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일일 확진자 수에 출렁거린 한국 정치 1년..보궐에선 누구에게 영향줄까

박해리 2021. 2. 6. 11: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글] '코로나'에 사로잡힌 한국 정치

지난 1년 정치권의 가장 큰 이슈는 단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었다. 세 차례 대확산을 겪으며 코로나19는 때로는 정부와 여당의 호재가 되었다가, 때로는 야당에 반사이익을 주며 지지율을 출렁이게 했다. 코로나 19는 우리나라 정치에 시기별로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우한폐렴이 코로나19가 되기까지
우한폐렴, 우한코로나, 중국우한19.
초기 코로나19는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코로나19 발생지로 알려진 중국 우한 지역명을 병명에 넣어 사용했다. 정부와 여당이 중국 눈치를 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였다. 중국인 입국 금지를 강하게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에 따라 정부는 바이러스에 특정 지역 이름이 들어가면 혐오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코로나19를 공식명칭으로 지정했다.


1차 대확산과 4·15총선

코로나 1년, 대통령 긍정평가도 추이. 지지율 그래픽 데이터는 리얼미터 주간동향. ※자세한 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해 3월 대구 신천지 교회에서 첫 국내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야당의 텃밭인 대구에서 첫 집단 감염이 발생하자 일부 여당 인사들은 이를 두고 대구사태, 대구코로나 라고 불러 TK 야당 인사들의 반발을 샀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수석대변인은 지난해 2월 25일 고위 당·정·청 협의회 결과 브리핑에서 “통상의 차단 조치를 넘는 최대한의 봉쇄조치를 시행, 확산을 조속히 차단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이 ‘대구봉쇄’ 표현은 큰 논란을 낳았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진화에 나섰지만, 대구시민들과 야당 의원들의 반발에 홍익표 의원은 하루 만에 대변인을 사퇴했다.

국내 첫 집단 감염은 야당의 텃밭인 대구에 위치한 한 신천지교회에서 시작됐다. 이때 정치권에 ‘야당과 신천지가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과거 설교 중 “새누리당 당명을 내가 지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만희 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만희 총회장은 기자회견장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진 시계를 차고 등장하기도 했다.

이후 대구발 코로나 확산은 줄었지만, 경기불황은 시작됐다. 재택근무가 늘고 사적 모임이 줄어들면서 코로나가 점점 일상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등 진보적인 정책을 내세우던 인사들이 화두를 던지고 이에 여당 의원들과 정부가 반응하며 재난지원금 논의가 본격 시작됐다. 4.15총선을 앞두고 경기가 심상치 않자 정부는 전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주기로 결정한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재난지원금 논의를 선거 기간 중에 적절히 활용하기도 했다. 이인영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고민정 당시 광진을 후보의 선거 유세현장에서 “고민정 후보를 당선시켜주시면 저와 더불어민주당은 100% 국민 모두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드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말했다.

정치 1번지라고 불리는 서울 종로구에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시 후보가 황교안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4.15총선에서 민주당은 압승하고 180석 거여가 탄생했다. 뉴스1

총선 결과는 민주당이 압승하며 180석 거여가 탄생했다. 결과적으로 긴급재난금이 총선에서 여당에 유리한 영향을 줬다는 평가도 나왔다. 박영수 당시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8월22일 국회 행정안전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선거에 당연히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코로나 사태로 정부에 대한 심판보다 미래 불안감이 커져 정부 역할을 기대하는 전망적 투표의 성격으로 바뀌었다”며 “그것이 여당에 유리하게 작동됐다”고 말했다.


