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 먹자".. 국민 가슴에 묻힌 '정인이' 외롭지 않았다

황윤태 2021. 2. 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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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도 다가오는데 홀로 춥고 외롭게 있지는 않을까 옷을 준비해 봤어."

대전에서 온 박초희(32·여)씨는 지난해 10월 양부모의 학대로 세상을 뜬 정인이를 기리기 위해 심은 '정인나무' 앞에 7일 분홍색 아동용 카디건을 조심스레 내려놨다.

박씨처럼 추위를 걱정한 추모객들이 저마다 직접 뜨개질한 알록달록한 색깔의 보온용 덮개가 정인나무 줄기를 감싸고 있었다.

30대 남성 정모씨는 하늘색 장난감 마이크를 가져와 정인나무 곁에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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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후 첫 명절 추모 발길 이어져
경기도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있는 ‘정인나무’ 아래 줄기에 7일 추모객들이 뜨개질한 보온용 덮개가 둘려 있다. 이곳엔 정인이가 지난해 10월 하늘로 떠난 이후 첫 명절인 설을 앞두고 추모객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설 명절도 다가오는데 홀로 춥고 외롭게 있지는 않을까 옷을 준비해 봤어.”

대전에서 온 박초희(32·여)씨는 지난해 10월 양부모의 학대로 세상을 뜬 정인이를 기리기 위해 심은 ‘정인나무’ 앞에 7일 분홍색 아동용 카디건을 조심스레 내려놨다.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 올겨울을 따뜻하게 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박씨처럼 추위를 걱정한 추모객들이 저마다 직접 뜨개질한 알록달록한 색깔의 보온용 덮개가 정인나무 줄기를 감싸고 있었다.

‘정인이 학대 사망사건’ 이후 첫 명절을 앞두고 정인이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추모객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추모객들은 설빔을 준비하거나 정인이가 살아 있었다면 좋아했을 법한 장난감 설 선물을 들고 경기도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을 찾았다. 지난주 쌓였던 눈이 녹아 질퍽해진 진창을 지나면서도 추모객들은 정인나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30대 남성 정모씨는 하늘색 장난감 마이크를 가져와 정인나무 곁에 뒀다. 정씨는 “아프다는 말 한마디도 못하고 세상을 등진 정인이가 너무 안타까워 노래가 나오는 마이크를 선물했다”며 “하늘나라에선 신나게 노래도 부르고 행복했으면 싶다”고 말했다.

도시락에 전과 나물 등 설음식을 가져와 잠시 정인나무 앞에 두고 기도하는 추모객들도 있었다. 자녀를 데리고 온 한 추모객은 정인이를 위한 추모 기도를 마친 뒤 “정말 예쁜 아이인데 어른들이 무심해서 지키지 못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되니까 기억하자”고 말하며 잠시 꺼내뒀던 음식을 챙겼다. 최근 산에서 야생동물이 내려와 주변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뒤로 추모객들은 가져왔던 음식을 다시 챙겨가고 있다.

지난달 13일 정인이 첫 재판 이후 묘지를 찾는 추모객들의 발길은 다소 줄었다. 그러나 인적이 드문 시간대에도 드문드문 정인이를 찾는 추모객이 있다고 한다. 묘지를 관리하는 송길원 하이패밀리 대표는 “아이들을 키우는 3040세대가 정인이 사건에 더 큰 분노와 슬픔을 토로하곤 한다”면서 “일부 추모객은 ‘지금밖에 시간이 없다’며 새벽 시간에 와서 추모하거나 매주 방문해 인형이나 꽃을 두고 간다”고 전했다.

정인이 양모 장모(34)씨와 양부 안모(36)씨는 살인죄 및 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이들은 지난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주요 혐의를 부인했다. 다음 재판은 설 연휴 직후인 오는 17일 열린다.

양평=글·사진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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