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 기후대응 실패" 벌금 1유로지만, 책임은 가볍지 않았다
한국 청소년도 국내 첫 헌법소원
"정부, 온실가스 감축목표 소극적"
프랑스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에 미흡했던 책임을 지고 1유로(약 1300원)의 배상금을 내게 됐다. 2019년 그린피스 등 4개 시민단체가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1유로 기후소송’의 결과다.
프랑스 파리 행정법원은 지난 3일(현지시간) 옥스팜, 그린피스 등 4개 환경단체가 ‘마크롱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조치가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제기한 소송에 대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완전히 달성하지 못한 프랑스 정부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환경단체들이 상징적으로 내건 ‘1유로’ 배상금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프랑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줄이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성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230만 명의 프랑스인이 온라인 지지 서명에 동참하며 ‘세기의 소송’으로도 불렸던 1유로 기후소송은 네덜란드, 아일랜드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승소한 기후소송이 됐다.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책임을 물은 판결은 2019년 네덜란드, 지난해 아일랜드에 이어 세 번째다. 전 지구 평균기온이 가파르게 오르고 기후위기가 현실로 닥치면서 유럽과 미국, 호주 등 전 세계에서 기후소송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됐고 소송도 여러 곳에서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첫 기후소송이 시작됐다. 시민단체 ‘청소년 기후행동’이 지난해 3월 “정부의 소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청소년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지난해 ‘2050 탄소중립’ ‘그린뉴딜’을 주창했던 정부는 청소년들이 제기한 ‘기후소송’에서는 방어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번 기후소송의 피청구인인 대통령을 대리한 정부법무공단은 지난해 10월 헌재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청구인인 청소년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정부에 요구할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청소년들의 환경권, 생명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관한 입법 의무가 헌법상 없고, 정부는 “온실가스 관리를 위한 조치도 충분히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네덜란드와 아일랜드 판례가 있지만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없고, 미래에 야기될 수 있는 기후위기 상황을 이유로 생명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도 반박했다.
청구인 측 변호인단 중 한 명인 기후솔루션 윤세종 변호사는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조치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정책이나 법을 얼마나 만들었든 간에 지난 10년간 온실가스는 늘기만 했다”고 말했다. 또 “201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달성에 실패했고, 2030년 목표도 바로잡지 않고는 기후변화 대응을 제대로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현재 양측의 의견서가 재판부에 번갈아 제출됐고, 청소년 기후행동 측이 공개변론을 신청해 향후 공개변론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윤 변호사는 “프랑스 법원의 결정에서 보듯이 다른 국가 법원들도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인정하는 추세”라며 “정부와 정치 영역에서 해결되지 않고 오랜 시간 방치되며 심각해진 기후위기 상황을 더는 묵과하지 못하고, 법원이 기후위기 해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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