뇨병 치료의 핵심은 혈당 관리다. 혈당이 높은 상태로 지내면 끈적끈적한 혈액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연결된 크고 작은 혈관을 타고 돌면서 속부터 곪는다. 눈의 망막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면서 시력을 잃거나 모세혈관 덩어리인 콩팥이 제 기능을 못 해 투석하기도 한다. 올해는 몸속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처음 발견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인슐린 치료는 혈당을 직접 끌어내려 당뇨병 합병증 진행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 하지만 스스로 주사를 찔러야 한다는 두려움에 오해도 적지 않다. 인슐린 치료의 오해와 진실을 짚어봤다.
인슐린 치료는 가능한 늦추는 것이 좋다(X)
중증 고(高)혈당으로 먹는 약으로 목표 혈당 도달이 어렵다면 가능한 한 일찍 인슐린 치료는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 대한당뇨병학회 진료지침에 따르면 3개월 이상 약을 먹어도 혈당 조절 목표(당화혈색소 6.5% 미만)에 도달하지 못하면 조기 인슐린 치료를 권고한다. 인슐린 치료는 혈당이 높아 생기는 당뇨병 합병증 발생 위험을 줄여준다. 당뇨병 환자의 당화혈색소가 1% 증가하면 뇌졸중·급성심근경색증 등 심뇌혈관 합병증 사망률이 40% 증가한다. 안타깝게도 당뇨병 치료를 받는 한국인의 28.3%만 적정 수준으로 혈당을 관리한다.
초기 인슐린 치료는 췌장 기능 회복에 유리하다(O)
인슐린 치료는 고혈당으로 인한 당독성(glucotoxicity) 노출 기간을 줄여주고, 그동안 과도한 인슐린 생산으로 지친 췌장을 쉬게 해준다. 이는 췌장의 자기 인슐린 생산 능력을 보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당뇨병 진단 초기 췌장의 베타세포 기능 회복에 긍정적이다. 당뇨병으로 진단받았을 때 평균 당화혈색소가 10.1% 이상으로 중증 고혈당이었던 2형 당뇨병 환자 382명에게 2주 동안 인슐린 치료를 했더니, 이들의 51%는 1년 동안 약을 투여하지 않아도 정상 혈당을 유지했다는 연구도 있다. 막연히 인슐린 치료가 두렵다는 이유로 먹는 약만 고집하면 혈당 조절 실패로 각종 당뇨병 합병증 위험만 커질 뿐이다.
인슐린 치료는 시작하면 중독돼 평생 해야 한다(X)
대표적인 오해다. 인슐린 치료는 몸에서 필요한 만큼 인슐린을 보충해 적극적인 목표 혈당 도달을 유도할 뿐 중독성은 없다. 인슐린은 식사로 섭취한 탄수화물을 포도당으로 분해해 에너지로 사용할 때 반드시 필요한 호르몬이다. 자동차를 운행할 때 필요한 휘발유를 채우는 것과 비슷하다. 장거리 운전을 하면 휘발유가 많이 필요하듯 평소 무엇을 먹고 얼마나 운동하느냐에 따라 체내 인슐린 요구량이 달라진다. 인슐린 치료 기간 역시 선천적으로 췌장이 망가져 몸에서 필요한 인슐린을 거의 만들지 못하는 1형 당뇨병 환자를 제외하면 개인의 혈당 조절 능력에 따라 달라진다. 치솟았던 혈당을 떨어뜨려 췌장의 인슐린 생산·분비 능력을 회복하면 투여하던 인슐린 용량을 서서히 줄이다가 인슐린 치료를 중단하고, 먹는 약으로 바꿀 수 있다.
자기 관리를 못 해 인슐린 치료를 받는 것이다(X)
인슐린 치료에 대한 잘못된 인식 중 하나다. 당뇨병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이미 췌장의 기능이 부실하다. 당뇨병 진단 당시 인슐린 생산·분비 기능은 50% 이하로 줄어든 상태다. 당뇨병은 진행성 질환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약한 췌장 기능은 더 약해진다. 당뇨병 진단 6년 후에는 남아 있는 췌장 기능이 25% 정도에 불과하다는 보고도 있다. 췌장 기능 저하로 인슐린 생산·분비가 줄어들고, 부족한 인슐린을 직접 보충하는 인슐린 치료를 받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인슐린 치료로 적극적인 혈당 관리가 가능해져 당뇨병 합병증 발생을 줄일 수 있다. 참고로 미국 당뇨병 환자의 30~40%는 인슐린 치료를 받는다. 이는 국내 인슐린 치료 비율(6.4%)보다 5~6배 높은 수준이다.
인슐린 치료는 저혈당 부작용으로 위험하다(X)
올바른 인슐린 투여 용량을 지킨다면 괜찮다. 게다가 저혈당 부작용은 인슐린 치료만의 문제는 아니다. 먹는 당뇨병 치료제도 저혈당을 일으킬 수 있다. 인슐린 치료를 시작한다면 평소 먹는 식사량과 식사 패턴, 운동 시간 등을 고려해 투여하는 인슐린 용량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엔 연속혈당측정기로 혈당 변화 패턴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투여하는 인슐린 용량 결정이 쉬워졌다. 또 반감기를 25시간으로 늘린 인슐린 제품으로 안정적인 혈당 조절이 가능하다. 혈당 변동 폭을 최소화해 저혈당 발생 위험을 크게 줄였다.
하루 1번만 아무 때나 인슐린 투여해도 된다(O)
인슐린 제품화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슐린 자가 투여법도 간편해졌다. 요즘엔 인슐린의 약효 지속 시간을 늘려 아침이든, 저녁이든 하루 중 언제라도 인슐린을 한 번만 투여해도 안정적으로 혈당을 관리할 수 있다. 인슐린 투약 시간을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전에는 매일 같은 시간 잊지 말고 인슐린을 투여해야 해 부담이 컸다. 아침이라면 출근 준비로 바빠 인슐린 투여를 깜빡하기 쉽다. 인슐린 투여로 늦잠을 자기도 어렵다. 저녁도 갑작스러운 야근으로 늦어지면 인슐린 투여 시간을 맞추기 촉박할 수 있다. 앞으로도 투약 편의성을 높여 인슐린 치료가 점점 더 쉬워질 것으로 기대한다.
도움말=김규리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김현민 중앙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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