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이끌 비상장 3인방 범천정밀·스테코·신세계엘앤비 뜬다
상장사는 공시 의무 덕분에 상대적으로 투명하게 성장세를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비상장사는 다르다. 그나마 매출액, 임직원 수 등 일정 기준을 갖춰야 외부감사 대상으로 분류돼 금감원 전자공시 시스템에서 감사보고서 정도만 볼 수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들 중 성장이 기대되는 유망 기업은 분명히 있다. 단순 외형 성장이 아니라 영업이익률, 영업이익 증가율, 매출이나 영업이익 대비 연구개발(R&D) 지출 비율 등 다양한 면에서 상장사를 압도하는 기업도 상당수다.
▶R&D 투자의 정석
▷영업이익 대비 투자율 두 자릿수
중견기업인 범천정밀이 대표적이다. 1982년 설립된 범천정밀은 이어폰, 음향기기, 휴대폰, 게임기 등에 필요한 음향 부품을 30년 가까이 생산해왔다. 생산하는 제품의 90%는 해외로 수출한다. 덕분에 지난 30년 동안 매출이 꽤 안정적이었는데도 회사는 2019년 영업이익(329억원) 중 70억원을 고스란히 R&D에 쏟아부었다. 영업이익 대비 R&D 비율이 21.3%에 달한다. 이와 별개로 기계·설비 등에 재투자한 금액만도 40억원이 넘는다. 2016년 148명에 불과했던 임직원 수는 지난해 322명으로 늘었다. 범천정밀은 R&D로 다양한 금속을 가공하는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전기차 부품인 터미널플레이트, 집전장치, 씰핀 등을 생산한다.
반도체 업체 ‘스테코’도 범천정밀과 비슷한 경우다. 반도체 장비나 반도체 소자를 생산하는 스테코는 2019년 영업이익(119억원)의 9.6%에 달하는 11억4000만원을 R&D에 재투자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스테코가 만드는 제품은 삼성 갤럭시, 애플 아이폰에 탑재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는다.
▶콘텐츠·소셜
▷국내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
웹툰·웹소설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역시 상장은 돼 있지 않지만 ‘콘텐츠 공룡’으로 통할 정도로 성장세가 거세다. 특히 카카오페이지는 지난해 말부터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를 통해 인기 작품을 현지에 선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카카오페이지는 3월 1일 카카오M과 합병을 완료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사명을 바꾼다. 두 회사 간 합병을 통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북미, 인도, 동남아 시장 콘텐츠 시장을 공략한다는 청사진을 그린다.
기술 스타트업 ‘하이퍼커넥트’는 2014년 설립 당시 영상 플랫폼 시대가 올 것을 예측하고 실시간 영상 커뮤니케이션 기술에 주목해왔다. 설립 후 줄곧 비디오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문을 두드려왔는데, 그 결과 영상 메신저 앱 ‘아자르’를 통해 글로벌 영상 기술 기업으로 거듭났다. 현재 전 세계 230개 국가에서 19개 언어로 서비스 중인 ‘아자르’ 앱은 글로벌 이용자 비중이 99%에 달해 ‘손바닥 위의 지구촌’으로 불린다. 한국기업데이터는 “단순히 인기 앱을 만든 것뿐 아니라 2019년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각각 전년 대비 57.5%, 16.6%씩 성장했다”며 “2016년 48명에 그쳤던 직원 수가 지난해 9월 340명까지 늘며 회사 덩치가 커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 ‘소유’하지 않고 나눠 쓰는 데 익숙해진 시대, ‘롯데렌터카’나 주차장 운영 업체 ‘지에스파크24’ 등 공유경제를 파고들어 성장하는 기업도 주목받는다.
▶코로나19 반사이익
▷헬스케어·뷰티…쑥쑥 크는 식음료
한국기업데이터가 올해 주목하는 또 다른 산업군은 헬스케어·뷰티다.
특히 최근 연간 5조원 규모로 성장한 건강기능식품 산업에서는 상장 열기가 뜨겁다. 새해 유망 기업으로 ‘에이치피오’가 꼽힌 이유다. ‘덴마크 유산균 이야기’를 파는 에이치피오의 2019년 매출액과 영엽이익은 476억원, 91억원.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해 1400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매출의 60% 이상을 최근 가파르게 성장 중인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에서 올리고 있다.
‘태극제약’은 사실 한동안 매출이 줄곧 하향세였다. 2017년 LG생활건강에 인수된 이후 기미·주근깨 치료 일반약 도미나크림과 여기서 파생된 화장품 몇몇 제품을 제외하면 사실상 역성장을 하고 있다. 2019년에는 영업이익이 4억5000만원대에 그치며 1%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적도 있다. 하지만 2019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 570%씩 성장하며 부진했던 지난 실적을 만회했다. R&D와 기계설비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임직원 규모도 15.8% 늘렸다.
이외에 글로벌 패션·뷰티 기업 에이피알은 자회사 에이피알패션과 합병하면서 널디(패션), 에이프릴스킨(화장품), 메디큐브(더마코스메틱), 포맨트(향수), 글램디(뷰티·헬스케어) 5개 브랜드를 보유한 회사로 덩치를 키웠다. 온라인 자사몰 중심의 전략으로 미국, 중국, 일본 등 전 세계 7개국에 진출한 덕분에 호평을 받았다.
저가 와인 시장은 지난해 코로나19의 반사이익을 본 분야 중 하나다. 특히 와인 수입 업체 신세계엘앤비는 2019년과 지난해 연달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3%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른바 ‘정용진 와인’으로 불리는 저가 와인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는 터라 이익률은 낮은 편이지만 2018년 한때 영업이익률이 1%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를 운영하는 제너시스비비큐 역시 지난해 코로나19로 치킨 배달 수요가 급증하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제너시스비비큐는 코로나19를 기회로 삼아 올해 코스닥 상장에도 재도전한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 속 반사이익을 본 업종 중 ‘비대면’도 빼놓을 수 없다.
효성티앤에스가 만들어 파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는 사실 국내에서는 ‘사양 산업’이다. 시장이 더 커지지 않다보니 효성티앤에스는 일찍부터 해외로 눈을 돌렸다. 미국, 러시아, 인도 등에선 ATM 수요가 여전하다고 판단해서다. 효성티앤에스의 미국 시장점유율은 47%까지 치솟았다. 최근에는 러시아에서 현금 입출금뿐 아니라 비대면 택배 신청, 항공권 구매, 택시 호출, 영화 예약까지 가능한 ATM을 선보이면서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효성티앤에스 관계자는 “러시아 등 해외 수주에 힘입어 올해 처음 매출 1조원을 넘길 것”이라고 자랑한다.
그 밖에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한 ‘토리컴(비철금속 제련)’ ‘캡스텍(경비·경호 서비스)’과 산업용 가스를 생산하는 ‘그린에어’가 한국데이터가 선정한 유망 비상장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95호 (2021.02.03~2021.02.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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