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백신 접종에.."이 속도론 전세계 집단면역 7년 걸려"

서유진 2021. 2. 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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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S "내년말까지 전세계 백신접종률 21% 불과"
다급해진 유럽..러시아·中 백신까지 선택지 검토

국제사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조속한 퇴치에 나섰지만 백신 공급 부족과 접종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속도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진다면 전 세계가 집단면역을 얻는 데 7년이 걸린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7일 블룸버그 통신의 백신 트래커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백신을 접종받은 인구는 1억2873만명으로 전 세계 인구(78억명)의 1.7% 수준이다. 영국 정부가 지난해 12월 8일 국제사회에서 처음으로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하며 지구촌이 본격적인 접종 총력전에 돌입했지만 두 달이 지난 후에도 전세계 접종률은 2%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구의 75%가 백신을 접종해야 집단면역이 생긴다고 보고 있는데 이 기준에 따르면 58억5000만명은 백신을 맞아야 면역이 생긴다는 계산이다.

이스라엘에서 지난 4일 백신 접종이 이뤄지는 모습. 이스라엘은 2개월 내로 접종률이 75%에 달할 전망이다. [AFP=연합뉴스]

블룸버그 통신은 현재 속도로 백신 접종이 진행될 경우, 전 세계 인구의 75%가 접종받는 데 7년이 걸릴 것이라고 추산했다. 국가마다 접종 속도가 다른 데다 백신 물량 부족 탓에 백신을 구경하지 못한 국가들도 많기 때문이다.

각국 백신접종 현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현재 백신 접종이 가장 빠른 국가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앞으로 2개월 내로 접종률이 75%에 달할 전망이다. 이스라엘에서 진행된 코로나19 백신 실제 접종에선 부작용 발생 비율이 0.3% 미만으로 나타나는 등 백신 접종이 순항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뒤를 이어 인구 대비 백신 접종 비율이 높은 국가로는 아랍에미리트(UAE, 39%)와 아프리카의 휴양지로 알려진 소국인 세이셸(38.6%) 등이 있다. 인구 대비 백신 접종 비율이 두 자릿수인 나라는 영국·바레인·미국 등으로 손에 꼽을 정도다.

지난 3일 아랍에미리트의 한 건물에서 백신 접종 전에 등록을 하고 있는 남성[AFP=연합뉴스]

즉 인구 대비 백신 접종비율이 한 자릿수인 국가가 대부분이고 심지어 아직 백신을 접하지 못한 국가도 많다. 블룸버그 백신 트래커에 따르면 전 세계 200여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했지만 백신 접종을 시작한 나라는 현재 이중 3분의 1에 불과하다.

스위스투자은행 UBS는 최근 보고서에서 전세계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올해 말까지 10%, 2022년 말에도 21%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UBS는 올해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백신접종을 받는 국가는 10개국에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접종률이 낮은 이유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부족한 백신 물량을 지목했다. WSJ는 "백신 제조사들이 생산 설비 문제 등을 이유로 최근 잇달아 공급 지연을 예고했다"고 보도했다. 유럽이 대표적이다. 영국, 독일 등이 국제사회에서 선도적으로 백신 사용을 신속 승인하며 속도전에 나섰지만, 백신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좀처럼 접종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EU) 전체로 보면 4억4600만 인구에 백신 접종률은 3.7%다.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에서 전체 인구 대비 1회차 이상 백신 접종을 받은 인구 비율은 2~4%대다. 해당 국가의 방역당국이 내세운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백신 부족에 독일 일부 지역에서는 2차 접종이 중단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백신을 만들 공장을 세우는 데 물리적으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옌스 슈판 독일 보건장관은 지난달 28일 "백신 생산 시설은 4주 만에 세워지지 않으며 수개월 내에 설립되면 그것도 빠른 것"이라며 독일의 코로나 백신 부족 사태가 4월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참석자들. 왼쪽부터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AP]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백신 대량생산이 어렵다는 점을 과소평가한 점은 실수"라고 인정했다.

유럽이 백신 부족 상황에 직면하자 그간 관심 밖이던 러시아·중국 백신까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8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임상 3상이 끝나기도 전에 세계 최초로 '스푸트니크 V'라는 코로나 백신 사용을 허가했을 때만 해도 이를 눈여겨보는 나라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불과 6개월 만에 러시아 백신이 관심을 받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같은 날 "EU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이 부진하면서 러시아·중국 백신에 관심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개발한 스푸티니크V 백신 [AFP=연합뉴스]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중국 백신을 도입한 국가도 있다. 세르비아는 지난달 19일 중국산 시노팜 백신으로 예방접종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이 직접 공항에 나가 중국산 백신을 맞이했다.

1월 16일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가운데)이 중국산 시노팜 백신의 자국 도입을 환영하기 위해 공항으로 영접을 나간 모습 [신화=연합뉴스]

유럽 대륙에서 시노팜 백신 접종이 이뤄진 것은 세르비아가 처음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중국산 백신을 도입한 세르비아는 백신 접종에 박차를 가해 7일 기준 인구당 백신 접종 비율을 7%대로 올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 ARD방송과 인터뷰에서 중국산 백신을 쓰는 세르비아의 접종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인정하며 "유럽의약품(EMA) 승인을 받은 백신이면 항상 환영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산 백신에 대한 좋은 자료를 접했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스푸트니크 V에 대해 대화한 사실도 공개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러시아와 중국 (백신) 제조사들이 모든 자료를 제출해 투명성을 보이면 다른 백신처럼 (유럽의약품청으로부터) 조건부 판매 승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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