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호의 미래 당겨보기] 사무실의 경계를 넘어, 하이브리드 근무가 온다

2021. 2. 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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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반은 사무실에서 일하고 다른 날은 집이나 다른 장소에서 번갈아 가며 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가 표준적인 업무 형태로 정착될 수 있을까. 알파벳(구글의 모기업)의 CEO 순다르 피차이는 작년 12월에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올 9월로 연기하고, 일주에 3일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공동작업의 날"로 정하고, 2일은 재택근무하는 '유연근무'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미국을 비롯하여 유럽의 많은 기업들은 작년 3월부터 지금까지 전면적 또는 부분적으로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기업들은 사무실 재개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구글이 먼저 입장을 밝힌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업무 형태와 사무실은 이전과 같을 것인가,다르다면 무엇이 다를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구글의 계획은 논의를 수렴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구글은 사무실 근무와 재택근무가 결합된 유연 근무제에 대한 실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유연한근무 모델이 생산성, 협업 및 웰빙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설을 테스트하겠다는 계획이다.두드러지는 부분은 사무실을 ‘업무’ 공간에서 ‘공동작업’, ‘협업’ 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새로운 사무실 디자인 계획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위험이 낮은 지역에 새로운 디자인의 사무실을 개설하고, 최대 12명의 협업 공간, 대규모 모임을 위한 야외 공간, 전문가 수준의 방송을 내보낼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 부스 등으로 구성한다는 계획이다.조용한 공간이 필요한 직원을 위해서는 예약 가능한 사무실과 책상을 제공하고, 직원들이 사무실 근무와 재택근무의 차이를 경험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이전에 구글의 개방적이고 캐주얼한 사무실 모델은 IT기업을 넘어 대기업, 스타트업의 모델이 됐으며, 무료 스낵 및 여러가지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무실 특전은 기업 세계로 확산된 적이 있다.구글의 새로운 사무실 정책이 또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을까? 코로나19팬데믹으로 인하여 급속하게 실시된 재택근무라는 강제된 실험, 전세계에서 거의 동시적으로 실시된 실험 결과를 살펴보면서 미래의 사무실, 일의 형태를 전망해 보고자 한다.

금융·정보기술·교육 분야 중심으로 유연근무 도입

우선 재택근무, 유연근무 도입이 쉬운 산업 분야는 어디일까? 퓨리서치센터가 팬데믹이 계속되고 있는 2020년 10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된 9개 그룹 산업 중 4개 산업의 대다수 직원들은 자신의 업무 대부분을 집에서 수행 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금융 분야(은행, 금융, 회계, 부동산)와 정보 및 기술 분야에서 각각 84%, 교육 분야와 전문 분야(전문가,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에서 각각 59%순이었다.그 다음이 공공 분야(정부, 공공 행정, 군)가 46%로 절반 이하였으며, 다른 분야는 16~33% 사이었다. 한국도 2020년 7월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재택근무 활용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재택근무를 운영한다는 응답이 높은 업종은 금융 및 보험업,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 교육서비스업, 정보통신업 순이었다. 응답율이 61~67% 수준에서 비슷한 것은 재택근무 기간이 짧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결국 유연근무 도입이 가장 무난한 산업은 금융, 정보기술, 교육, 전문 서비스 분야이다.업무의 온라인화가 쉽거나 온라인화 수준이 높은 분야가 유연근무가 쉽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재택근무의 효과이다. 답변은 위의 재택근무 도입 가능성이 높은 산업 순으로 재택근무 중에 중단없이 업무를 수행하기가 어려웠다는 응답 비율이 적었다. 즉 재택근무 용이 업종일수록 부정적인 반응이 적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전 업종에서 단절감, 균형을 맞추기 어려운 일과 가족에 대한 책임감 등을 호소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재택근무의 직원 만족도는 어느 나라에서나 절반 이상으로 높았다.금융, 정보기술 분야에서는 경영진도 재택근무가 생산성 저하를 가져오지 않았고 오히려 높았다고 만족해하고 있다. 재택근무로 출퇴근 시간이 감소한 대신 집에서의 업무시간이 늘고, 회의 횟수도 늘어 업무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히 일어났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코로나19로 촉발된 하이브리드 근무, 서서히 표준으로 정착될 것

세 번째는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표준적인 업무 형태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전망이다. 전망은 엇갈린다. 그러나 많은 연구기관에서는 전체 근무일의 20~27% 정도가 재택에서 이뤄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 5일 중에서 하루 이틀 정도는 재택근무를 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직장인들은 앞으로 2일 이상은 재택근무를 하고 싶다고 응답하고 있으며, 일주일에 2~3일 재택근무하는 유연근무가 급여의 15%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즉, 급여 15%가 줄더라도 재택근무를 선택하겠다는 입장이다.

네 번째는 기존 사무실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이슈이다.아직 사무실 공간 구성에 대한 논의가 많지 않지만,대략적으로 사무실은 업무 공간보다 협업 공간으로서의 의미가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사무실은 생산성, 협력, 조직문화, 멘토링(역량 개발),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멋진 공간 등의 역할을 해왔다. 이런 역할은 재택근무가 대체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재택근무가 가능한 상황에서 사무실 근무만을 강제할 이유도 약해졌다. 업무 공간을 줄이면 기업 입장에서는 부동산 비용이 줄어든다. 결국 사무실은 새로운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고, 그 역할은 협업과 조직문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섯 번째는 업무 방식의 변화이다. 온라인 툴을 이용해서 생산성과 협력성은 물론 사무실에서의 우연한 대화에서 나오는 아이디어, 창조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가 앞으로 업무 툴 개발업체에게 남겨진 과제라고 할 수 있다. Zoom(화상회의)를 넘어 VR(가상현실), 가상 테스크탑, 가상 화이트보드 등 다양한 업무 툴들이 이러한 기능을 향상시켜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재택근무 확대 계획을 밝힌 기업은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 일과 삶의 균형 추구, 온실가스 저감 등 사회현안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서 하이브리드 근무는 서서히 표준 업무 형태로 정착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명호 (재)여시재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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