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머그잔..인천시의 친환경 실험 왜?
인천시 공무원 A씨의 아침 일과 중 하나는 개인용 텀블러를 챙기기다. 지난 1일부터 시청 내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사용한 텀블러는 퇴근할 때 가져와 씻어 말린 뒤 아침에 커피를 담아서 나온다.
A씨는 "사무실에 다회용 컵이 배치돼 있긴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문제도 있어서 개인 텀블러를 챙겨서 다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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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1일부터 일회용품 반입 금지
인천시는 지난 1일 '친환경 자연순환 청사 현판식'을 열고 일회용품은 물론, 음식물쓰레기, 자원 낭비 없는 '친환경 3무(無) 청사' 운영을 선포했다. 이후 시청 안에선 일회용품 사용과 반입이 전면 금지됐다. 시청 안 커피 매장에서도 일회용 커피잔 대신 머그잔이나 개인용 텀블러 등에 음료를 담아서 제공한다.
외부에서 산 커피 등 음료나 배달음식은 일회용품에 담겨있으면 출입구에서 제지된다. 이로 인해 일부 민원인은 출입구에 마련된 보관대에 음료를 맡기거나 남은 음료를 허겁지겁 모두 마신 뒤 청사로 들어왔다.
종이컵도 모두 사라지고 대신 씻어서 사용하는 다회용컵이 놓였다. 이 컵은 식기 렌털 전문업체에 맡겨 배송·수거·세척·살균 처리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폐수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구내식당엔 음식물류 폐기물 감량기기를 설치했다. 쓰레기통이 사라진 자리엔 층별로 공용 분리 수거함이 설치됐다.
인천시는 텀블러 사용 등을 권장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텀블러용 에코백을 지급했다. 일회용 수저를 대체하기 위한 개인용 수저 보관 용기도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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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매립지 종료 위해 솔선수범
인천시가 쓰레기 등 줄이기에 나선 이유는 2025년 쓰레기 매립지 사용 종료 등 친환경 자원순환 정책을 선도하기 위해서다. 인천 서구에는 서울·인천·경기 쓰레기를 함께 직매립하는 수도권매립지가 1992년 개장 이후 30년 가까이 운영되고 있다. 택지개발 등으로 인구가 늘면서 악취 등 환경 문제에 대한 민원이 쏟아졌다.
이에 인천시는 2025년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를 선언했다. 이후 쓰레기 감축, 재활용률 제고, 친환경 매립 등 각종 시책을 추진 중이다.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를 위해 인천시가 먼저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우리부터 '발생지 처리 원칙'에 입각한 환경정의를 세워야 환경 특별시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남동구에 사는 김모(45)씨는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환경보호를 위해서라도 잘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연수구에 사는 최모(30)씨는 "쓰레기 배출 문제는 관공서보다 민간이 더 심각하다"며 "민간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다음 달부터는 시의회와 시 산하 직속 기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물론 사업소와 공사·공단, 출자·출연기관, 교육청, 군·구도 일회용품 반입 금지 등을 권장하는 친환경 자원순환 청사로 운영할 예정"이라며 "민간으로 확대하기 위해 시민단체 등과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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