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첫 인사도 윤석열 패싱.."식물총장으로 떠나란 뜻"
"文 정권말 레임덕 수사 방탄..차기 총장 1순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휴일인 7일 대검 검사급(검사장급) 4명에 대한 전보 인사를 기습적으로 단행했다. 박 장관은 지난주 두 차례 윤석열 검찰총장과 인사 협의를 갖는 모양새를 연출했지만 결과는 윤 총장의 세 가지 인사 요구안을 모두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표 전 인사안을 통보조차 하지 않으며 추미애 전 장관과 마찬가지로 '윤석열 패싱'을 재현하기도 했다.
박범계 장관의 첫 검찰 인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유임, 박 장관 본인 서울 남강고 7년 후배인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의 검찰 핵심 '빅 4' 가운데 최고 요직인 법무부 검찰국장 발탁으로 요약된다. 윤 총장이 교체를 요구한 대검 참모진도 전원 유임했다.
검찰 내에선 오는 7월 24일이 임기인 윤석열 총장에게 "청와대가 '후임 총장은 이성윤이니 건들지 말라''식물총장으로 조용히 있다가 떠나라'란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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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추미애 인사 기조' 유지 위한 최소 인사"
법무부는 이날 오후 대검검사급 검사 4명에 대한 전보 인사를 9일 자로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심재철(사법연수원 27기) 법무부 검찰국장을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전보하고, 새 검찰국장으로 이정수(26기) 남부지검장을 발탁하는 '스위치' 인사를 단행했다. 공석인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엔 조종태(25기) 춘천지검장을, 춘천지검장엔 김지용(28기) 서울고검 차장검사를 이동한 게 전부다.
박범계 장관으로선 취임 이후 첫 인사였지만 고검장·검사장 승진자 한 명 없이 나머지 고검장·검사장 전원을 유임했다.
윤 총장으로선 박 장관에 교체를 요구한 이성윤(23기) 서울중앙지검장은 물론 지난해 12월 본인 징계에 적극 가담한 대검 참모들인 이종근(28기) 형사부장과 이정현(27기) 공공형사수사부장, 신성식(27기) 반부패·강력부장 등 전원 유임됐다. '채널A 검언유착' 의혹에 연루돼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된 한동훈(27기) 검사장은 일선 지검장 복귀도 무산됐다.
법무부는 "(추미애 전 장관이) 지난 1년 반 동안 세 차례 6개월 단위로 대검 검사급 인사를 실시했던 점을 감안해 종전 인사 기조를 유지하면서 공석 충원 외에 검사장급 승진 인사 없이 전보를 최소화했다"며 사실상 검찰국장 원포인트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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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측 "박 장관, 인사안 보내준다던 약속도 안 지켜"
법무부는 또 "검찰총장 인사 의견 청취 절차를 실질화해 검찰총장을 두 차례 직접 만나 구체적 의견을 듣고 그 취지를 반영하고자 노력했다"고도 설명했다. 박 장관은 "법대로 충실히 하겠다"며 관례상 비공개였던 지난 2일과 5일 검찰총장과의 인사 협의 회동 사실을 알리고 5일엔 사진까지 공개했다.
박 장관은 하지만 지난 5일에도 윤 총장에게 세부 인사안을 보여주지 않은 채 인사 기준만 설명했다고 한다. 윤 총장이 구체적인 인사 대상자를 놓고 의견을 개진할 수 없게 한 것이다. 이에 윤 총장은 ▶지휘통솔 능력을 상실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교체 ▶총장 징계에 앞장선 대검 참모진 교체 ▶기타 대내·외 잡음을 일으킨 핵심 보직자 교체 등 '신상필벌'에 기초한 3가지 인사 원칙을 요구했다.
박 장관은 5일 면담 말미에 구체적 인사안을 보내주겠다고도 약속했지만 7일 오후 1시 30분 발표 때까지 통보해주지 않았다. 윤 총장은 발표를 본 뒤 주변에 "허, 참…"이라며 황당해했다고 한다.
검찰청법 34조 1항은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 검사 인사 제청을 하기 전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에 이 같은 조항을 명시한 건 2004년 1월 참여정부,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 때였다. 추미애 전 장관이 지난해 세 차례 인사에서 이를 무시했고, 박 장관도 첫 인사에서 '의견청취'란 외피(外皮)만 갖췄을 뿐 총장 의견을 무시하긴 마찬가지란 반응이 검찰에서 나왔다. 한 간부는 "직권남용죄를 피하기 위해 방식만 달리했을 뿐 추 전 장관 인사와 똑같은 '윤석열 패싱' 인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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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 위기·리더십 상실' 이성윤 중앙지검장, 다시 중용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유임은 이미 일주일 전부터 청와대 기류가 전해지면서 예고된 일이었다.(▶尹측, 박범계에 이성윤 교체 요구…靑, 유임 기류)
이 지검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뒤 2017년 8월 검사장에 승진하자 마자 대검 형사부장→2018년 6월 대검 반부패부장→2019년 7월 법무부 검찰국장→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되는 등 핵심 '빅 4'중 세 자리를 두루 거치는 검찰 내 '황제 인사' 코스를 밟았다.
이 지검장은 윤 총장의 교체 요구도 있었고, 이미 내부에서 리더십을 잃은 상태다. 중앙지검 '채널A 사건' 수사팀은 10개월 동안 수사를 진행했지만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유착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며 한 검사장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 지검장은 이에 대해 결재를 하지 않으면서 수사팀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 지검장은 2019년 안양지청이 김학의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불법 긴급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하려 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외압을 가한 주요 피의자로도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박 장관은 윤 총장과의 면담에서 "반대해도 이 지검장은 유임시킬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고, 결국 다시 중용했다.
이 지검장을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장에 2년째 유임한 건 "윤 총장의 정권말 레임덕 수사 가능성을 차단하는 건 물론 윤 총장 후임 검찰총장 1순위 후보임을 천명한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당초 검찰에선 윤석열 총장과도 친분이 있던 검사장 출신 신현수(연수원 16기) 청와대 민정수석 기용으로 중간 조율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현실화되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명확하니 신 수석도 박 장관과 합세해 '추미애 시즌2' 인사를 한 것 아니겠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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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고교 후배는 검찰국장, 추미애 최측근은 남부지검장
검찰 '빅4' 중 가장 요직으로 꼽히는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박 장관의 서울 남강고 후배인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이 발탁됐다.
남부지검장엔 윤 총장 징계 과정에서 '1인 5역'을 하며 추미애 전 장관의 최측근 역할을 했던 심재철 검찰국장이 이동한다. 심 국장은 윤 총장의 직무정지 주요 사유였던 '주요 재판부 성향 분석' 문건을 제보했고 이어 법무부 징계위원회에선 징계위원, 증인 역할을 했다. 앞서 윤 총장 한동훈 감찰 무마 의혹을 놓고 수사 의뢰 및 대검 압수수색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이 때문에 심 국장의 남부지검장 인사도 라임자산운영의 정관계 로비의혹을 포함한 정권 관련 수사를 뭉개기하려는 의도라는 비판도 나온다.
박 장관의 첫 인사가 소폭에 그치며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를 지휘 중인 이두봉 대전지검장도 유임됐다.
강광우·정유진·하준호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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