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간 옆집 소음에 시달리다 폭발..고무망치 휘두른 20대

이가영 2021. 2. 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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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이미지. 중앙포토

반년 동안 옆집 소음에 시달리다 고무망치를 휘두른 20대에게 만장일치로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배심원 판단이 나왔다.

춘천지법 형사2부(부장 진원두)는 지난 4일 살인미수와 특수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김모(24)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사건의 발단은 김씨의 옆집에 50대 남성이 이사를 오면서 시작됐다. 옆집에서는 심한 욕설과 고성, 남녀가 싸우는 소리 등이 항상 들려왔다. 옆집은 이러한 상황에서 현관문도 활짝 열어놓았다. 6개월 동안 옆집에 항의도 해보고 집주인에게 호소도 해봤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지난해 9월 8일 새벽 2시쯤 옆집 남성이 술에 취해 일으키는 소음에 잠에서 깬 김씨는 현관에 있던 고무망치와 목장갑을 챙겼다. 문이 열려있던 옆집에 들어간 김씨는 옆집 남성의 머리 등을 향해 아무 말 없이 망치를 수차례 휘둘렀다. 범행 후 도망친 그는 망치를 인근 개천에 버린 뒤 경찰에 자수했다.

김씨 측은 6개월간 반복된 생활 소음에 수면 중 발작을 일으키는 등 수면장애를 앓았고, 심리적으로도 매우 불안해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르게 됐다며 살인미수 혐의를 부인했다. 또 군 복무 중 할머니가 쓰러져 요양병원에 입원하면서 병원비 등을 감당해야 했기에 김씨가 이사하기에는 어려운 사정이었음을 호소했다.

반면 검찰은 범행 현장에 피가 낭자할 정도로 망치를 휘둘렀고, 피해자 머리 왼쪽이 심하게 금이 가고 뇌출혈까지 있어 사망 가능성이 컸다는 의사 소견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김씨가 슬리퍼가 아닌 운동화를 신고, 목장갑까지 낀 점을 보면 살인의 고의성이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김씨가 피해자로부터 받았을 스트레스는 이해하지만 이 사건 범행의 중대성, 피해 정도, 범행 도구 등을 고려해 죗값을 물어야 한다. 피해자와 합의했으나 아직 반성하지 않는다”며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김씨는 최후 진술에서 “피해자와 가족분들께 죄송하다”며 “죄짓고 이런 마음 가지면 안 되지만 조금만 선처해달라”고 말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사건에서 배심원 9명은 만장일치로 살인미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9명 중 7명은 집행유예를 선택했고, 나머지 배심원은 김씨가 실형을 살아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배심원 평결을 토대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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