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첫 인사도 윤석열 패싱.."식물총장으로 떠나란 뜻"

강광우 2021. 2. 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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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후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2년째 유임
"文 정권말 레임덕 수사 방탄..차기 총장 1순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오종택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휴일인 7일 대검 검사급(검사장급) 4명에 대한 전보 인사를 기습적으로 단행했다. 박 장관은 지난주 두 차례 윤석열 검찰총장과 인사 협의를 갖는 모양새를 연출했지만 결과는 윤 총장의 세 가지 인사 요구안을 모두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표 전 인사안을 통보조차 하지 않으며 추미애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윤석열 패싱'을 재현하기도 했다.

박범계 장관의 첫 검찰 인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유임, 박 장관 본인 서울 남강고 7년 후배인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의 검찰 핵심 '빅 4' 가운데 최고 요직인 법무부 검찰국장 발탁으로 요약된다. 윤 총장이 교체를 요구한 대검 참모진도 전원 유임했다.

검찰 내에선 오는 7월 24일이 임기인 윤석열 총장에게 "청와대가 '후임 총장은 이성윤이니 건들지 말라''식물총장으로 조용히 있다가 떠나라'란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법무부 "'추미애 인사 기조' 유지 위한 최소 인사"
법무부는 이날 오후 대검검사급 검사 4명에 대한 전보 인사를 9일 자로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심재철(사법연수원 27기) 법무부 검찰국장을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전보하고, 새 검찰국장으로 이정수(26기) 남부지검장을 발탁하는 '스위치' 인사를 단행했다. 공석인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엔 조종태(25기) 춘천지검장을, 춘천지검장엔 김지용(28기) 서울고검 차장검사를 이동한 게 전부다.

박범계 장관으로선 취임 이후 첫 인사였지만 고검장·검사장 승진자 한 명 없이 나머지 고검장·검사장 전원을 유임했다.

법무부는 7일 대검 검사급(검사장) 간부 4명의 전보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취임 후 첫 검찰 정기인사다. 이번 인사에 따라 심재철(27기) 검찰국장은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이정수(26기) 현 서울남부지검장은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조종태(25기) 현 춘천지검장은 공석이던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이동한다. 연합뉴스


윤 총장으로선 박 장관에 교체를 요구한 이성윤(23기) 서울중앙지검장은 물론 지난해 12월 본인 징계에 적극 가담한 대검 참모들인 이종근(28기) 형사부장과 이정현(27기) 공공형사수사부장, 신성식(27기) 반부패·강력부장 등 전원 유임됐다. '채널A 검언유착' 의혹에 연루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된 한동훈(27기) 검사장은 일선 지검장 복귀도 무산됐다.

법무부는 "(추미애 전 장관이) 지난 1년 반 동안 세 차례 6개월 단위로 대검 검사급 인사를 실시했던 점을 감안해 종전 인사 기조를 유지하면서 공석 충원 외에 검사장급 승진 인사 없이 전보를 최소화했다"며 사실상 검찰국장 원포인트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尹측 "박 장관, 인사안 보내준다던 약속도 안 지켜"
법무부는 또 "검찰총장 인사 의견 청취 절차를 실질화해 검찰총장을 두 차례 직접 만나 구체적 의견을 듣고 그 취지를 반영하고자 노력했다"고도 설명했다. 박 장관은 "법대로 충실히 하겠다"며 관례상 비공개였던 지난 2일과 5일 검찰총장과의 인사 협의 회동 사실을 알리고 5일엔 사진까지 공개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5일 윤석열 검찰총장과 서울고검 청사에서 만나 2차 인사 협의를 했다. [사진 법무부]


박 장관은 하지만 지난 5일에도 윤 총장에게 세부 인사안을 보여주지 않은 채 인사 기준만 설명했다고 한다. 윤 총장이 구체적인 인사 대상자를 놓고 의견을 개진할 수 없게 한 것이다. 이에 윤 총장은 ▶지휘통솔 능력을 상실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교체 ▶총장 징계에 앞장선 대검 참모진 교체 ▶기타 대내·외 잡음을 일으킨 핵심 보직자 교체 등 '신상필벌'에 기초한 3가지 인사 원칙을 요구했다.

