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총장 굳히기 인사..요구 셋 다 묵살된 윤석열 "허 참"
추미애 라인 등 교체 수용 안 해
친정부 이정수·심재철 '자리바꿈'
"돌려막기로 정권 수사 무마하나"
“허 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검찰 고위 간부 인사 발표 직후 윤석열 검찰총장이 주변 인사들에게 내놓은 반응이라고 한다. 법무부로부터 어떤 인사안도 전달받지 못한 상황에서 기습적으로 발표된 인사라 황당하다는 취지였다.
실제 7일 인사는 윤 총장 입장에서는 혀를 찰 만했다. “(인사 의견을) 내실 있게 듣겠다”던 박 장관의 다짐과 달리 윤 총장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 총장은 지난 2일과 5일 박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교체 ▶윤 총장 징계에 앞장섰던 ‘추미애 라인’ 대검 참모진 교체 ▶대내외 잡음이 많았던 검찰 내 핵심 보직자 교체 등을 요구했다. 쉽게 말해 이 지검장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의 신성식 반부패·강력부장과 이종근 형사부장 등에 대한 이른바 ‘신상필벌’ 인사 요구였다.
하지만 박 장관은 이 요구를 전혀 수용하지 않았다. 그는 앞서 “법률상 규정된 검찰총장의 의견 청취 절차를 내실 있게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관례상 비공개였던 검찰총장과의 인사 면담 사진까지 공개했었다. 검찰 내부에선 총장의 의견을 듣는 시늉만 했을 뿐 실제로는 ‘총장 패싱’ 논란을 불렀던 추미애 전 장관 때와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예견된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박 장관은 이미 지난 4일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인사 과정에서 총장의 의견을 듣겠지만, 이걸 ‘협의’라는 개념보다 더 좁게 해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윤 총장 의견을 중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사전에 표명한 셈이다. 그는 두 차례 회동에서도 인사안의 개요를 윤 총장에게 말로만 설명하는 데 그쳤다.
박 장관이 이 지검장 등 이른바 ‘개혁파’ 간부들에 대한 청와대·여당의 유임 의지를 수용한 것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있다. 한 검찰 간부는 “(이 지검장 유임 등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명확한 만큼 박 장관과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합심해 ‘추미애 시즌 2’로 간 것”이라고 논평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이 지검장은 고사하고 총장의 직속 참모진에 대해서도 총장의 뜻을 전혀 반영해 주지 않았다는 건 7월 임기 종료 때까지 ‘식물총장’으로 가만히 있다가 떠나란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신임 법무부 검찰국장에 임명되면서 이번 인사의 핵심으로 떠오른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을 보는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이 지검장은 박 장관이 중퇴했던 서울 남강고 출신이다. 박 장관이 6회, 이 지검장이 13회다. 박 장관이 고교 후배만 챙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 지검장의 영전을 박 장관 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이 지검장이 검찰 내 대표적인 친정권 성향의 간부로 분류돼 있어서다.
그는 지난해 11월 전국 일선 검사장들이 윤 총장 징계 청구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을 때 이성윤 지검장,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과 함께 성명서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검사장 세 명 중 한 명이었다. 윤 총장 징계위원회에 징계 찬성 내용의 진술서를 낸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부임한 이후 라임자산운용의 청와대와 여권 로비 의혹 수사가 확전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공교롭게도 대표적 친정권 인사인 심 국장이 그의 자리로 옮기면서 라임 수사를 넘겨받게 됐다. 한 검찰 관계자는 “‘자기 사람 돌려막기’이자 정권 수사 무마용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하준호·정유진·강광우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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