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들이 여자아이 같다" 中사회 두토막 낸 '남자다움 교육'

이민정 2021. 2. 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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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남자답게 키워라"

남학생에게 '남자다움'을 가르치겠다는 중국 교육 당국의 방안이 열띤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BBC가 전했다.

지난해 9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한 학생이 선생님의 질문에 답하려 손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남자 청소년 여성화 방지안'을 내놨다. 여기에는 주로 남학생의 남성성 강화를 위한 학교 체육 개혁 방안들이 담겼다. ▶전 국가대표 운동선수 등 실력 있는 체육 교사 배치 ▶축구 등 특정 종목의 체육 수업 강화 ▶전국 초·중·고교에 건강교육 지도위원회 구성 ▶남학생의 여성화 문제 관련 연구 확대 등이 골자다.

이번 방안은 지난해 5월 스 저 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정협)의 상무위원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당시 그는 정협 전국위원회에서 "젊은 남성들이 연약하고 소심하며, 열등감에 빠져 비겁해지고 있다"면서 "남자아이들이 여성화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육 환경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가정에서는 어머니와 할머니로부터 보호받고, 유치원·학교에서는 여성 교사에게 배우다 보니 남자아이들이 '남자다움'을 잃어간다는 것이다.

중국 광시장족 자치구의 란진 초등학교의 체육 수업. 이 학교는 스포츠 정신 함양을 위해 매일 운동장에서 전교생 체조 수업을 연다. [신화통신=연합뉴스]

또 남학생들이 TV·영화 등 미디어에서 자주 등장하는 미소년 아이돌에 길들어져 더는 '군사 영웅'을 우상화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젊은 남성의 여성화 현상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중국의 생존과 발전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BBC는 이런 주장이 중국 지도부 내에서 상당한 공감대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역시 한동안 강인한 이미지의 스타 운동선수 양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초등학생들이 앉아 책을 읽고 있다. [AFP=연합뉴스]


하지만 교육부의 방안이 나오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뜨거운 논쟁이 일었다.

교육부 방안에 반대하는 이들은 한마디로 시대착오적이라며 비판한다. 한 네티즌은 웨이보에 "남성성을 무엇으로 정의할 것이냐"고 되물으며 "성 역할을 나누는 고정관념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교육 전문가인 쑨 윈 샤오는 봉화망 사설에서 "교육부의 논리대로 라면 체육수업을 들은 여학생들이 남성화하는 것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소심하고, 온화하다는 건 인간의 기질이다. 소년도 인간"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허난성 중부의 쑹셴 현 산허 마을에서 초등학생들이 직접 만든 마스크를 쓰고 즐거워 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반면 당국을 옹호하는 입장도 제기됐다. 중국 국립교육과학원의 추 자오 후이는 "교육부의 제안은 독립적이고 인내심 강한 남성을 길러내자는 것으로 학교에서 마땅히 가르쳐야 할 덕목"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동부 푸젠성의 초등학교 교사 위 카는 "집과 학교에서 제멋대로 자란 남학생들이 여학생들보다 버릇없고, 약한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면서 "이런 교육을 통해 사회 규범과 규율에 대한 엄격한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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