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살 아이가 안아준 유기견, 이렇게 변했어요" [개st하우스]

이성훈 2021. 2. 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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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수호는 지난해 1월 구조됐다. 성격이 소심해서 친화력을 기르기 어려웠다고. 이후 두 살 은서의 도움으로 활발해졌다. 제보자 제공

“은서는 눈을 뜨면 제일 먼저 강아지를 안아줘요.
멍멍이는 ‘얘가 또 오는구나’ 친오빠처럼 순한 눈빛을 보내고요.
둘이 걸음을 맞추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납니다.”

보호소를 나온 유기동물은 세상을 두려워합니다. 갑자기 울린 초인종, 가파른 계단, 열리고 닫히는 승강기에서도 공포를 느끼죠. 세 살 유기견 수호는 유독 세상을 무서워했어요. 산책길에도 바닥에 납작 엎드려 덜덜 떨 정도였죠.

그 얼어붙은 마음을 녹인 것은 두 살 은서의 천진난만한 포옹. 한 달간 매일 안고 쓰다듬자 유기견의 삶에도 변화가 찾아옵니다.

수호가 산책줄을 잡은 은서의 발걸음에 맞춰 걷는 모습
코로나로 막힌 입양길, 찾아온 안락사 위기

수호는 지난해 1월, 충북 청주에서 구조된 유기견이에요. 테리어의 귀여운 얼굴에 웰시코기처럼 다리가 짧은 녀석. 눈가에 대롱대롱 매달린 체리아이(염증성 물혹) 때문에 버림받은 것으로 추정되죠. 사람 발소리만 들어도 구석에 숨어버리는 통에 동물보호소의 봉사자 중에도 녀석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어요.
"사람 손만 봐도 벌벌 떠는 아이었어요" 수호는 지난해 1월 충북 청주에서 구조됐다. 눈에 맺힌 염증성 혹인 체리아이는 동물 보호센터와 제보자의 도움으로 무사히 제거했다. 제보자 제공


수호가 구조돼 8개월여 지낸 청주 반려동물보호센터. 입소한 동물의 정보를 SNS 인스타그램으로 지속적으로 업로드하는 몇 안 되는 보호소다. 청주 반려동물보호센터 제공


단, 제보자 차인주(61)씨만큼은 수호를 잊지 않았어요. 그는 6개월 넘게 입양 못 간 동물들을 골라서 챙기는 유별난 봉사자인데요. 수호의 친화력을 길러주고자 따로 간식을 챙기고 기록을 남겼답니다.

지난해 9월 청주 반려동물보호센터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닥쳐옵니다. 방문 입양이 중단되면서 유기견 수용공간이 부족해졌고 결국 미뤄왔던 안락사가 예고된 것이죠. 8개월째 입양 못 간 수호의 이름도 안락사 후보명단에 올라옵니다. 제보자는 급히 수호의 임보자를 모집했어요.

"누군가 기억하지 않으면 유기견은 죽는 걸요" 제보자가 지난 2020년 가족을 찾아준 유기견은 70마리가 넘는다. 아무도 클릭하지 않을 맨 뒷페이지의 유기견부터 챙겼다고 한다. 제보자 제공


더없이 순하고 건강한 개입니다. 임시보호 하시면 접종비와 병원비 다 내드릴게요.’

제보자는 벼랑 끝에 몰린 수호 소식을 유기동물 인터넷 카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인스타그램과 포인핸드에 퍼뜨렸습니다. 그 덕분에 수호는 안락사 직전, 조용한 시골 전원주택의 마당개로 지내게 됩니다.

"저의 첫 임보처랍니다" 첫 임보처에는 성격이 예민한 스피츠가 있었다. 수호의 성격이 워낙 순해서 3개월간 잘 지냈다고 한다. 제보자 제공


하지만 수호가 입양처를 찾으려면 복잡한 도시 생활을 경험해야 했어요. 지난 12월 수호는 경기도 화성의 아파트로 두 번째 임시보호 답사를 떠납니다.

“유기견과 두 살 아이, 잘 지낼 수 있을까요”

두 번째 임보처는 조금은 특별한 곳이었어요. 동물과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되는 생후 24개월 영아, 은서가 있거든요. 제보자는 수호를 태우고 임보처로 향하는 내내 걱정합니다.

‘유기견과 두 살 아이가 잘 지낼까?’
‘혹시나 수호가 아이를 다치게 하면 어쩌지?’

구조자를 안심시킨 것은 오히려 은서의 어머니(은서맘)였어요. “얼마 전까지 말썽꾸러기 비글도 임시보호했다” “은서에게 개털 알레르기는 전혀 없다” “전업주부로서 아이와 개를 곁에서 항상 지켜보겠다”며 구조자를 설득했죠.

지난해 12월 6일 세 살 수호와 두 살 은서의 동거가 시작됩니다.

"나도 오빠가 생겼어요" 세 살 유기견 수호를 잘 따르는 두 살 은서 모습


함께 어린이 애니매이션을 시청하는 수호와 은서
두 살 아이가 매일 안아주자 유기견에게 나타난 변화

아파트에는 수호가 두려워하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현관, 복도, 승강기 앞에서 수호는 주저 앉았죠. 하지만 은서맘은 움직임을 강요하지 않았어요. 10분씩 고민할 시간을 주면서 적응을 도왔죠. 꾸준한 기다림 덕분일까요. 수호는 1주일 만에 스스로 승강기를 타고 내리게 됩니다.

은서맘은 “이렇게 착하고 순한 개가 있구나 싶은 순간이 있다”며 은서와 수호의 산책 장면을 꼽았어요.

걸음마를 갓 뗀 은서가 수호의 산책줄을 잡는데요. 저러다 넘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수호가 아장아장 은서와 발걸음을 맞췄답니다. 정반대의 순간도 있었어요. 수호가 배변을 보거나 낯선 곳에서 웅크리면 은서도 산책줄을 잡아당기지 않네요. 그렇게 유기견과 두 돌배기는 조금씩 배려를 배웁니다.

은서를 만난 뒤로 수호의 성격은 놀랍도록 밝아졌다. 제보자 제공


"은서는 수호를 돌보렴. 엄마는 은서를 지켜줄게" 은서와 수호의 산책길 풍경.


"내가 망 볼게. 편하게 봐~" 수호가 배변을 보려고 하자 은서가 곁을 지켰다.


은서맘은 “유기견이었던 수호가 마음을 여는 과정을 보며 눈물이 난다”며 “두 살 은서가 목줄을 잡아도 얌전한 수호에게 많은 입양신청을 바란다”고 전했답니다.

은서를 만나고 수호의 성격은 무척 활발해졌다.


은서맘은 "수호와 저는 육아 동지랍니다"라며 웃었다.
*2살 아이가 산책해도 안전한 천사견, 수호의 가족을 기다립니다

-중성화 수컷, 3살 추정
-체중 13kg, 짖지 않고 차분한 성격
-실외 배변만 함. 하루 2회 산책 필요

입양자 조건
-1인가구는 불가, 실내 생활 필수
-근황 사진과 영상을 월 2회 보내주실 분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카카오톡 qeen620으로 연락 바랍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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