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는 매춘부' 논문, 비참한 결함" 하버드 교수들 반격
"초고 읽으니 충격적, 근거 대거 누락"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주장을 내놨던 하버드대 교수의 논문에 "학술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미국 학계에서 나왔다.
7일(현지시간) 하버드대 교내신문 '하버드 크림슨'은 미국 역사학·법률학 교수들이 존 마크 램자이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소장을 지낸 카터 에커트 한국역사학 교수는 하버드 크림슨에 e메일을 보내 "램자이어의 논문은 비참할 정도로 실증적으로, 역사적으로,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는 논문"이라고 지적했다. 에커트 교수는 "(램자이어 교수가) 위안부 문제의 본질인 일본의 식민주의와 군국주의 맥락을 경시했다"며 "일제강점기 때의 정치·경제적 맥락은 배제한 채 '위안부' 사건에만 초점을 두고 주장을 펼쳤다"고 비판했다. 그는 따라서 "위안부 피해자들의 성적 존엄성은 무시됐고, 단순하고 일차원적인 문제로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에커트 교수는 하버드대 동료 교수인 앤드루 고든 역사학 교수와 함께 램자이어 교수의 논문을 비판하는 별도의 반박문도 준비하고 있다. 이 글은 학술지 등에 보낼 예정이다.
램자이어 교수의 제자도 문제를 제기했다. 1990년대 그의 수업을 들었던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한일 역사학 교수는 해당 논문의 편향성을 지적했다. 수많은 학술적 증거를 배제하고,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증거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그는 램자이어 교수 논문은 "개념적으로도 오류가 있다"면서 "역사적 배경과 위안부가 설치되기까지의 맥락을 전혀 이해하지 않고 작성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형편없고, 어리석은 학문적 생산품의 한 조각”이라는 비판도 했다.
더든 교수는 지난해 12월 램자이어 교수로부터 해당 논문 초고를 전달받아 검토한 뒤 문제를 제기했다고 했다. 하버드 크림슨에 따르면 더든 교수는 초고를 봤을 때 "충격적이었다"면서 "일본 정부 입장을 반박하는 주요 근거들이 대거 누락됐고, 심각한 논리적 오류가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고 밝혔다. 다만 더든 교수의 지적이 논문 최종본에 반영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위안부 피해자가 성노예 생활을 했다는 기존 연구를 반박하기 위한 논리만 펼쳤다는 비판도 나왔다. 민평갑 뉴욕 퀸스 대학 사회학 교수는 "일본의 신민족주의 관점에만 치우쳐 있다"면서 논문 의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하버드 크림슨에 따르면 이같은 비판을 놓고 램자이어 교수는 논문 초기 버전에 '역사학자들과의 논쟁' 형식으로 담았지만, 학술지 측 요청에 따라 삭제했다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 학술지 측은 입장 표명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하버드 크림슨은 전했다.
앞서 램자이어 교수는 3월 출간 예정인 법·경제 관련 학술지 '법과 경제 국제 리뷰' 제65권에 '태평양전쟁 당시 성(性)계약'(Contracting for sex in the Pacific War)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실었다. 그는 논문에서 위안부 여성들이 일본군과 서로의 이익을 위해 계약을 맺었으며 일본 정부가 아니라 여성들을 속인 모집업자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했다.
그러나 위안부 계약 이론을 연구한 노아 펠드먼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하버드 크림슨에 램자이어 교수가 자신의 주장과 반대되는 근거를 내놓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논문에서 위안부 계약을 사회·경제·교육 차별을 제도적으로 합리화한 '짐 크로우 법'에 비유했는데 이 법은 오히려 '부채에 따른 노예 계약'을 의미한다는 게 펠드먼 교수의 설명이다. 펠드먼 교수는 "권력 불일치에 따른 강제 계약이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위안부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계약을 맺었다는 주장과 관련 캐서린 문 웰즐리 칼리지 아시아·정치학 교수는 "14~16세 여성들이 내용을 완벽히 이해했다고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느냐"며 위안부 여성들이 계약을 맺게된 맥락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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