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전남대 어디에나 신천지가 있었다" 끈질긴 30년 악연
[김동규 기자]
▲ 광주 북구에 위치한 전남대. |
ⓒ 소중한 |
지난 2일 전남대 학생회 한 간부가 신천지 신도라는 의혹을 받고 논란이 커지자 총학생회가 총사퇴했다. 전남대와 신천지의 '악연'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7년 당시 신흥종교였던 신천지는 경기도 과천을 근거지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때 과천에서 활동하던 A씨가 광주로 내려와 개척 교회를 만들고 전도 활동을 진행하게 된다. 당시 20대였던 A씨는 전도 대상으로 청년들을 주목했다.
특히 광주 북구에 위치한 전남대 재학생들이 주요한 전도 대상이 되었다. 곧 젊은 청년들이 신천지에 합류하게 되었고, 교세는 눈에 띄게 확장되었다. 당시 신천지는 청년들을 불러모아 강연을 듣게 한 후 예배에 나오게 하는 방식으로 신도를 늘렸다.
그러나 곧 위기가 찾아왔다. 강연을 들은 후 이탈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소문'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이에 A씨가 설립한 신천지 베드로지파(호남권 관할)에서 대책을 내었다. 이때 전도 대상자를 '속여서' 전도하는 방식인 '모략포교'가 개발되었다.
베드로지파가 만든 모략포교는 효과적이었다. 교리 강연을 진행하기 전에 3명의 신천지 신도가 시간차를 두고 1명의 전도 대상에게 접근하여 깊은 관계를 쌓았다. 어느 정도 친분이 생긴 이후 성경공부가 제안되었다. 심지어 이들은 성경공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본인들이 신천지라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7개월간 이어지는 교리 교육이 끝날 때쯤에야 이곳이 사실은 신천지라는 사실이 공개되었다.
'모략포교' 전도 대상 대부분 전남대 학생들
신천지 베드로지파의 모략포교는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신천지 본부 역시 베드로지파에서 파생된 모략포교를 전도전략으로 사용했다. 2000년대 초반 베드로지파는 이때까지의 전도를 바탕으로 전남대 총동아리연합회를 4년간 장악했다.
이후 베드로지파는 '성전' 건설에 착수했다. 전남대 바로 뒤편에 '신천지 베드로지성전'이 건립되었다. 절반을 짓는 데에만 250억 원이 들었다.
▲ 2017년 신천지 측이 제작한 전도 통계이다. |
ⓒ 전직 신천지 관계자 |
익명을 요구한 전직 신천지 베드로지파 관계자 B씨는 "2017년 당시 신천지 베드로지파에 소속되어 있던 전남대 재학생, 휴학생 및 졸업생이 2천 명이 넘을 정도로 세력이 컸다"며 "정말 전남대 어디에나 있었다고 생각하면 편하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제공한 신천지 베드로지파 측의 2017년도 4월 전도기록에 따르면, 같은해 4월 6일에서 12일까지 1주일간 신천지 베드로지파 청년회 전남대 1~8부는 모략포교의 첫 단계인 '섭외'를 642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들의 전도 대상은 대부분이 전남대 재학생이었다.
"전남대 재학생들 반응... 이해가는 측면 있어"
최근 현직 전남대 총학생회 간부 C씨가 신천지 신도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의혹을 제기한 전남대 재학생 D씨는 신입생 시절 C씨와 신천지 신도 두 사람으로 구성된 3인조에게 소모임 가입을 권유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이 과정에서 C씨는 D씨와 단둘이 식사를 하기로 약속한 자리에 느닷없이 다른 사람을 데려와 소개하기도 했다. 1대 1로 약속을 한 후 제3자를 데려가거나, 기존 신천지 신도들이 전도 대상 1명을 포섭하는 방식은 모두 '모략포교'에 해당한다.
결국 지난 2일 C씨가 전남대 에브리타임(익명 커뮤니티)에서 사의를 표명했다. 임기안 총학생회장은 "C씨가 신천지 신도라는 의혹에 대해 추가적으로 근거 있는 제보를 받았다"며 "C씨가 당초 문제를 제기한 학생이 아닌 다른 학생에게도 동일한 방식으로 접근하였다"는 내용의 증언을 공개했다.
이어 임 회장은 "차기 총학생회 재선거 실시를 위한 선관위 구성이 마무리되는 대로 총학생회실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2년 만에 구성되었던 전남대 총학생회는 임기 시작한 지 한 달만에 공석 상태가 되었다. (관련 기사: 전남대 총학, '신천지 논란'에 "사실관계와 무관하게 사의" 표명 http://omn.kr/1ry4d)
이에 대해 전직 신천지 베드로지파 관계자 B씨는 "정말 많은 전남대 재학생들이 직접 선의로 대했던 사람에게 배신 당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 총학생회 신천지 논란과 관련된 전남대 재학생들의 반응에 이해 가는 측면이 크다"고 밝혔다.
C씨는 사의를 표명하면서 "이제는 공인이 아닌 개인이 되었으니 더이상의 언급을 자제해달라"고 말했지만 전남대 재학생들은 이번 사건의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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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동규 시민기자는 책 '나는 신천지에서 20대, 5년을 보냈다'(밥북)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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