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출범 보름만에..미·중 외교수장 첫 통화서 충돌

이유정 2021. 2. 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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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AP=연합뉴스]


‘G2’의 허니문 기간은 이대로 끝나게 될까.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달 출범한 이후 보름 만인 5일(현지시간) 앤서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양제츠(杨洁篪)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충돌했다. 이날 미·중 외교 수장의 첫 전화 통화에서 충돌하면서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첫 통화에서 중국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민감 현안을 조목조목 거론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신장 위구르ㆍ티베트와 홍콩 문제 비롯해 지속적으로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를 옹호할 것”이라며 “중국은 버마(미얀마) 군사 쿠데타를 비판하는 국제사회에 동참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어 “미국은 대만 해협을 비롯해 인도 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위협하고 국제사회의 규범을 약화시키는 중국 공산당의 시도에 책임을 묻고자 미국의 동맹, 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우리의 가치·이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도 비판 어조를 굳이 숨기지 않았다. 양 국원이 “대만 문제는 중국의 주권과 영토가 걸린 문제“라며 “홍콩 등 모든 문제는 중국의 내정으로 어떤 외부 세력의 간섭도 허용할 수 없다”고 되받았다면서다. 그는 “중국은 미국이 일정기간 동안 저지른 실수를 바로잡을 것”이라며 “중·미 쌍방은 서로를 존중해야 하며 중국을 모독하는 어떤 시도도 실현될 수 없다”고도 했다.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AP=연합뉴스]


이날 미중 외교 수장의 통화는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통화를 앞두고 이뤄졌다. 첫 고위급 접촉에서 양측이 속내를 솔직히 드러내고, 정상 간 통화에선 좀 더 부드러운 분위기가 조성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양국 앞에 놓인 현안 하나하나가 만만치 않아 트럼프 시대 못지 않게 바이든 시대에도 미ㆍ중 갈등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 주석은 지난해 미 대선 이후 바이든 대통령에게 뒤늦게 당선 축서를 보낸 세계 정상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 당시 시 주석은 “양측이 충돌과 대항을 피하고 세계 평화를 추진하자”며 화해 메시지를 보냈다.

앞서 트럼프 정부는 임기가 끝날 때까지 중국 공산당에 맹공을 퍼부었다. 12월 중국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 부위원장 14명을 무더기로 제재 리스트에 추가하고, 대만에 수조원대 무기수출을 승인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도 지난달 21(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고위급 인사 28명에 대한 무더기 제재를 때리며 맞불을 놨다. 바이든 정부 출범으로 미ㆍ중 갈등이 상대적으로 완화될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지만, 양상만 달라질 뿐 강도는 오히려 세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28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보건 관련 행정 명령에 사인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지난 25일 세계경제포럼 다보스 특별회의에서 화상을 통해 연설하는 모습. [AP·신화=연합뉴스]


바이든 시대 미ㆍ중 갈등은 다자무대의 주도권 다툼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국무부를 찾아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는 문장을 두 차례 반복하며 강조했다. 그는 이날 동맹 외교를 복원하고 전세계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겠다는 외교 밑그림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 교도통신 등 일본매체들은 바이든 정부가 쿼드(미국ㆍ일본ㆍ인도ㆍ호주) 4개국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앞서 시 주석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화상으로 개최된 다보스 포럼 연설에서 “다자주의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무대에서 '작은 서클'과 '새로운 냉전'을 만들어 타인을 제재하고 고립시켜선 안 된다”며 “선택적 다자주의가 우리의 선택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트럼프 시대 세계보건기구(WHO) 등 다자 협의체에서 미국의 공간을 조금씩 잠식해가는 전략을 썼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튀어나오는 새로운 변수들도 미·중 관계 개선의 함수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의 정권 교체기를 틈타 미얀마에서 지난 1일(현지시간) 친중 성향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게 대표적이다. 미얀마는 지리적으로 인도·태국·베트남과 가깝고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미국으로선 아시아 지역의 중요한 포석이라고 한다. 새로운 군부를 옥죄자니 요충지인 미얀마가 중국에 넘어갈 수 있고, 그냥 두기엔 바이든 정부가 앞세우는 '미국의 민주주의' 가치에 반한다는 딜레마가 있다.

이를 두고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 견제라는 실리와 세계 리더십 회복이라는 가치 중에 미국이 어떤 선택하느냐의 상황"이라며 "미얀마 문제가 바이든 정부 외교력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는 보다 밀착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8일 시 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새해 인사를 전화로 주고 받으며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을 위한 ‘중ㆍ러 연합계획’을 제안했다. 양국은 올해 우호선린협정 20주년을 맞기도 한다.

바이든 정부로선 러시아를 움직여 중국을 무기 통제 체제 안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입장이다. 지난 3일 러시아와 신전략무기 감축협정인 ‘뉴스타트’ 연장 협정에 서명하면서 “이는 우리의 21세기 안보 도전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작에 불과할 뿐”이라며 “미국 정부는 동맹국들과 함께 중국의 현대화 되고 성장하는 핵무기 위협을 줄이기 위한 무기 통제를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중국 관련 언급은 러시아 측 발표 자료에는 담기지 않았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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