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휴일 기습 인사, 윤석열 패싱

강광우 2021. 2. 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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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이 교체 요구 이성윤 등 유임
검찰국장, 박범계 고교 후배 이정수
검찰 내부 "청와대 의중 반영된 것"

박범계(사법연수원 23기) 법무부 장관이 휴일인 7일 윤석열(23기) 검찰총장에 대한 사전 통보 없이 대검 검사급(검사장급) 간부 4명에 대한 전보 인사를 기습적으로 단행했다.

윤 총장이 교체를 요구했던 이성윤(23기) 서울중앙지검장 등 주요 간부들은 대부분 유임됐다. 검찰 내부에서는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과 함께 추미애 전 장관 때의 ‘총장 패싱’ 인사가 또 재연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법무부가 이날 발표한 인사안에 따르면 심재철(27기) 법무부 검찰국장과 박 장관의 고교 후배인 이정수(26기) 서울남부지검장이 자리를 맞바꾼다. 조종태(25기) 춘천지검장은 공석인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옮기고, 춘천지검장은 김지용(28기) 서울고검 차장검사가 맡는다.

윤 총장이 교체를 요구한 이 지검장과 대검의 신성식(27기) 반부패·강력부장, 이정현(27기) 공공수사부장, 이종근(28기) 형사부장 등을 포함해 다른 간부들은 모두 유임됐다. ‘채널A 사건’에 연루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가 있는 한동훈(27기) 검사장도 일선 복귀 없이 자리를 지키게 됐다.

승진 한 명 없이 4명 원포인트 인사 … 한동훈은 수사 일선 복귀 무산

법무부는 “지난 1년 동안 6개월 단위로 세 차례 인사를 실시했던 점을 고려해 검사장급 승진 인사 없이 전보를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차례에 걸쳐 검찰총장을 직접 만나 구체적 의견을 듣고 그 취지를 반영하고자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 장관은 지난 5일 협의 과정에서 구체적 인사안을 가져오고도 윤 총장에게 보여주지 않은 채 인사 기준에 관해서만 이야기했다. 이 때문에 윤 총장은 구체적 인사안에 대해서는 전혀 의견을 낼 수 없었다. 박 장관은 당시 면담 말미에 윤 총장에게 구체적 인사안을 보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대검은 이날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1월부터 검사 인사와 관련해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하는 조항이 검찰청법에 명시됐다. 하지만 추 전 장관은 이 조항을 사실상 무시한 채 윤 총장 의견을 인사에 반영하지 않았다. 한 검찰 간부는 “박 장관도 직권남용죄를 피하기 위해 윤 총장과 만나는 형식만 취했을 뿐 실질적으로는 추 전 장관과 똑같은 ‘윤석열 패싱’ 인사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지검장 등이 모두 유임되면서 윤 총장은 임기가 끝나는 7월 24일까지 사실상 ‘식물 총장’으로 고립 국면을 이어가게 됐다. 내부 항명사태 등 리더십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 지검장을 전국 최대 검찰청 수장으로 2년째 유임한 데 대해 “후임 검찰총장 1순위 후보임을 천명한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다만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 중인 이두봉(25기) 대전지검장의 유임은 윤 총장에게 위안거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성윤 지검장 등을 유임시켜 놓고 이두봉 지검장을 교체할 경우 내부 반발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타협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강광우·정유진·하준호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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