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부족해 GM 이어 르노도 감산..현대차는?
폴크스바겐, 도요타와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1위를 다투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도 반도체 부족으로 감산을 발표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르노는 "프랑스 한 곳과 모로코·루마니아 공장에서 며칠 동안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7일 르노삼성은 "재고가 많이 남아있고 일단 2월 생산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앞서 한국GM은 미국 제네럴모터스(GM) 본사 차원에서 반도체가 들어간 부품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자 최근 부평2공장의 일일 생산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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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전세계로 확산
최근 자동차 업체들이 반도체 부족에 시달리는 것은 독일 인피니온, 일본 르네사스, 스위스 ST마이크로 같은 차량용 반도체 기업의 생산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차량에 들어가는 반도체 개수가 점점 늘고 있는데 기존 반도체 회사들의 생산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는 일부에서 제기하는 반도체 위탁생산회사인 대만의 TSMC 등의 차량용 반도체 생산 부족과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ST마이크론이나 네덜란드 NXP 등은 차량용 반도체를 설계만 하고 생산은 TSMC 등에 맡기는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직접 생산도 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는 30~40나노미터(㎚·10만분의 1m) 공정에서 충분히 생산할 수 있어,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제품에 탑재하는 10㎚ 이하 반도체보다 양산이 쉽다. 박재근 한양대 교수(융합전자공학부)는 "차량용 칩은 주로 감가상각이 빠진 공장에서 주로 양산한다"며 "최신 반도체 공정을 가진 삼성전자나 TSMC에서 차량용 칩을 생산할 필요도 없고 생산해도 수지도 안맞는다"고 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확산하면서 글로벌 '빅 5'(도요타, 폴크스바겐, 르노-닛산, GM, 현대·기아) 중 생산 차질을 빚지 않은 곳은 현대차만 남게 됐다. 지난달 27일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기아는 "단기적으로는 생산 차질이 없도록 준비를 한 상황이지만, 향후 3~6개월분의 재고가 준비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반도체가 들어간 주요 부품의 경우, 최소 1~2개월치 재고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 직후 벌어졌던 중국발 '와이어링 하네스'(차량용 전선묶음) 부족 사태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선제 조치를 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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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코로나 직후 재고 관리 강화
사실 현대차는 2000년대 들어 브레이크·변속기 등에서 유압식 장비 대신 전자식 장비를 도입했다. 다른 완성차 업체보다 반도체 수급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던 요인이다. 현대오트론 같은 계열사를 통해 자체적으로 반도체 설계를 시작했다. 국내에는 DB하이텍·SK하이닉스시스템IC 등 차량용 칩 생산에 알맞은 파운드리 팹도 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자동차학과)는 "현대차가 과거 '쇳물부터 완성차까지' 수직계열화 방침을 반도체에서도 추구한 게 이번 사태에서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수급사태가 올해 6월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 현대차가 그 때까지 견딜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기반의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은 최근 "올 상반기 주요 자동차 업체의 감산 규모가 150만여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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