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문자 귀찮아..말로 하는 SNS '클럽하우스' 줄섰다
회원 초대장 받아야 가입 가능
저커버그·머스크 쓰면서 화제
'초대권 구한다' 게시물 줄이어
회원 200만에 회사가치 10억 달러
지난 4일(현지시간) 오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깜짝 등장해 가상현실(VR) 디바이스 ‘오큘러스 퀘스트2’에 대해 약 20분간 자랑을 늘어놨다. 이날 저커버그가 등장한 플랫폼은 언론이나 유튜브가 아니었다. 바로 새로운 소셜미디어(SNS)인 ‘클럽하우스’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공개된 클럽하우스는 출시 1년도 안 돼 2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끌어모았다. 페이스북 사용자 수 27억 명, 트위터 사용자 3억3000만 명과 비교하기도 민망한 숫자다. 하지만 확장세가 예사롭지 않다. 모바일앱 시장분석업체인 센서타워에 따르면 클럽하우스는 애플스토어에서 지난주에만 110만 회의 다운로드가 발생했다. 안드로이드용 앱은 아직 개발 중으로, 현재까지는 아이폰 운영체제인 iOS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창업자 폴 데이비슨과 구글 출신 로한 세스가 만든 클럽하우스는 벤처캐피탈 안드레센 호로위츠의 펀드인 ‘a16z’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했다. 당시 a16z는 클럽하우스의 회사 가치를 1억 달러(약 1100억원) 정도로 평가했다고 한다. 회사 가치는 1년도 채 안 돼 10배로 커졌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5일(현지시간) “클럽하우스는 현재 10억 달러(약 1조1200억원) 규모로 평가받고 있다”며 “에어비앤비·우버 등과 같은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꼽힌다”고 보도했다.
클럽하우스는 영상 통화나 채팅 없이 오직 음성으로만 대화를 이어가는 ‘쌍방향 음성 기반 SNS’다. 사용자는 ‘룸(Room)’이라고 부르는 자신의 채팅방을 만들 수 있다. 룸을 만든 방장(‘모더레이터’)과 그가 초대한 발언자(‘스피커’)만 음성 대화가 가능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청취할 수 있다. 손을 들어 참여 의사를 밝히면 청취자도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폐쇄성’이다. 클럽하우스는 이미 이 앱에 가입된 사람들에게 초대를 받아서 들어갈 수 있다. 초대장을 못 받았으면 대기 명단(웨이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승인을 받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 때문에 국내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에서도 ‘클럽하우스 초대권을 구한다’는 게시물이 줄을 잇고 있다.
클럽하우스의 외연이 넓어지기 시작한 것은 유명인사들이 등장하면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 1일(현지시간) 클럽하우스에 등장해 미국 주식거래 플랫폼인 로빈후드 CEO 블라디미르 테베브와 공매도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국내에서도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등 스타트업 업계를 대표하는 창업자들이 클럽하우스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정치인 중에서는 최근 박영선 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이 가입해 화제가 됐다.
클럽하우스는 대화 기록이 따로 남지 않아 실시간으로 해당 대화방에 참여해야 얘기를 들을 수 있다. 이런 특성이 이용자들의 ‘포모’(FOMO)를 자극해 더욱 인기를 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모는 나만 소외됐다는 두려움을 가리키는 말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일상이 이어지면서 소통에 목말라 있던 사람들에게 해방구를 제공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IT 매체 앤가젯은 5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사회적으로 고립됐다고 느끼던 순간 클럽하우스가 등장했다”며 “단순히 새로운 SNS가 아니라 실제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교류하는 몇 가지 방법의 하나가 됐다”고 평가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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