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송금부터 주식, 구글카드까지..달라진 세뱃돈 풍경

함민정 2021. 2. 7. 16:3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설날에 못 만나는 조카, 세뱃돈 기분 좋게 줄 아이디어 있을까요?"
회원 수가 30만명이 넘는 한 온라인 맘 카페에서 나온 고민이다. 또 다른 맘 카페에도 “초등학교 입학 앞둔 조카, 코로나로 못 보는데 모른 척해야 하나 고민된다” “1년에 한 번뿐인 용돈벌이 날인데 아이 입장에선 허전한 설날이 될 것 같다" 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설’을 앞둔 어른들의 새로운 '세뱃돈 걱정'이다.

지난 3일 한 맘카페에 올라온 글. '세뱃돈 어떻게 하나' 문의글과 댓글 수십개가 올라왔다. 맘카페 캡처



계좌 이체·온라인 세배…코로나19가 바꾼 설날 풍경
코로나19가 설날 세뱃돈 풍경을 바꾸고 있다.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 거주하는 정성준(47)씨는 “세뱃돈을 놓고 가족들과 토론을 했다”며 “처음에는 ‘올해는 넘어가자’는 얘기가 나왔지만, 집안 어른들끼리만 만나 전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세배는 영상통화나 줌을 이용해 할 계획이다. 그는 “평소 아이들에게 세뱃돈을 5만원씩 줬다면 코로나 시대에 경기 한파를 분담하는 차원에서 올해는 2~3만원만 줄 예정”이라고 했다.

세뱃돈을 계좌 이체나 카카오페이 등을 통해 송금한다는 의견이 대세다. 온라인 맘카페에서는 "졸업과 입학 축하금 계좌 이체로 보냈다" "카카오페이로 송금했다"는 댓글이 달렸다. 방역 당국은 오는 14일까지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를 유지하기로 했다. 설 연휴에도 같이 사는 직계 가족이 아니라면 5인 이상 모일 수 없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거주하는 손모(42)씨는 “세뱃돈을 봉투에 넣어 전달할 계획”이라며 “내가 직접 가지는 않고 남편이 혼자 대표로 가서 시댁 가족에게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2020 경자년 설 명절을 앞두고 지난해 1월 15일 경남 함양군 연꽃어린이집 원생들이 예쁜 전통한복을 차려입고 세배 예절을 배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뉴스1



"안 주고 안 받는 게 좋다"는 의견도
반면 대면 모임을 하되 인원수를 제한해 직접 세뱃돈을 줄 계획을 밝힌 이도 있었다. 직장인 임경진(47)씨는 “장모님이 혼자 살고 계신 집에 처남 가족과 각자 다른 시간에 모이기로 했다”며 “장모님께 직접 현금을 드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씨는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은 카카오페이 등 디지털 매체를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대면으로 안 보면 안 주고 안 받는 게 좋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어차피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긴다는 거다. 특히 코로나19로 가계 활동이 위축되고 소득이 줄어든 가구에서 이런 고민이 나왔다. 직장인 김모(31)씨는 "형편에 맞게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데 받은 만큼 보내줘야 해서 번거롭다"며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고 했다.


설 경비 평균 30.7만원...지난해 절반 수준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직장인 899명 등 성인남녀 1609명을 대상으로 ‘2021년 올해 설 계획’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잡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잡코리아가 알바몬과 함께 직장인 899명 등 성인남녀 1609명을 대상으로 ‘2021년 올해 설 계획’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직장인들의 설 예상 경비는 평균 30만70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54만원이었던 지난해보다 23만원 정도 줄었다. 특히 기혼 직장인들의 경우 지난해 같은 조사 때의 설 예상 경비 80만3000원에서 올해는 38만8000원으로 급감했다.

세뱃돈 예산은 설 예상 경비만큼 큰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직장인들이 예상하는 세뱃돈 예산은 총 13만9000원으로 지난해 16만4000원보다 2만5000원 감소했다. 한편 성인남녀 10명 중 7명은 올해 설 명절에 따로 친지 모임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직장인은 71.5%로 가장 높았으며, 취준생이 68.8%로 뒤를 이었다. 응답자 중 86.1%는 참석하지 않는 이유로 ‘코로나19’를 꼽았다.


세뱃돈으로 주식 투자

지난 7일 온라인 맘카페에 '아이들 세뱃돈으로 주식 사주려는데 추천이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맘카페 캡처

세뱃돈 대신 구글카드, 영양제, 문화상품권 등도 뜨고 있다. 한 온라인 맘카페에는 “세뱃돈 대신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양제를 택배로 미리 보냈다”는 글이 올라왔다. "초등학교 남학생들이 좋아할 선물이나 세뱃돈 전달방법 추천해달라"는 게시글에는 “구글 선불카드를 등기로 보냈다” "편의점 상품권을 보냈다" "우체국을 통해 문화상품권 보내는 방법도 있다" 등 댓글 조언이 달렸다.

최근 주식 열풍을 타고 자녀들의 세뱃돈으로 주식 투자를 권하는 부모들도 있었다. “아이들 세뱃돈으로 주식을 사주려고 하는데, 뭐가 좋겠나”라는 문의 글이 자주 눈에 띄었다. 자영업에 종사하는 함승원(38)씨는 "처음에 적금으로 넣었다가 금리도 낮고 증여세 등을 고려해 차라리 주식으로 넣자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아이들에게 들어오는 세뱃돈은 주식에 계속해서 넣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