광복절 집회와 야당의 고민


8월 15일 광복절을 기점으로 두 번째 대유행이 시작됐다. 보석으로 구치소에서 풀려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서울시의 집회 금지명령을 어기고 대규모 집회를 강행했다. 이후 전광훈 목사 본인을 포함해 참석자들이 무더기로 확진되면서 코로나 일일 확진자 그래프가 두 번째로 치솟는 국면을 맞이한다. 정부는 전 목사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미래통합당은 고민에 빠진다. 일명 ‘태극기 세력’이라고 불리는 강성 지지층과 거리두기 해야 할지를 놓고서다. 앞서 통합당은 총선백서에서 “중도층 공략이 당의 급선무로 부각되었다”고 판단했을 만큼 4.15총선 참패 이후 '중도 외연 확장'을 목표로 삼아왔다. 이 전략은 먹혀 들어서 총선 이후 통합당 지지율은(리얼미터 주간동향) 서서히 오름세를 탔다. 8월 둘째주에는 36.3%를 기록해 총선후 처음으로 민주당 지지율(34.5%)을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광복절 집회는 야당의 이러한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야권 내에서는 태극기 세력를 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광훈 목사는 문재인 정부를 이롭게 하는 X맨 역할을 하고 있다. 통합당의 미래는 극단적 태극기 세력과의 결별 여부에 달려있다”(김근식 통합당 송파병 당협위원장), “국민 지지를 모으는데 걸림돌이다”(원희룡 제주지사). 통합당은 9월 당 이름을 ‘국민의힘’으로 바꾸고 새 출발을 선언한다.

10월과 11월에도 진보와 보수 양 진영에서 각각 대규모 집회를 계획한다. 하지만 이 두 집회를 두고 정부의 대응이 다르자 ”진영에 따라 정부 방역의 잣대가 다르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10월 3일 개천절에 보수단체들이 광화문 집회를 예고하자 정부는 광화문 주변에 차벽을 쌓아 저지한다. 하지만 한 달 남짓 후 11월 14일 민주노총의 민중대회에서는 이러한 차벽을 볼 수 없었다.



3차 대확산과 정부·여당의 지지율 하락

11월 이후 추위와 함께 코로나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확산되기 시작한다. 정부는 2.5단계로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하고, 5인이상 집합 금지 등 방역단계를 높였다. 계속 강화되는 방역 단계에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쉽사리 줄어들지 않으며 12월 24일에는 일일 확진자 1237명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 미국 등 해외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해외에서는 백신을 맞는데 국내에서는 백신확보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그동안 정부 여당의 자랑이던 K방역은 되려 공격 대상이 됐다. 반사이익으로 야당 지지율은 7주간 여당 지지율을 역전한다.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도(리얼미터 주간동향)도 7주간 30%대에서 머무르며 임기 중 최저 지지율을 기록한다.

궁지에 몰린 여당은 백신 확보에 힘쓰고, 얼어붙은 경기 회복을 위해 소비쿠폰, 소상공인 임대료 지원 등에 돈을 풀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자영업 손실보상제와 이익공유제 등 강력한 카드까지 들고 나왔다. 문 대통령은 모더나 CEO와 직접 전화 통화를 하며 백신 확보에 발벗고 나섰다.

코로나 1년, 당 지지율 변화 추이. 지지율 그래픽 데이터는 리얼미터 주간동향. ※자세한 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021년, 재보궐선거와 코로나19

보궐선거가 두 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가 발표한 백신접종 스케줄에 따르면 집단 면역이 생기는 시기는 일러도 올해 3분기 이후다. 즉, 코로나는 4월 7일 치러지는 서울, 부산 시장 보궐선거에 여전히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대표는 지난 2일과 3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코로나를 비중있게 언급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국민이 국가의 역할을 묻습니다, 코로나를 넘어 신복지 국가로’라는 주제로 연설했다. 이 대표는 “민생과 경제에도 백신과 치료제가 필요하다. 4차 재난지원금을 준비하겠다”며 상생연대3법(손실보상제·이익공유제·사회연대기금)에 대해 설명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는 노력과 병행해 코로나 이후 대한민국의 미래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국회 포스트 코로나 특위’ 설치를 제안한다”며 “이 특위의 성공 여부는 향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보궐선거에 미치는 코로나의 영향은 지난 총선 때와 다른 모습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김형준 교수는 “일종의 학습효과도 생겼고 정부에 대한 신뢰가 많이 무너졌기 때문에 선거를 앞두고 어떠한 정책을 편다고 해도 총선만큼 효과를 가져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