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겼다고?"..BMW '더 뉴 4' 탄생 배경 韓 디자이너에게 듣다 [궁금타]
"익숙한 변화에만 안주하는 것 오히려 위험"
[한국경제TV 송민화 기자]
BMW는 보수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독일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차를 멀리서 보더라도 ‘콩팥’ 모양과 닮았다하여 이름 붙여진 ‘키드니 그릴’을 본다면 BMW 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라디에이터 그릴의 모양은 변화가 적고 상징성이 크다. 이를 바탕으로 그동안 BMW 모델들은 소위 ‘잘생긴 차’로 대중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그런데 최근 출시한 뉴 4시리즈가 ‘낯선 외모’로 논란의 중심에 놓였다. 이유도 다름 아닌 ‘키드니 그릴’ 때문이다.
● 한국인 디자이너 손으로 탄생한 버티컬 키드니 그릴
더 뉴 4시리즈는 지난 2013년 1세대 모델 첫 출시 이후 7년 만에 2세대 모델로 진화했다. 파워트레인도 강력해졌다. 420i 모델 기준 최고출력은 184마력, 최대토크는 30.6㎏·m이다.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 시간은 뉴 420i 쿠페 기준 7.5초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수직으로 길게 뻗은 버티컬 키드니 그릴이 이 차 변화의 핵심이다. 기존 수평으로 뻗은 형태를 과감하게 버리고 수직형을 선택함으로써 BMW로서는 파격적인 변신을 한 셈이다. 4시리즈를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나뉜다. ‘멋지다’, ‘비율이 좋다’와 같은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못생겼다(Ugly)’, ‘낯설다’, ‘비버(뉴트리아) 같다’와 같은 부정적인 반응이 팽팽하게 맞선다. 주목할 부분은 이번 4시리즈의 외관 디자인을 전담한 디자이너가 한국인이라는 점. 국내에서 미대과정까지 마친 순수 국내파 임승모 디자이너이다. 임 씨는 BMW 그룹 전체에서 두 명 있는 한국인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그래서 그에게 직접 듣기로 했다. 신형 4시리즈의 '버티컬 키드니 그릴' 탄생 비하인드 스토리를 말이다.
Q1. 새로운 키드니 그릴 디자인은 처음 소개될 때부터 지금까지 ‘논란의 대상’이다. 보수적인 프리미엄 브랜드가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파격적인 변화를 감행한 이유가 무엇인가?
임) 과거 초기형 BMW의 키드니 그릴은 대부분 버티컬(수직형) 키드니 그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버티컬 키드니 그릴의 비례에 새로운 기술들을 접목해서 재해석을 한다면, 진정한 BMW이면서도 특별하고 신선한 이미지, 그리고 극대화된 존재감을 저희 고객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주어진 디자인 헤리티지를 활용하지 않고 익숙한 변화에만 안주하는 것이 브랜드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위험한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2.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논란은 예상했던 것인가? 일부러 논란을 의도하진 않았는지?
임) 2세대 4시리즈의 버티컬 키드니 그릴이 큰 관심을 받을 것이라는 것은 예상했던 부분이었습니다. BMW는 오래전부터 Gino, Vision Efficient Dynamics, Vision Next 100 콘셉트처럼 파격과 혁신의 디자인을 선보여 왔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를 원하는 고객들을 위한 자연스러운 변화라는 혁신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개발과정에서 전 세계 고객들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진행됐던 품평회에서 받은 긍정적인 피드백은 대담한 4시리즈 디자인 개발을 완료하는데 큰 힘이 됐습니다.
Q3. 새로운 키드니 그릴 디자인, 혹시 당신 아이디어인가?
임) 사실 버티컬 키드니를 신형 4시리즈에 적용하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습니다. 모던 BMW에서 버티컬 키드니 그릴이 양산화 된 차량이 2세대 4시리즈가 최초이긴 하지만, BMW디자인팀 내부에선 사실 매우 오래전부터 버티컬 키드니 그릴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328 Hommage, BMW vision next 100와 같은 콘셉트카를 통해서도 여러차례 선보인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버티컬 키드니 그릴은 오랜 시간 BMW 디자인팀이 함께 만들어낸 공동의 아이디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Q4. 메인 디자이너로 뉴 4시리즈를 디자인했다. 3시리즈 세단과 차별화하는 게 가장 큰 숙제였을 듯한데, 어떤 요소들을 통해서 차별화를 이루어냈는가?
임) 신형 4시리즈는 3시리즈와 비교해 좀 낮고 넓고 긴 비율을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버티컬 키드니 그릴을 중심으로 범퍼를 과감하게 디자인했습니다. 또한 방향지시등을 바깥쪽으로 배치하면서 위아래로 두꺼웠던 기존 헤드램프에서 BMW 전체 모델 중 가장 슬림한 헤드램프로 바뀌었습니다. 측면을 살펴봤을 때도 급격히 떨어지는 루프라인으로 3시리즈와 확연히 다른 캐릭터를 부여했고, 리어 펜더의 볼륨과 역동적인 후미등 그래픽 등을 통해 4시리즈만의 차별화를 가지고 왔습니다.
Q5. 뉴 4시리즈 디자인(스케치)을 양산화 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인가?
임) 물론 자동차를 디자인하는 과정 중 쉬운 과정은 하나도 없지만 이번 4시리즈의 하이라이트인 버티컬 키드니 그릴이 유독 까다로웠습니다. 우선 키드니 그릴 뒤에 크래쉬 빔이 지나가고 있으면서 키드니 그릴 안에 카메라, 에어플랩 컨트롤, 그리고 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위한 세 가지의 다른 센서가 들어 있어서 그 성능을 유지하면서 디자인 품질까지 잡아야 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요구 조건 안에서 디자인을 최대한 강화하다 보니 상당히 까다로웠던 것 같습니다.
Q6. BMW는 그동안 새로운 디자인이나 기술을 플래그십 모델인 7시리즈부터 적용해 왔다. 쿠페 라인의 플래그십 모델인 8시리즈가 아닌 4시리즈부터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임) BMW 디자인의 진화는 아직 진행형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모델이 시작이고 어느 모델에서 그 진화가 끝난다고 명확히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4 시리즈 역시 개발과정에서 7시리즈나 8시리즈처럼 플래그십 모델들이 가진 우아함과 다이나믹함으로 부터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4 시리즈 고유의 캐릭터를 구성했고, 4시리즈 디자인의 가치가 BMW 디자인의 진화 과정에서 또 다른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7. 뉴 M3, M4와 같은 고성능 모델과 미래 전기차 iX, i4에도 유사한 키드니 그릴이 적용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새로운 디자인 언어의 적용 범위가 궁금하다.
임) 디자인 언어는 포괄적인 의미이기 때문에 버티컬 키드니 그릴에 초점을 맞춰 말씀드리자면, 4시리즈의 그릴은 전체 모델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각각의 서브 브랜드와 모델들에 어울리는 최적화된 그릴을 적용할 예정입니다.
*[궁금타]란? 다양한 신차의 시승기를 포함해 미래 모빌리티를 직접 타보고 산업 트렌드를 분석해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송민화기자 mhso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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