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절대 안될 집이나 사란것" 반발..2·4 대책 논란 넷

김원 2021. 2. 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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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강당에서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번엔 한번 믿고 기다려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서울 도심에 충분한 양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주택 공급이 늘어난 다음에 집을 사도 늦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7일 한 방송에 출연해 2·4 공급대책을 설명하며 이같이 자신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25번째 부동산 대책인 2·4 공급대책에 대해 정부는 "이전과는 다른 획기적인 정책"이라며 "이번엔 믿어달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2·4대책에 대한 논란은 뜨거워지고 있다.


① 공급가구수 뻥튀기?

‘공급쇼크’ 2.4 대책 관련 논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번 대책의 공급 물량 대부분은 정비사업을 통해 진행된다. 기존 주택을 허물고 주택 수를 늘려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만큼의 새집이 지어질 수 있지만 허물어지는 주택도 상당수다.

하지만 국토부가 배포한 자료에서 멸실 주택 수에 대한 설명은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재개발·재건축도 인허가 또는 준공물량 계산 시 총량을 계산한다"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의 경우 120%까지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고, 역세권 개발에는 용적률을 최대 700%까지 적용한다. 국토부는 주택 순증 물량은 기존 정비사업(1.1~1.3배)보다 이번 대책(1.3~1.5배)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에서 공급량으로 밝힌 전체 83만 가구 중 신규 택지 개발 및 신축 매입약정 등을 통한 공급 물량을 제외하면 47만 가구인데 정부의 설명대로라면 이중 순수하게 늘어나는 '새집'은 11~16만 가구다. 또 도심의 빈 호텔 등을 개조해 청년주택 등으로 활용하는 비주택 리모델링 4만1000가구와 신축 매입 6만 가구 등 10만1000가구는 임대주택이다. 신축 매입은 민간이 지은 집을 LH 등 공기업이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내놓는 것이기 때문에 '신규 공급'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 사업 유형별 주택공급 가능물량.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② 5년 안에 공급되나

이번 대책은 2025년까지 도심에 주택을 짓기 위한 토지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83만 가구를 공급하겠다"와 "83만 가구를 지을 땅을 확보하겠다"는 엄연히 다른 의미다. 정부는 또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의 경우 사업 기간이 기존 13년에서 5년으로 단축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5년은 사업 완료 후 입주까지가 아니라 '주민 이주 개시 시점'까지다. 통상 이주 완료 후 철거와 착공을 거쳐 새 아파트로 입주할 때까진 3년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린다.

교통대책은 물론 학교, 공원 등 기본적인 도시 구성요소에 대한 준비 없이 무작정 주택 수를 늘릴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많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기반시설 구축과 도시경쟁력에 대한 고려가 선행되지 않을 경우 난개발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개발지 인근 주민들이 반대할 경우 사업은 더 지연될 수 있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8·4 주택 공급대책'의 핵심인 태릉골프장(1만 가구)과 과천청사부지(4000가구)의 경우 개발대상지가 정부 부지인데도 불구하고 지자체와 주민의 반대 등으로 아직 구체적인 사업계획조차 못 짜고 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태릉골프장 83만㎡ 부지에 1만 가구의 아파트를 지을 경우 닭장 같은 고밀도 아파트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택지 개발에 반대하는 과천시 주민들도 "과천청사부지에 4000가구를 짓는 것은 인구 5만명인 과천시의 자족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중앙정부의 횡포"라고 주장한다.


③ 참여하면 진짜 이득인가

재건축 공공 직접시행 개발이익 공유 예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번 대책의 핵심은 '공공주도'다. 공공이 주도하면 개발이익 독점을 막고 사업 진행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정부는 강조한다. 공공주도 사업에 참여하는 토지주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 등이 면제된다. 하지만 용적률 인상, 재초환 면제 등으로 발생하는 이익 가운데 최대 30%만 토지 소유주에게 돌아가고 나머지는 공공이 가져간다. 짓기만 하면 아파트가 '완판'되는 상황에서 토지주를 유인할 인센티브로 작용할지 미지수다. 또한 토지주 개인의 재산을 공공에 맡기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기존 재건축·재개발 추진 지역에서는 입장이 엇갈린다. 강북 지역은 정부가 제시한 다양한 인센티브에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강남 지역은 사정이 다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명품 아파트’를 강조하는 강남에선 공공 시행에 거부감을 보인다"고 전했다.


④ 집값이 잡힐 것인가

이번 대책에선 구체적인 사업지를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대책 발표 이후 사업이 시행될 구역 내에서 토지나 건물을 산 사람은 아파트 우선 분양권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시세보다 낮은 감정평가 금액으로 현금 청산된다는 의미다.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며 위헌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국토부는 "대책을 준비하면서 법률 검토를 거쳤고 위헌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거래의 씨가 마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공공 재개발·재건축이 절대 안 될 오래된 주택이나 비싼 신축 아파트만 골라서 사야 한다는 얘기"라는 등의 불만이 쏟아진다. 이번 대책으로 공공주도 예상 사업지가 많은 서울 강북은 거래 단절로 인해 주택거래 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공공개발과 상관없는 강남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서울 강남과 강북 간의 집값 차이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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