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도 5000명과 떠들었다..코로나에 뜬 '1조짜리 수다'
음성으로 소통하는 소셜 앱이 최근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대면 접촉이 어려워진 시대에 마치 친구들과 밤새 수다를 떠는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문자로는 답답하고, 영상으로 소통하자니 노출이 부담스러웠던 이들이 주 사용층이다.
대표적인 앱은 '클럽하우스'로 전직 구글 직원이던 로한 세스와 창업가인 폴 데이비슨이 만들어 지난해 선보였다. 출시 1년 미만이지만 코로나 사태와 맞물려 기업가치는 10억 달러(1조1100억원)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간 활성 사용자 수도 200만명에 달한다.
클럽하우스가 짧은 시간에 인지도를 높인 건 각계 셀럽들이 적극 참여한 영향도 크다. 대표적인 인물이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 그는 지난 1일 클럽하우스 음성 채팅방을 통해 5000여명과 교류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원숭이 뇌에 비디오 게임과 연결되는 무선 컴퓨터 칩을 이식했다"면서 자기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머스크 같은 셀럽을 동경하는 이들에게 클럽하우스는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경우에 따라선 대화도 나눌 수 있는 장이다. 핀터레스트, 레딧 등 유명 스타트업 대표들도 가입돼 있다. 한국에선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등이 참여하고 있다.
미국에선 유명 사회자 오프라 윈프리, 배우이자 투자가인 애쉬튼 커쳐, 개그맨 케빈 하트와 크리스 락, 가수인 카니예 웨스트와 MC 해머 등이 클럽하우스에 참여하면서 입소문을 탔다.
씨넷 일본어판은 "코로나 시대에 줌과 같은 화상회의 서비스가 보편적으로 사용됐다면 클럽하우스는 유명인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폐쇄적인 성격 덕에 인기가 높다"고 분석했다. 음성만으로 소통하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줌'이라는 별칭도 붙었다.
뉴욕타임스는 코로나19에 '포모(FOMO·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에서 나만 소외됐다는 두려움)'가 있는 이들에게 클럽하우스는 '초대를 받아 셀럽들과 파티를 즐기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인기 비결을 분석했다.
클럽하우스는 앱에 이미 가입된 사람으로부터 초대장을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초대장을 못 받으면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승인이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클럽하우스에선 1인당 2장의 기본 초대권을 주고 활동량에 따라 추가로 초대권을 부여한다.
정치·사회정의·대중문화·비트코인 등 다루는 주제도 다양하다. 우주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강연자를 섭외해 강연을 듣거나, 뮤지컬 라이언킹에 나오는 곡들을 배우들이 부르는 '콘서트'가 열리기도 한다. 대규모 공연 행사가 코로나로 줄줄이 취소된 상황에서 자신들을 알릴 공간으로 클럽하우스를 택한 것이다.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 사는 변호사 나타샤 슈러그스는 "온 세상 사람들과 같은 교실에 있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폐쇄적인 성격 탓에 인종차별적 발언이나 음모론을 나누는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인기를 끌다 보니 초대권을 사고파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중국 온라인 사이트에는 150위안~400위안(6만원)에 클럽하우스 초대장(코드)을 판매하는 이들도 등장했다. 알리바바 산하의 온라인 사이트 타오바오에서도 초청 코드가 188위안(3만2500원)에 팔리고 있다.
클럽하우스를 모방한 서비스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2019년 투자가 워런 버핏과의 점심 입찰에 성공해 유명세를 얻은 중국 암호화폐 개발자 저스틴 쑨은 지난 2일 중국판 클럽하우스를 소개하면서 자신의 투자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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