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만가구' 허수 논란.."당장 집값 안정 힘들다. 상승 폭은 둔화" 기대
전국에 83만여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25번째 부동산 대책(2·4 대책)이 발표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반신반의다. 정부가 공급 확대 시그널을 준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다만 입주까지는 수년이 걸린다는 점에서 당장 집값 안정세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6일 기획재정부ㆍ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이런 논란이 나오는 이유는 정부가 밝힌 ‘83만’이라는 숫자에 허수가 있다는 점에서다. 구체적으로 보면 정부는 2025년까지 전국적으로 83만호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83만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라는 말과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하겠다’는 말은 엄연히 다른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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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참여율' 임의 적용해 산출
정부가 아무리 역대급 공급이라고 주장해도, 개별 토지 소유주 등 민간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실제 추진과정에서 물량의 공급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 실제 정부가 확보하겠다고 언급한 부지들은 역세권ㆍ준공업지ㆍ정비사업지 등의 사유지들이다.
특히 정부가 밝힌 수치는 ‘기대 참여율’(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는 비율)이란 익숙하지 않은 개념을 동원해 ‘추계’한 것이다. 공급 대상 가능 후보지 전체를 대상으로 놓고, 이 정도 비율은 2·4대책에 참여할 것이라고 예상한 물량이다.
예컨대 정부는 공공재개발 공모 참여율이 25.9%라는 점을 감안, 서울 정비구역은 전체의 25%가 참여하고 인천·경기 정비구역은 12.5%가 참여한다는 등의 예상으로 13만6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에 제시한 각종 인센티브에 재건축ㆍ재개발 조합 등이 긍정적으로 반응할지, 그래서 얼마나 많은 곳이 이번 정부 주도 주택공급계획에 참여할지에 대해선 아직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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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성공 관건은 시장의 호응
실제 재건축ㆍ재개발 수요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지구 유형별로 난이도를 구분해 세부 추계를 한 것”이라며 “사전 설문조사 등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2·4 대책서 구체적으로 어느 곳을 어떻게 개발하겠다는 내용이 빠진 배경이다.
결국 관건은 정부가 이번에 제시한 사업들에 시장이 얼마냐 호응하느냐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 계획대로 공급된다면 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공급 지역이나 내용은 없는 상태라 실현 가능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빨리 새집을 받을 수 있고 재건축부담금도 내지 않는다면 충분히 관심을 끌 것”이라며 “사업이 지지부진했거나 초기 단계인 곳들에서 참여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은 “공공이 시행하더라도 주민 등 민간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모델”이라며 “민간의 협조를 더 늘릴 수 있는 세부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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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재건축 단지 반응은 미온적
사업성이 좋은 강남 대단지는 일단 더 지켜보고 판단하자는 분위기다.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공공이 주도권을 갖는 데다 재산권 침해 소지 등이 걸림돌이라서다. 4000가구 정도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정복문 조합장은 “주민들이 재건축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명품 아파트를 짓고 싶어하기 때문에 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는 공공 시행에 얼마나 찬성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업 참여율이 높다 해도 시장에 즉각적인 안정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 입주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2025년까지 부지 확보가 목표”라며 “실제 입주까진 여기에 3년 정도가 더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집값 안정은 단기 효과보다는 중장기 효과로 인식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단기적인 전·월세 가격의 안정 또는 집값 상승에 대한 불안감 등을 완전히 진화하는 것은 제한적”이라며 “그러나 집값의 상승 폭을 둔화시키는 효과는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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