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중국산도 OK..전세계 백신품귀 비상

이에스더 2021. 2. 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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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 두 달, 맞은 사람 2%도 안돼
러시아 제품 임상 3상서 92% 효과
NYT "중·러 백신 신뢰할 때 됐다"
블룸버그 "이 속도론 집단면역 7년"
EU "중·러 백신 투명성 보이면 승인"
세르비아, 유럽 첫 중국산 접종
헝가리 등 17개국 스푸트니크 승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전 세계적으로 공급 대란을 겪으면서 그간 관심 밖이던 러시아·중국산 백신도 주목받고 있다. 현재 공급과 접종 지연이 우려할 수준이기 때문이다.

현재 속도로 접종하면 전 세계가 집단면역을 얻는 데 7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7일 블룸버그통신의 백신 트래커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백신을 1회 이상 맞은 사람은 1억2873만 명으로 전체 78억 인구의 1.7% 수준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인구의 60~70%, 미국의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장은 70~90%가 백신을 맞아야 집단면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블룸버그는 중간 정도인 75%로 잡을 경우 전 세계 58억5000만 명이 접종을 받아야 하며, 지금 속도로 한 명당 2회씩 접종하려면 7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전 세계 200여 국가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지만 백신 접종에 들어간 나라는 73개국으로 백신을 구경도 못한 나라가 3분의 2나 된다. 접종에 들어가도 인구 100명당 접종 횟수는 현재 대부분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인구 100명당 접종 횟수가 가장 많은 나라는 59.9회인 이스라엘(인구 930만)이다. 하루 10만 회를 접종 중이어서 앞으로 두 달이면 집단면역에 이를 전망이다. 39.0회의 아랍에미리트(UAE·990만)와 38.6회의 세이셸(9만), 12.1회의 바레인(156만)이 그 다음이다. 인구 1000만이 넘는 국가 중 10회를 넘는 나라는 17.9회의 영국(6788만)과 12.3회의 미국(3억3100만)뿐이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최근 보고서에서 전 세계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올해 말까지 10%, 2022년 말에도 21%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UBS는 올해 인구의 3분의 1이 백신을 맞을 수 있는 국가는 10개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접종 속도가 더딘 이유로 물량 부족을 지목했다. 4억4600만 인구의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2월 27일 접종을 시작했지만, 현재 100명당 3.7회를 주사했을 뿐이다. 일부 회원국에서 관료주의 등으로 접종 일정이 늦어지고 공급마저 차질을 빚으면서 비상이 걸렸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최근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백신 대량생산이 어렵다는 것을 과소평가한 게 실수”라고 인정했다.

메르켈 “푸틴과 스푸트니크V 백신에 대해 대화했다”

실제로 EU가 선구매한 백신은 15억 회분에 달하지만, 현재까지 회원국에 공급된 백신은 1290만 회분에 불과하다.

국내 도입 코로나19 백신 비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처럼 백신 부족이 심각해지자 그간 관심 밖이던 러시아·중국 백신으로도 고개를 돌리고 있다. 러시아는 가말레야 연구소가 개발한 백신을 지난해 8월 미처 임상시험도 끝나기도 전에 ‘세계 최초’ ‘스푸트니크V’라는 수식어를 붙여 사용을 허가해 빈축을 샀다. 임상시험의 과학적 진행과 검토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WP)는 “백신 부족 사태로 EU에서 러시아·중국 백신에 관심이 커졌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3일 “국제 학술지 랜싯에 2월 발표된 러시아의 연구결과 스푸트니크V의 면역 효과가 91.6%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3상 임상시험을 마쳤을 당시 보고된 91.4%와 비슷하다.

국내 도입 코로나19 백신 비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스푸트니크V는 화이자·모더나에 이어 90% 이상의 효과를 보인 세계 셋째 코로나19 백신이 됐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그동안 3상 결과가 없는데도 푸틴 대통령이 성급하게 승인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는데 세계적인 저널에 실려 국제사회가 새롭게 보게 됐다”고 말했다. 러시아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와 같은 기술을 적용한 전달체 백신이다.

중국은 시노팜·시노백·캔시노 등 3사가 백신 개발에 나섰으며 지난해 7월 시노팜 백신이, 올 초 시노백 백신이 각각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두 곳의 백신은 바이러스를 사멸시켜 항원으로서 체내에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전통 방식의 ‘불활성화 백신’이다. 바이러스가 원료인 만큼 생물안전 등급이 높은 생산시설이 필요하며, 아직 국제적인 평가를 받지 않은 게 한계다. EU 회원국이 아닌 세르비아는 지난달 19일 유럽 최초로 중국산 시노팜 백신으로 접종을 시작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인구 700만의 세르비아는 7일 기준 인구 100명당 접종 횟수가 7.73회에 이르렀다.

주목할 부분은 지난 5일 NYT가 오피니언 면에 ‘이제 중국과 러시아산 백신을 신뢰할 할 때가 왔다’라는 제목으로 인도 보건활동가 아찰프라발라와 국제정책 연구단체 ‘제3세계 네트워크’의 치 요크링 이사의 기고문을 실었다는 점이다. 기고문은 “그동안 서구 사회가 평가 절하했던 중국과 러시아 백신의 효과를 입증하는 증거가 쌓였으니 편견을 거두고 이를 받아들이면 전 세계적인 물량 부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푸트니크V는 러시아 외에 EU 회원국인 헝가리와 중남미의 멕시코 등 17개국이 승인했다. 시노팜 백신은 UAE·바레인 등 11개국과, 또 다른 중국 백신인 시노백 백신은 12개국과 각각 수출 계약을 맺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ARD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의약품처(EMA)의 승인을 받은 백신이면 모두 환영한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스푸트니크V에 대해 대화했다”고 공개했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러시아와 중국의 제조사들이 모든 자료를 제출해 투명성을 보이면 다른 백신처럼 (EMA로부터) 조건부 판매 허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러시아·중국 백신을 지켜보고 있지만 아직 도입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스더·서유진·황수연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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