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치 미리 '영끌'한 증시..또 달리려면 백신·부양책 관건

이민우 2021. 2. 7. 13:2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정 진입 韓증시, 내년 기업이익·경제성장 기대감까지 선반영
상승장 재진입 위해선 펀더멘털 기대치 제고돼야
코로나19 백신·경기부양책 관건.."익숙한 재료도 다시 보자"
2월의 첫 휴일인 6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국내 증시가 내년 기업이익과 경제 성장 기대까지 선반영하면서 조정이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과 경기 부양책을 통해 내년 기초여건(펀더멘털)에 대한 기대치가 한 단계 더 높아져야 조정장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코스피는 전날 보다 1.07% 오른 3120.63에 마감했다. 지난달 25일 3208.99로 마감하며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3200선을 넘어선 이후 같은달 29일 2976.21까지 내려간 뒤 다음달 바로 3000선으로 다시 회복했다. 다만 반등의 힘은 약한 상태다. 3000 후반대와 3100 초반대를 오가는 조정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공매도에 반발해 개인투자자들이 집단으로 '게임스톱' 주식을 매수하며 주가가 급등, 헤지펀드들이 큰 손해를 입었던 사태로 인해 전 세계로 불확실성이 퍼져나가는 한편 중국 인민은행의 긴축 가능성 등 최근 증시 급락을 야기한 불안요소들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모습이다.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 기대치까지 미리 반영한 韓증시

IBK투자증권은 이 같은 조정의 배경으로 상승 동력 부재를 꼽았다. 올해 경기 경기 회복 기대감은 유효하지만 주식시장은 올해 뿐만 아니라 내년 경기와 이익 회복에 대한 기대치까지 모두 끌어와 선반영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5배 수준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0~2019년 평균 9.7배에 비해 훨씬 높다"며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경제 정상화가 예상되는 2022년 이익 전망을 기준으로 산출한 PER도 12.4배로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시가총액을 명목 국내총생산(GDP)로 나눈 '버핏 지수' 등 다른 가치 평가 방식으로 봐도 마찬가지다. 최근 4개분기 명목GDP 대비 코스피 시가총액 비율은 1.12배로 과거 평균 0.78배를 크게 웃돈다. 올해와 내년 연말 기준으로 시장 예상 GDP를 대입해도 각각 1.08배와 1.04배에 달한다. 역시 과거 평균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통상 버핏지수 0.8배 미만을 저평가, 1.0배 이상을 고평가 국면으로 간주한다. 안 연구원은 "과거와 달리 유동성이나 업종 구조 등 구조적 변화가 있지만 2022년 이익과 경제 회복까지 선반영한 현재 주가 수준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유동성 확장세가 더 강해지지 않는다면 강세장 재개를 위해 올해와 내년의 이익 및 경제 펀더멘털의 기대치가 추가로 성장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백신과 부양책, 익숙하지만 가장 중요한 변수

IBK투자증권은 올해와 내년 펀더멘털 기대치를 높일 최우선 변수는 코로나19 백신과 경기 부양책이라고 진단했다. 가장 익숙하지만 여전히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안 연구원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되고 있고 주요국에서 추가 부양책을 예고하고 있지만, 그로 인한 기업이익과 경제의 상방 압력 크기와 시점을 가늠하기는 어렵다."며 "아직 각종 전망치에 기대 효과가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백신 접종과 코로나19 확산 추이, 추가 부양책의 구체적 내용에 따라 올해와 내년 기업이익, 성장 전망치가 상향되면 강세장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선행 국가 사례를 통해 기대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이스라엘이 대표적이다. 이달 초 이미 37%의 접종률을 기록했다. 집단면역을 위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유의미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화이자사(社)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이스라엘에서는 92%에 달하는 예방 효과를 발휘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세계 전체 접종률은 1%를 겨우 넘은 수준이다. 이마저도 백신 효과를 위해 필요한 횟수를 모두 다 접종한 경우를 기준으로 측정하면 0.15% 수준으로 내려간다. 이스라엘 사례를 감안하면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시장의 경기 회복 기대치가 높아질 수 있다. 지난해 말 취해진 봉쇄조치와 동절기 종료에 따라 미국과 유럽에서 신규 확진자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긍정적이다.

경기부양책 중에서는 단연 미국 행정부의 재정부양책이 관건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과 9000억달러 규모 부양책 발표, 상·하원 민주당 장악(블루웨이브), 1조9000억달러 규모 추가 부양책 추진 예고 등을 거치며 미국의 기업이익과 성장 전망은 높아졌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한 재정정책 확대 기조가 여전한 만큼 시장의 기대치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조9000억달러 규모 부양책의 기대 효과도 기업이익과 성장 전망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공화당의 반발로 부양책 규모와 내용 등 정책 강도가 낮춰질 수 있다고 전망해왔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는 예상보다 강하게 1조9000억달러 부양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상원에서 다수결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예산조정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안 연구원은 "남은 절차를 감안하면 부양책 최종 통과는 3월로 미뤄질 수 있지만, 부양책 규모가 시장의 최초 전망치(컨센서스)보다 커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더불어 다음 단계의 정책으로 바이든 정부가 예고한 경제회복계획도 주식시장의 추가 모멘텀을 형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