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온몸 군데군데 아파 온갖 검사 했는데 정상? 섬유근육통 의심할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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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병으로 오해받기 쉬운 질환
모든 질환은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 그래야 빨리 치료를 받아 회복할 수 있다. 진단이 늦어지면 치료 가능한 시점을 놓치거나 치료 결과가 좋지 않고 그동안 환자는 불안감과 통증에 괴로워한다. 근육통 중에서도 섬유근육통은 조기 진단이 특히 어려운 질환이다. 인식이 낮은 데다 증상이 근육통을 동반하는 다른 근골격계 질환과 대부분 겹쳐 확진이 어려워서다. 환자뿐 아니라 의사조차 쉽게 의심하지 못하는 질환으로 통한다. 이에 섬유근육통에 대해 알아둬야 할 부분을 짚어봤다.
1 모든 환자가 다른 질환을 의심한다
섬유근육통은 근육·관절·인대·힘줄 등 연부조직에 만성적인 통증을 일으키는 증후군을 말한다. 한마디로 전신 통증이 대표 증상이다. 목·어깨·팔꿈치·무릎·엉덩이·허리 등이 주요 통증 부위다.섬유근육통 환자는 처음 증상이 생겼을 때 다른 질환부터 의심한다. “담이 결린 것 같다” “운동을 하다가 알이 배겼다” “팔다리 어딘가에 근육이 뭉친 것 같이 아프다”고 호소한다. 간혹 발목이나 손목을 뼜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환자가 겪는 통증은 이들 다른 질환과 구분이 잘 안 된다. 또 다른 증상으로 아침에 관절과 근육이 경직되는 ‘조조경직’이 있는데, 이 때문에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조조경직은 류머티즘 관절염의 대표적 증상이다. 하지만 이들 질환과 구분하는 단서가 될 만한 것은 ▶쉬거나 치료받아도 통증이 나아지지 않고 ▶통증이 전신에 걸쳐서 나타나며 ▶3개월 이상 통증이 이유 없이 지속하고 ▶손가락 등 작은 관절이 아닌 팔꿈치·무릎 등 큰 관절 위주로 통증과 경직이 동반된다는 점이다. 이 경우 류머티스내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2 의사조차 꾀병으로 오해하기 쉽다
답답한 점은 섬유근육통을 알아차릴 만한 선별검사법이 없다는 것이다. 보통 웬만한 질환은 혈액검사나 X선 검사 등의 선별검사를 통해 어느 정도 의심할 만한 소견을 얻을 수 있다. 선별검사에서 의심 소견이 있는 경우 추가로 세부 검사를 통해 확진하게 된다. 마땅한 선별검사가 없는 섬유근육통 환자의 경우 혈액검사를 비롯해 근골격계 검사, 신경학적 검사 등에서 결과가 모두 정상으로 나온다. 몸 곳곳이 극심한 통증으로 괴로운데 검사상으로는 정상이라니 환자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이다. 의사조차 환자를 꾀병이라고 오해하기 쉽다. 그나마 기능적 뇌 MRI 검사가 섬유근육통을 알아낼 수 있는 검사다. 단, 선별검사는 아니다. 신체 곳곳을 다양한 무게추로 누를 때 과도하게 반응하는 뇌 신호를 캐치해 가늠한다. 일반인은 전혀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무게와 위치에 섬유근육통 환자는 극심한 통증을 느낀다.
3 별의별 진통제 복용해도 효과 없다
통증이 심한 질환인 만큼 당연히 진통제 처방이 우선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흔히 접하는 일반 소염진통제는 효과가 없다. 다만 섬유근육통으로 오해하기 쉬운 담 결림, 디스크 등 근골격계 질환이 동반된 경우라면 통증이 나아지는 거로 느낄 수 있지만 섬유근육통에 효과가 있는 건 아니다. 비스테로이드 항염증제(NSAIDs) 계통의 진통제는 오히려 금기다. 언 발에 오줌 누기에 그치지 않는다. 진통제 복용량이 계속 늘어나게 되고 결국 마약성 진통제까지 복용하게 될 수 있다. 실제 임상 의사들은 섬유근육통 진단 전에 4~5가지 진통제를 복용하다 오는 환자도 적지 않다고 말한다.
4 스트레스를 받으면 재발하기 쉽다
섬유근육통은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다. 완치보다는 증상이 거의 없는 수준으로 관리되는 ‘관해’의 개념을 쓴다. 치료 중 FIQ 평가 점수(10점 만점)에서 4점이 넘어가면 조절이 잘 안 되는 것으로 평가한다. 스트레스가 유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환자에서 섬유근육통을 동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증상이 좋아졌다가도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생기면 악화하기 쉽다. 중년 이후 여성, 사회·경제적 하위층 환자 비중이 높은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환자들은 자연환경이 좋은 곳으로 장기간 휴가를 가는 등 스트레스 요인이 적은 환경에 놓이면 증상이 눈에 띄게 좋아진다.
5 정확한 진단까지 평균 1년은 걸린다
다른 질환으로 의심하기 쉽고 선별검사법도 없는 것은 진단이 늦춰질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증상이 있을 때 보편적인 질환부터 의심하는 게 당연하지만 이 때문에 병원을 전전한다. 환자는 우선 동네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통증의학과 중 한 곳을 찾는다. 첫 진료에서 정확하게 섬유근육통 진단이 내려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사 입장에서도 증상과 환자의 말만 듣고 섬유근육통을 의심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당연히 처음엔 진통제를 처방받을 수 있다. 그러다 통증이 나아지지 않으면 검사를 받게 되고 검사상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들으면 환자는 답답한 마음에 다른 진료과나 병원을 찾는다. 또 다른 진단명과 치료를 받고 병원 바꾸기를 반복하다 시간이 지난다. 그렇게 환자는 평균 1년여의 시간을 허비한다. 큰 병원에서 진료받은 후에야 진단명을 알게 된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도움말=최성재 고대안산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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