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뉴스 퇴출·3조대 소송..톱앵커의 몰락, 그뒤엔 트럼프

김선미 2021. 2. 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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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비즈니스의 대표적인 진행자였던 루 돕스가 퇴출 위기에 빠졌다. [AP=연합뉴스]


한때 미국 CNN의 대표 앵커로 통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불복’에 동조해 수조원대 소송까지 당한 언론인이 있다. 현 폭스뉴스 소속 루돕스(76) 이야기다. 돕스는 결국 잘 나가던 장수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등 폭스뉴스에서도 퇴출당할 위기에 빠졌다.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은 폭스뉴스가 전날 폭스비즈니스 채널의 ‘루 돕스 투나잇’ 방영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폭스뉴스는 구체적인 설명 대신 “정기적으로 프로그램을 변경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루 돕스 투나잇은 해당 채널의 금요일 프로그램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는 효자 코너였다. 경쟁사인 CNBC로부터 시청자를 많이 빼앗아왔다는 평가도 받았다. 돕스가 폭스뉴스에 둥지를 튼 2011년부터 약 10년 동안 진행해온 장수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2018년 스마트매틱사가 전자개표 시스템을 시연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그럼에도 폭스뉴스가 전격 폐지를 결정한 배경에는 수조원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있다. 미 대선에서 사용된 투·개표 소프트웨어 업체 스마트매틱은 4일(현지시간) “전자투표 시스템을 조작해 부정 선거를 치렀다”고 주장한 이들을 상대로 27억달러(약 3조원) 규모의 소송을 뉴욕주 연방지방법원에 냈다. 소송 대상은 루 돕스를 포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었던 루디 줄리아니, 시드니 파월 전 트럼프 대통령 법률 고문, 폭스뉴스 등이다.

루 돕스는 1980년대 CNN의 개국 멤버로 시작해 스타 기자로 이름을 날렸다. ‘머니 라인 쇼’ 등으로 금융전문기자의 명성을 얻었다. 특히 팩트보다 언론인의 의견을 강하게 표현하는 이른바 ‘옹호 저널리즘(Advocacy Journalism)’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민자나 히스패닉계 같은 소수자를 멸시한다는 이유로 인권 단체들로부터 비판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루 돕스의 팬 중 한 명"이라고 밝혔다. [AP=연합뉴스]


CNN과 본격적인 갈등을 빚은 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출생지 논란을 부추기면서다. 당시 극우 세력을 중심으로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 태생이 아니라는 ‘출생지 음모론자(birther·버서)’들이 등장했다. 백악관은 그가 1961년 하와이에서 태어났다는 출생 증명서를 공개하기도 했지만, 루 돕스는 계속 버서들의 주장을 지지했다. CNN은 그에게 “무책임한 발언을 자제하라”고 경고했지만 결국 갈등이 깊어졌고, 돕스는 2009년 퇴사했다.

폭스 비즈니스에 합류해 새로 방송을 시작한 건 그로부터 2년 뒤였다. 10년간 승승장구했던 그는 퇴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NYT에 따르면 그는 마지막이 된 4일 방송에서 “내일 또 만나요”라고 인사를 했다. 다음 날 급히 그의 ‘대타’가 됐던 앵커 아스만도 방송 말미에 “루가 월요일에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극단적인 허위 주장을 펼치고도 뉘우치지 않는 태도 때문에 결국 입지가 위태로워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돕스의 퇴임 소식이 전해진 지 한 시간 만에 “루 돕스는 위대하고 훌륭했다”는 입장을 냈다. NYT에 보낸 입장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만큼 미국을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며 “그의 다음 행보를 예의 주시할 충실한 추종자가 많았는데, 그중에는 나도 포함돼있다”고 밝혔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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