박 장관은 5일 면담 말미에 구체적 인사안을 보내주겠다고도 약속했지만 7일 오후 1시 30분 발표 때까지 통보해주지 않았다. 윤 총장은 발표를 본 뒤 주변에 "허, 참…"이라며 황당해했다고 한다.

검찰청법 34조 1항은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 검사 인사 제청을 하기 전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에 이 같은 조항을 명시한 건 2004년 1월 참여정부,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 때였다. 추미애 전 장관이 지난해 세 차례 인사에서 이를 무시했고, 박 장관도 첫 인사에서 '의견청취'란 외피(外皮)만 갖췄을 뿐 총장 의견을 무시하긴 마찬가지란 반응이 검찰에서 나왔다. 한 간부는 "직권남용죄를 피하기 위해 방식만 달리했을 뿐 추 전 장관 인사와 똑같은 '윤석열 패싱' 인사"라고 했다.


'기소 위기·리더십 상실' 이성윤 중앙지검장, 다시 중용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유임은 이미 일주일 전부터 청와대 기류가 전해지면서 예고된 일이었다.(▶尹측, 박범계에 이성윤 교체 요구…靑, 유임 기류)

이 지검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뒤 2017년 8월 검사장에 승진하자 마자 대검 형사부장→2018년 6월 대검 반부패부장→2019년 7월 법무부 검찰국장→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되는 등 핵심 '빅 4'중 세 자리를 두루 거치는 검찰 내 '황제 인사' 코스를 밟았다.

이 지검장은 윤 총장의 교체 요구도 있었고, 이미 내부에서 리더십을 잃은 상태다. 중앙지검 '채널A 사건' 수사팀은 10개월 동안 수사를 진행했지만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유착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며 한 검사장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 지검장은 이에 대해 결재를 하지 않으면서 수사팀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 지검장은 2019년 안양지청이 김학의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불법 긴급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하려 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외압을 가한 주요 피의자로도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박 장관은 윤 총장과의 면담에서 "반대해도 이 지검장은 유임시킬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고, 결국 다시 중용했다.

이 지검장을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장에 2년째 유임한 건 "윤 총장의 정권말 레임덕 수사 가능성을 차단하는 건 물론 윤 총장 후임 검찰총장 1순위 후보임을 천명한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당초 검찰에선 윤석열 총장과도 친분이 있던 검사장 출신 신현수(연수원 16기) 청와대 민정수석 기용으로 중간 조율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현실화되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명확하니 신 수석도 박 장관과 합세해 '추미애 시즌2' 인사를 한 것 아니겠냐"고 했다.


박범계 고교 후배는 검찰국장, 추미애 최측근은 남부지검장
검찰 '빅4' 중 가장 요직으로 꼽히는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박 장관의 서울 남강고 후배인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이 발탁됐다.

남부지검장엔 윤 총장 징계 과정에서 '1인 5역'을 하며 추미애 전 장관의 최측근 역할을 했던 심재철 검찰국장이 이동한다. 심 국장은 윤 총장의 직무정지 주요 사유였던 '주요 재판부 성향 분석' 문건을 제보했고 이어 법무부 징계위원회에선 징계위원, 증인 역할을 했다. 앞서 윤 총장 한동훈 감찰 무마 의혹을 놓고 수사 의뢰 및 대검 압수수색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이 때문에 심 국장의 남부지검장 인사도 라임자산운영의 정관계 로비의혹을 포함한 정권 관련 수사를 뭉개기하려는 의도라는 비판도 나온다.

박 장관의 첫 인사가 소폭에 그치며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를 지휘 중인 이두봉 대전지검장도 유임됐다.

강광우·정유진·하준호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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