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뜨자 까마귀 떼 물러섰다..하늘의 제왕 '독수리' 위용[영상]
천연기념물(제243-1호)인 겨울 철새 독수리의 생생한 야생에서의 먹이활동 장면이 포착됐다.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 군남댐(홍수조절지, 북한 황강댐 대응댐) 300여 m 아래쪽 임진강. 강물이 꽁꽁 얼어붙은 강가 쪽 빙판 위. 쇠기러기 1마리의 사체가 발견됐다.
까마귀 1마리가 날아드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10여 마리의 까마귀가 몰려들었다. 까마귀들은 이내 몸싸움을 벌이며 힘센 까마귀부터 쇠기러기의 사체를 뜯어먹기 시작했다. 털부터 뽑기 시작하는 까마귀도 있다. 연약한 부위부터 먹기 시작했다.
이때였다. 어른 키만큼 크고 넓은 날개를 펴고 활강하며 어디선가 독수리 1마리가 쏜살같이 날아들었다. 까마귀들은 독수리의 위용에 놀라 일순간에 주변으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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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떼, 먹이에 얼씬도 못 한 채 대기
독수리는 곧바로 쇠기러기에 올라선 채 강력한 발과 발톱으로 쇠기러기를 누른 채 강한 턱과 부리를 이용해 뜯어 먹어 시작했다. 이때 까마귀 떼가 주위를 둘러싼 채 서서 먹이를 차지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렸다. 어떤 까마귀는 독수리 등에 올라타거나 꼬리를 물고 늘어지며 독수리를 괴롭히기도 했다.
독수리는 이에 굴하지 않았다. 날개를 퍼덕이거나 부리로 쪼아버릴 듯한 으름장으로 까마귀 무리를 물리쳤다. 이 틈에 한 까마귀가 작은 뼛조각을 물어 옆으로 빼내자 까마귀 무리가 우르르 몰려들어 순식간에 뼈를 발라 먹었다.
이 순간 상공엔 좀처럼 보기 힘든 천연기념물(제243-4호) 맹금류인 흰꼬리수리 2마리가 나타났다. 이미 독수리가 차지한 먹이 주위 하늘을 몇 차례 빙빙 돌았다. 이어 먹이 주위 나뭇가지에 내려앉았다가 다시 먹이 옆 빙판으로 날아와 앉았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먹이를 독차지한 독수리가 가끔 고개를 들어 무서운 눈빛을 보내며 경계하자 곁에는 차마 다가가지 못한 채 2∼3m 거리를 둔 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이어 20여분을 지켜보기만 하던 흰꼬리수리는 독수리가 먹이를 거의 먹어갈 즈음, 먹이를 포기한 채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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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금류 흰꼬리수리 2마리도 주변만 맴돌아
독수리는 1시간에 걸쳐 뼈만 남기다시피 한 채 쇠기러기 1마리를 모두 먹어치우고는 씩씩하게 날아올랐다. 배를 그득히 채운 독수리는 힘찬 날갯짓을 하며 인근 군남댐 너머 북쪽 방면 민통선(민간인 출입통제선) 내 빙애여울 쪽으로 훨훨 날아갔다. 그제야 주변에 대기 중이던 까마귀 10여 마리가 남은 뼈에 달려들어 조금 남아있던 살점을 순식간에 깨끗이 먹어 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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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제왕’ 독수리 참모습 확인”
이날 이런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이석우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대표는“‘하늘의 제왕’다운 당당한 위용을 갖추고도 평소 땅에서는 까치와 까마귀, 심지어 두루미에게까지도 종종 쫓기던 모습을 보이던 독수리의 참모습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21년째 임진강 두루미 보호 활동에 앞장서 ‘두루미 아빠’로 불리는 이석우 대표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번 독수리의 야생 먹이활동 장면 등 직접 촬영한 DMZ(비무장지대) 일대 야생생태 영상을 최근 유튜브에 올려 관심 있는 많은 분과 공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독수리=한국과 몽골을 오가며 서식한다. 동물의 사체를 먹어 ‘야생의 청소부’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수릿과 조류 중 덩치가 큰 맹금류를 흔히 ‘독수리’로 통칭하지만, 엄밀하게는 서로 다른 종(種)이다. 가령 ‘미국 독수리’는 흰머리수리를 말한다. 수릿과 조류 중 독수리·검독수리·참수리·흰꼬리수리 등 4종류가 천연기념물(제243호)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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