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안철수·금태섭·조정훈..이들 과거엔 '이 사람' 있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시장 후보들의 허브인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예비후보들과 김 위원장의 끈끈했던 과거사가 정치권에서 화제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출마한 박영선 후보,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무소속 금태섭 후보, 조정훈 시대전환 후보가 모두 김 위원장과 인연이 깊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김 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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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박영선 : 기자와 취재원으로 시작한 인연
김 위원장과 가장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온 이는 박영선 민주당 경선 후보다. 김 위원장이 2016년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맡던 시절 박 후보는 비대위원이자 그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다. 2017년 3월 김 위원장의 민주당 탈당을 끝까지 말렸던 이도 박 후보였다.
이들의 인연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권 관계자는 “박 후보가 MBC 경제부 기자로 일하던 시절부터 김 위원장과 기자 대 취재원으로 교류해 왔다”며 “경제민주화와 재벌 개혁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도 있었다”고 말했다.
2004년 17대 국회에서 박 후보는 열린우리당 비례 9번으로, 김 위원장은 새천년민주당 비례 2번으로 당선됐다. 두 사람은 의원연구단체 ‘금융세계화와 한국경제’에서 함께 활동했다. 김 위원장이 2012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에 합류한 뒤에도 교류는 계속됐다. 박 후보는 당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새누리당 내에 경제민주화 이슈를 선점할 사람이 없다”고 토로한 김 위원장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를 앞둔 최근의 관계는 예전 같지 않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박영선 후보나 우상호 후보는 지난번에도 시장 후보로 나와서 경쟁했던 사람들인데, 제가 보기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고 했다. 박 후보 역시 최근 김 위원장이 ‘북한 원전 추진’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과거 방식으로 색깔론을 씌우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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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안철수 : 한때는 멘토…이후엔 앙숙?
이른바 안풍(安風)이 불던 2011년에 김 위원장은 안철수 후보의 ‘멘토 그룹’으로 불렸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지난해 3월 펴낸 회고록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서 “내가 ‘안철수의 정치 멘토’라고 언론이 줄곧 호들갑을 떨었다”며 부정적인 뉘앙스로 썼다.
사건은 2012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 후보는 당시 부산대 강연에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멘토’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만약 그분이 제 멘토라면 제 멘토 역할을 하는 분은 한 300명 정도”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4년 뒤 역공의 빌미가 됐다. 2016년 3월 민주당의 20대 총선을 진두지휘하던 김 위원장은 국민의당 대표였던 안 후보를 향해 “정치에도 예의가 있어야 한다”며 “윤 전 장관이 ‘청춘 콘서트’ 등을 다 만들었는데, ‘그런 사람이 300명 있다’고 하느냐. 정치를 잘못 배웠다”고 직격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다음 날 김 위원장을 향해 “모두까기 차르(제정 러시아 황제 칭호)”, “낡은 리더”라고 맹비난했다. 김 위원장이 ‘광주 삼성공장 유치’ 공약을 발표했을 땐 “정치가 시키면 기업이 무조건 따라 할 거라는 5공식 발상”이라고 했다.
다만 최근 서울시장 보선의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속도를 내며 둘의 관계는 개선될 조짐이다. 안 후보가 국민의힘 경선과는 별개로 무소속 금태섭 후보와의 단일화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다. 그동안 안 후보를 쌀쌀맞게 대했던 김 위원장은 지난 4일 “매우 반갑게 생각한다. 모두가 한 식구라는 마음으로 상호비방 등 불미스러운 언행을 멀리하고 아름다운 경선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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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금태섭 : ‘단수 공천’ 발탁 인연
금태섭 후보는 안 후보와의 친분으로 민주당에 입당했으나, 2015년 12월 안 후보의 탈당 당시 홀로 민주당에 남았다. 원외 인사였던 금 후보를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 한 사람이 바로 김 위원장이었다. 2016년 총선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 김 위원장이 이끌던 민주당은 금 후보를 서울 강서갑 단수공천 후보로 확정했다. 이후 금 후보는 37.2%의 득표로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총선 직후 김 위원장은 금 후보를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에 임명했다. 갓 초선이 된 정치 신인의 발탁에 “파격 인선”이란 말이 나왔다. 김 위원장의 민주당 탈당 뒤에도 두 사람은 종종 만나 정국 현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금 후보가 민주당을 탈당한 뒤에도 김 위원장은 “한번 만나볼 수는 있다”고 했고, 금 후보도 “앞으로도 당연히 만나 뵐 일이 있다"고 화답했다. 금 후보와 가까운 정치권 인사는 “두 사람은 기본적으로 ‘합리적인 진보’로 생각이 가깝다. 특별한 일 없이도 종종 만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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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조정훈 : 40대 경제전문가?
조정훈 시대전환 후보는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 6번 후보로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정치권에서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지난 3일엔 야권 단일화엔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그런데도 향후 제3지대 단일화에서 조 후보의 행보에 시선이 쏠리는 건 김 위원장과의 인연 때문이다.
조 후보는 출마 선언 엿새 전인 지난달 25일 김 위원장과 전격 회동했다. 조 후보 측 관계자는 “조 후보와 김 위원장은 평소 자주 소통을 했던 사이”라며 “이번에도 여러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조언을 듣기 위해 만났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2월 20대~40대 정치세력을 표방한 시대전환의 창당 과정에도 김 위원장은 많은 조언을 건넸다고 한다.
정치권 일각에선 조 후보를 김 위원장이 차기 대선 후보의 요건으로 언급했던 ‘40대 경제전문가’로 꼽기도 한다. 1972년생인 조 후보는 정계 입문 전 15년간 세계은행에서 근무했고, 재단법인 여시재 부원장과 아주대 통일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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