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도 아니면서..우상호·정봉주 "통합 전제 단일화" 발표

김준영 2021. 2. 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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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대표 측 "논의한 적 없어"
당내서도 "중도층 이탈할라" 우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왼쪽)과 열린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이 7일 국회에서 후보 단일화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과 열린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이 7일 “양당 통합을 전제로 한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 우 의원은 지난달 12일 열린민주당의 또 다른 예비후보인 김진애 의원과도 단일화를 합의했다. 이번엔 ‘통합 전제’라는 표현까지 달아 한걸음 더 나갔다.

우 의원과 정 전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나 합의문을 내고 “양당의 뿌리가 하나라는 인식하에 통합의 정신에 합의하고 이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한다”며 “선거 전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통합을 추진하되 어려울 경우 통합 선언을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고 발표했다.

단일화 자체는 후보 간 합의로 가능하지만, 당 대 당 통합은 지도부의 결정과 당원들의 호응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합의문 발표 전 각각 “지도부 찾아뵙고 통합 뜻 설명해 드렸다”(우상호), “이낙연 민주당 대표 뵙고 말씀드렸다”(정봉주)고 했지만, 민주당 내에선 “당 대표도 아닌 사람들이 통합 합의를 발표한 건 너무 앞서간 것”(중진 의원)이란 말이 나왔다.

열린민주당은 사실상 당 전체가 강성 친문 집단이다. 각종 지지율 조사에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열세인 우 의원은 친문 권리당원 표심 확보가 급한 상황이다. 우 의원이 지난 5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범진보 진영 지지자가 결집할 수 있는 첫 단계가 열린민주당과의 통합”이라고 하는 등 진영 결집에 집중하는 이유를 두고 민주당 한 당직자는 “열린민주당 당원들과 민주당 친문 권리당원들 사이에는 동조현상이 뚜렷하다. 이 지점을 파고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민주당 경선의 후발주자인 정 전 의원도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는 지난달 29일 출마 선언에서도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적극 통합에 나서야 한다”며 “선거의 판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통합의 키를 쥐고 있는 이낙연 대표 측은 다소 불편한 기색이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보고를 받은 뒤 따로 지도부가 논의한 적은 없는 의제”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의 한 전략통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를 위해선 단일화가 필요하지만 통합은 중도층 이탈을 자극할 수 있어 성격이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중도층 공략에 초점을 맞춰 온 박 전 장관은 이날 통합 관련 질문에 “당 지도부가 결정해야 할 문제이긴 하지만 저는 찬성한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자신도 최근 정 전 의원을 만나 “앞으로 ‘힘을 합치자’ ‘잘해보자’고 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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