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자치구 인사 같은 점&다른점?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인사는 조직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 때문에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을 것이다.
어느 조직이든 생산성을 높이려면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능력에 맞는 사람을 배치하느냐 못하느냐에 조직의 효율을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들도 연말 승진 및 전보 인사들 단행, 2021년을 새롭게 이끌어가고 있다.
서울시는 본청은 물론 한강사업본부 및 상수도본부, 사업소 등 4만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며 40조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을 갖고 글로벌 도시 서울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이에 반해 25개 자치구(구청)는 1200~1500여명의 직원들이 주민들 삶과 밀접한 교통,주거 등 생활행정을 펼치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울시나 자치구 모두 조직 운영에 있어 최적의 인재를 배치, 서울시민이나 자치구 구민들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인사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능력 있는 직원들을 ‘일하는 부서’에 배치,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같다고 하겠다.
이 때문에 서울시나 자치구 공무원들이 소위 주요 부서에 배치되는 것 자체가 능력을 인정받은 것이나 다름 없어 ‘승진’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따라 승진 가능성이 큰 ‘보직’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는 것 또한 매우 당연한 현상이다. 특히 서울시는 사회적으로 부각되는 이슈를 다루는 ‘일하는 부서’ 장이 승진한다.
지난해 경우 코로나19로 종교시설 등에 대한 감염병 예방이 주요 이슈가 됨에 따라 문화정책과장이 3급 승진했다. 2019년에는 미세먼지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환경정책과장이 승진하는 케이스 등이다.
이외 교통정책과장, 복지정책과장, 경제정책과장, 주택정책과장, 기획담당관, 예산담당관, 감사담당관, 언론담당관 등도 승진 코스다.
이들 부서는 업적으로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는 철저히 ‘실적’과 ‘능력’ 위주로 승진자를 결정한다. 특히 3급(부이사관) 승진은 고시 출신이 주류를 이루면서 더욱 그렇다. 여기에 일반직과 여성을 적절히 배치 조직 운영의 묘를 기한다.
이런 논리는 자치구도 비슷하다. 자치구는 규모는 작지만 주민들 생활 행정을 펼치는데 밀접한 기획예산과장, 자치행정과장, 홍보과장, 복지정책과장 등 일하는 부서장과 조직을 운영하는 총무과장, 감사담당관 등이 빛을 발하는 데는 서울시와 마찬가지다.
그러나 자치구는 승진에 있어 ‘능력’과 함께 ‘나이’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구청은 조직이 작아 한 사람이 승진하면 잇달아 승진 릴레이를 이뤄진다. 특히 4급 승진자의 경우 퇴직을 1~2년 앞둔 사람을 결정할 경우 조직 순환이 무난하기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 구청들은 연말이나 하반기 승진할 경우 특히 4급(서기관) 승진 예정자를 결정할 때 퇴직을 얼마 남기지 않은 후보군을 뽑는 경우가 많다.
유덕열 동대문구청장, 정원오 성동구청장 등이 능력과 함께 퇴직 연수를 감안한 인사를 하는 경우다 많다.
그러나 본인이 25개 구청장 중 매우 젊은 A구청장은 비교적 젊은 4급 승진자를 선정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모은다.
또 다른 서울 자치구들은 4급 승진 후 7~8년을 근무할 수 있게 해 승진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조직 활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는 곳도 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너무 젊은 사람을 4급 승진시키면 몇 년 동안 4급과 5,6급 등 연쇄적인 승진 자리가 나오지 않아 조직 활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특히 자치구 공무원들은 승진이란 메리트가 없을 경우 일할 의욕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9급으로 자치구에 들어와 30여년 근무하면 5급(사무관)이라도 승진해야 하는데 그마져 기회가 없다고 보면 근무 의욕이 떨어지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에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구청장들은 인사철이 되면 인사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구청장은 “인사가 권리가 아니라 고통”이라는 말을 할 정도다. 승진 시킬 자리는 한정됐는데 후보군(대상자)는 많아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하소연으로 들린다.
이 때문에 누가 봐도 큰 잡음 없이 인사를 잘하는 구청장은 좋은 평가를 받는 반면 그렇지 못한 경우 내부 직원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한 관계자는 “구청 직원들은 앞에서 직접 얘기는 못하지만 구청장 인사를 보면 구청장의 ‘모든 것’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으로 들어와 한 지역에서 30년 넘게 근무하다보면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읽어내는 ‘눈치가 9단’ 정도 되기 때문이다.
오래전 한 구청장은 재임 시절 직원들을 너무 힘들게 해 그 후 선거에 출마했지만 여러 번 실패한 것을 볼 때 지역 주민이기도 한 구청 직원들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 것 아닌가 하는 분석이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또 다른 자치구 관계자는 “민선 8기 지방선거가 1년여 앞으로 다가왔는데 지역 주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직원들로부터 좋은 말들이 나갈 수 있도록 소통을 잘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이라고 전했다.
단체장은 주민은 물론 직원들로부터 평가를 받는 힘든 자림임에 틀림 없어 보인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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