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끊자 입으로 알렸다.."아웅산 수지 석방" 쏟아진 시위대
붉은색 옷 입고 "아웅산 수지 석방하라" 외쳐
일부 지역에서는 총성 소리 들리기도
"우리는 군사 독재를 원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원한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쿠데타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틀 연속 벌어졌다고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오전 양곤 시내에는 수만명의 시위대가 모여 붉은색 옷을 입고 붉은 깃발과 풍선을 든 채 "아웅산 수지 고문을 석방하라"고 외쳤다. 붉은색은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당을 상징하는 색이다.
시위대는 도심의 술레 파고다를 향해 행진했다. 일부는 저항세력을 상징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시위를 이어갔다. 차량 경적을 울리고 냄비를 부딪치는 소음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무장 경찰이 방패를 들고 바리케이트를 쳤지만 시위를 막거나 충돌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시위대는 평화의 의미로 경찰에게 장미꽃을 건네거나 달아주는 모습도 포착됐다.
시위는 양곤 외 최소 12개의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남동부 미야와디 시위 현장 영상에는 10차례가 넘는 총성 소리가 담겨 우려를 낳았다. 1분 30초 분량의 영상으로 무장 경찰이 이 지역 시위대를 해산시키려 돌진하는 모습도 담겼다. 사상자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군부는 SNS 등을 통해 시위 규모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6일 인터넷을 끊었지만 시위 규모는 급격히 불어났다. CNN에 따르면 시위대는 전화와 입소문으로 모임 장소를 전파하고 세를 불렸다. 외신들은 이날 민주적 개혁을 이끈 2007년 샤프론 혁명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시위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샤프론 혁명은 군정의 급격한 유가 인상에 불교 승려들이 주축이 돼 일어난 군정 반대 시위로 당시 수백 명의 사상자를 냈다.
BBC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는 이날 오후 인터넷 차단을 해제했지만,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대한 접근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시위에 참가한 20대 청년 자우 진은 로이터 통신에 "우리는 미래 세대를 위해 독재를 원하지 않는다"며 "역사를 만들 때까지 혁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얀마는 1962년부터 2011년까지 군사 정권이 직접 또는 간접 통치를 해와 국제 사회의 비난과 제재를 받았던 나라다. 수지 고문은 1988년부터 미얀마의 민주화에 투신해 7년여의 가택연금을 당하다 석방한 뒤 2015년 자유 선거 이후 집권했다.
민 아웅 흘라잉 국방부 최고사령관은 지난 1일 군부를 이끌구 수지 고문을 감금하고 장·차관 등 주요 인사들을 대거 교체하며 권력을 장악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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