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그룹 '희비'..역대급 실적에도 금융당국 '눈치 보기'
은행보다 증권·보험 등 비은행 부문 실적 견인
역대급 실적에도 배당 축소..경영진 중징계 통보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우리금융그룹을 제외한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역대급 실적에도 금융그룹의 표정은 밝지 않다. 금융당국의 배당 축소 권고, 경영진에 대한 제재 통보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4일 KB금융에 이어 5일 신한·하나·우리금융이 지난해 실적을 발표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3조414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전년(3조4035억원) 대비 0.3% 소폭 늘었다. 역대 최고 일적으로 3년 연속 '3조 클럽'을 달성했다.
다만 신한금융의 지난해 4분기 순익(4644억원)은 전분기 대비 59.4% 줄었다. 코로나19에 대비한 대손충당금(1873억)과 라임 펀드 등 투자상품 손실(2675억원) 같은 일회성 비용이 반영됐다.
대규모 충당금으로 신한금융은 KB금융에 '리딩그룹' 자리를 내줬다. KB금융은 지난해 순익 3조4552억원으로 신한금융보다 517억원 더 많다. 신한금융은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 리딩뱅크 자리를 유지했다가 이번에 2위로 밀려났다.
하나금융도 최대 실적을 냈다. 하나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은 2조6372억원으로, 전년 대비 10.3%(2457억원) 증가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를 대비한 선제적 충당금, 사모펀드 관련 비용 등 일회성 비용에도 불구하고 비용감축과 비은행 부문 약진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4대 금융그룹 중 우리금융만 유일하게 순이익이 감소했다. 우리금융의 지난해 순익은 1조3073억으로 1년 사이 5649억원 줄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난해는 견조한 성장과 함께 건전성을 개선시키며, 선제적 비용 적립으로 미래를 대비한 한 해였다"며 "올해는 영업력 강화를 통한 수익성 회복과 적극적인 비용 관리로 본격화된 실적 턴어라운드는 물론, 지주 전환 3년차를 맞아 공고해진 그룹 지배구조를 기반으로 중장기 발전의 모멘텀을 확보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그룹의 실적 희비를 가른 것은 증권·보험사 등 비은행 부문이었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은 희망퇴직 확대와 대손충당금으로 비용이 늘면서 실적이 줄었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순익(2조7780억원)은 전년 대비 10.8%로 가장 많이 감소했다. 뒤를 이어 우리은행(9.4%), 하나은행(6.1%), 국민은행(5.8%) 순으로 줄었다.
반면 주식투자 열풍으로 각 금융그룹이 보유한 증권사는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KB증권은 지난해 순익 4256억원으로 2019년(1677억원)보다 153%이상 늘었다. 하나금융투자도 4100억원으로 46.6% 증가했다.
신한금융은 신한카드(6065억원), 신한생명(1778억),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2793억원) 등 비은행 계열사가 전년보다 21.6% 이익이 늘며 실적을 견인했다.
역대급 실적에도 금융그룹의 표정은 밝지 않다. 금융위원회가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배당 성향을 20% 이내로 낮출 것을 공식적으로 권고, 주주에게 돌아갈 몫이 줄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이날 주당 배당금을 1350원으로 결정했다. 중간배당금을 포함한 총 배당금은 1850원으로, 전년보다 16% 낮다. 배당성향은 금융위가 권고대로 20%에 맞췄다.
KB금융도 주당 배당금을 2019년(2210원)보다 20%가량 줄인 1770원으로 결정했다. 신한금융은 이날 실적 발표에서 배당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금융위 권고를 지킬 가능성이 크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배당 수준은 조금 더 고민하고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사모펀드발 징계도 리스크다. 금융감독원은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태와 관련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최고경영자(CEO)에게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라임 사태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직무 정지,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문책 경고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도 주의적 경고를 사전 통보받았다. 하나금융도 함영주 부회장에 대한 라임펀드 관련 징계가 예상된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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