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뭐약] 한달 전 처방받은 약, 먹어도 될까?
설 연휴를 앞두고 미리 당뇨, 고혈압 등의 약을 처방받으러 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최소 1주일 이상 장기처방 받은 약들은 어떻게 보관해야 안전하게 먹을 수 있을까? 남은 약들은 나중에 먹어도 될까? 헬스조선이 장기처방 비중이 높은 병원약국을 찾아 안전한 약 복용법을 들어봤다.
◇약포지, 약통, PTP… 종류도 많은 약, 한 곳에 보관해도 된다?
장기처방을 받게 되면, 다양한 형태로 포장된 약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단기 처방약처럼 여러 가지 약이 개별 약포지에 포장되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약통을 통째로 받거나 PTP(압박포장, press through package)를 여러 개 받기도 한다. 종류도, 포장도 제각각인 약들을 한 곳에 보관해도 되도 괜찮은지 걱정된다.
전문가들은 "원래 포장된 용기에 보관되면 괜찮다"고 조언한다. 한국병원약사회 김재송 홍보이사(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약사)는 "보통 의약품은 특별한 조건이 없는 경우, 직사광선을 피해 보통 온도 25℃, 습도 60% 이하의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일반적인 보관방법이다"고 밝혔다. 그는 "가장 좋은 보관용기는 사용설명서가 함께 있는 원래 용기이다"고 말했다.
의약품의 사용설명서는 효능, 복용 방법, 주의사항 등 환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담고 있다. 특히나 유효기간은 약 상자 겉면에 쓰여 있기 때문에 꼭 포장된 상자와 사용설명서를 함께 보관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먹기 쉽도록 한개 약포지에 여러 약이 들어 있는 경우라도 특별한 지시사항이 없다면 기본적인 보관법만 지키면 된다. 김재송 약사는 "한개 약포지로 포장된 약은 처방일수 동안 복용하는 것을 전제로 포장한 것이기 때문에 일수만 정확히 지켜 복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처방받은 지 한 달 지난 약, 먹어도 괜찮을까?
일부 의약품을 제외한다면 1년까지는 먹어도 괜찮다. 2019년 한국병원약사회 질향상위원회에서 발행한 ‘의료기관 내 개봉 의약품 관리 지침’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가이드에서 권장하는 개봉의약품의 사용 가능 기간은 1년이다. 약국에서 지퍼백이나 개별약포지로 포장해준 의약품도 마찬가지로 1년이다.
그러나 습도에 민감하거나 물리적으로 불안정한 의약품(협심증치료제인 니트로글리세린 등) 원래 포장이 제거된 의약품, 가루약, 시럽제 등은 예외다. 가루약은 조제한 날로부터 6개월, 시럽제는 1개월까지만 사용 가능하다. 코나 귀에 적용하는 점이제·점비제와 가글제는 개봉 후 1개월까지만 사용해야 하고, 그 외 연고와 크림은 6개월까지 사용 가능하다.
김재송 약사는 "먹기 편해지려고 원래 포장을 제거, 변경한 약은 개봉의약품에 적용되는 사용 가능 기간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처방약은 복용 후 남은 약은 아깝다고 오래 두지 말고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하는 게 가장 좋다. 김재송 약사는 "남은 약을 제때 폐기하면 다른 가족이나 반려동물이 실수로 의약품을 복용하거나 오용할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먹다 남은 감기약, 증상 비슷한 가족이 먹어도 될까?
감기 증상을 보이는 어머니가 내가 먹던 감기약을 드시려고 한다면 당장 말리는 것이 좋다. 증상이 비슷하다고 이전에 처방받았던 조제약을 다른 사람이 복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재송 약사는 "감기약에 들어 있는 해열제도 용법·용량을 잘 지켜 복용하면 안전한 약에 속하지만, 부작용이 전혀 없는 약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약사는 "대표적인 해열진통제 아세트아미노펜도 정해진 양보다 많이 복용할 경우 심각한 간 독성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부프로펜과 덱시부프로펜의 경우 위장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린이의 경우 비슷한 증상으로 전에 처방받은 조제약을 임의로 먹이거나 형제나 자매 등의 약을 나누어 먹이면 안 되며, 일반적인 감기약도 증상이 좋아졌다고 복용을 중단하지 말고 지정된 처방일수까지 복용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빨리 낫겠다고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과 약국에서 구매하는 종합감기약을 한꺼번에 복용하는 것도 금물이다. 특히 만 2세 미만의 영·유아가 감기에 걸린 경우라면, 일반의약품으로 구입한 감기약 시럽을 임의로 투여해서는 안 되고 의사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남은 약, 어떻게 버려야 할까?
환경을 생각한다면 남은 약은 일반 쓰레기가 아닌 '폐의약품 수거함'에 버려야 한다. 약을 그냥 일반쓰레기에 버리면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오래된 약이나 남은 모든 약은 근처 약국에 설치된 '폐의약품 수거함'에 버려야 한다. 특히 마약 성분의 강력한 진통제인 펜타닐 패치제(Fentanyl patch)는 사용 후 반드시 반으로 접어 폐기해야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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