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코어 매각한 두산..재도약 첫발은 풍력, 신안 달려갔다

최선욱 2021. 2. 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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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두산중공업의 전남 신안 해상풍력단지 투자협약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두산인프라코어의 새 주인이 현대중공업으로 바뀌면서 두산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빚 갚기’라는 숙제를 끝낸 두산 앞에 놓인 다음 과제는 재도약 여부가 됐다.

5일 현대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5%를 인수하는 내용의 본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두산인프라코어의 대주주가 두산중공업에서 현대중공업으로 바뀌는 것이다. 매각 금액은 8500억원이다. 이로써 두산은 지난해 5월 3조6000억원을 빌리며 산업은행 등과 맺은 자구안의 약속을 이행한 성과를 냈다. 한편으론 중대형 건설장비 사업에서 손을 떼는 대가를 치른 셈이다.

두산의 채무 상환은 지난해 8월 강원도 홍천에 있는 클럽모우 골프장을 1850억원에 팔면서 시작됐다. 이후 미래 성장 동력이었던 배터리 소재 기업 두산솔루스를 7000억원에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속칭 진대제 펀드)에 매각하고, 두산모트롤(4500억원)도 한 투자회사 연합에 팔았다.

또 지난해 9월 서울 동대문의 두산타워를 8000억원에 팔며 경영 위기의 한 고비를 넘겼다는 업계 평가가 나왔다. 두산타워는 그간 그룹의 자존심으로 여겨졌던 건물이다. 두산중공업 등 주력 계열사의 서울사무소는 분당 사옥(성남 정자동)으로 옮긴 상태다.

이 같은 매각 대금을 더해 두산중공업에 대한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 증자를 발표(지난해 9월)하며 큰 고비를 넘겼다. 박정원(59) 두산그룹 회장 등 대주주 일가도 5740억원 규모의 두산퓨얼셀 지분을 무상으로 두산중공업에 넘겨 경영 정상화에 힘을 보탰다.

두산밥캣의 트랙터. [사진 두산밥캣]

그리고 이날 두산인프라 매각 본계약까지 이어지면서 채권단의 재무구조 개선 압박으로부터 사실상 벗어났다는 게 두산 안팎의 시선이다. 두산 내부에선 남은 빚은 민간 은행 자금으로 돌려 정부 영향으로부터 벗어나자는 말도 나온다고 한다.


두산중공업 부활이 관건
두산 재도약의 핵심은 두산중공업의 부활이다. 주력인 원자력발전소 설비의 제작·유지·보수 사업이 이번 정권의 탈원전 기조에 막힌 상태다. 그래서 풍력발전기 제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으로 돈을 벌겠다는게 이 회사의 청사진이다. 65.5m짜리 풍력발전기 블레이드(날개) 제작 기술을 기반으로 해서다. 이를 통해 해상 풍력 사업 매출을 2025년까지 1조원으로 키우고, 태양광 등을 더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매출 비율을 30%까지 늘린다는 게 목표다.

정연인 두산중공업 대표는 이날 전남 신안에서 열린 해상풍력단지 투자협약식에서 “많은 업체가 해상풍력사업을 철수했지만 두산중공업은 계속적으로 투자를 해왔다”며 “풍력 산업 생태계가 국내에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육성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세계시장에도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협약식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했다.

중소형 건설장비 회사인 두산밥캣도 그룹의 주축으로 남았다. 밥캣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9300만 달러(약 1045억원)로 전년 에 비해 1.8% 올랐다.

2019년 7월 청와대를 방문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청와대사진기자단]



미래 성장 동력도 준비
중장기 육성 사업은 연료전지(두산퓨얼셀)와 이 전지를 단 드론 등 모빌리티(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사람과 업무 분업을 할 수 있는 협동로봇(두산로보틱스)이 대표적이다. 두산의 연료전지는 수소·산소의 화학 반응으로 전기와 열을 생산한다. 배기 가스가 없는 친환경 발전 시스템이라는 게 두산의 설명이다.

이 연료전지로 움직이는 두산의 드론은 최대 5㎏ 화물을 싣고 120분 동안 비행할 수 있다. 현재 많이 쓰이는 리튬이온 전지 드론의 비행 시간은 30분 정도다. 이밖에 협동로봇은 로봇과 사람이 함께 생산 현장에서 일하는 형식으로 기존 산업용 로봇보다 효율이 높다고 한다. 이날 ㈜두산과 두산중공업의 주가도 각각 1~2%씩 올랐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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