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구르 집단강간" BBC 폭로..美보다 먼저 中 때리는 英, 왜?
중국 관영 영어TV 채널 허가 취소
홍콩인에 이민 문호 대폭 확대
브렉시트에 '美밀착-아시아 귀환' 가속
2017년 중국 북서부 신장 위구르자치구에서 위구르인들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듬해 8월 유엔 인권위원회는 위구르인 1100만명 중 100만명이 수용소에 갇혀 중국 당국으로부터 '갱생 교육'을 받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이를 부정했다. 수용소 안에서 학대와 고문을 당했다는 위구르인들의 증언이 나왔지만 중국의 강경한 부인에 국제 사회는 비판 성명을 내는 것 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위구르 수용소에 갇혔던 여성들이 BBC를 통해 그곳에서 이뤄졌다는 성폭행과 각종 고문, 위구르족 말살 정책을 적나라하게 폭로하면서다. 인권을 강조하는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직후다. 국제 인권단체들과 미 상원의원들은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보이콧까지 거론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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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무역제재법 통과시키고 中채널 허가 취소
눈에 띄는 건 영국이다. 홍콩 문제로 이미 중국과 갈등을 빚었던 영국 정부는 이미 지난해 베이징 동계 올림픽 보이콧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참혹한 인권침해의 증거가 있다'면서다. 로이터통신은 영국이 올림픽 불참을 시사한 건 처음이라고 전했다.
BBC가 위구르 수용소의 실태를 폭로한 2일(현지시간) 영국 상원은 무역법 개정안을 359표 대 188표로 통과시켰다. 제노사이드(특정 집단을 파괴할 목적으로 이뤄지는 범죄)를 저지른 국가와의 무역합의를 재검토하는 내용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게리 그림스톤 상원의원은 "법안이 중국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지만 의원들은 중국의 신장 위구르 사태를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은 다음 주 하원으로 넘어간다.
이어 4일 영국 통신 규제당국 오프컴(Ofcom)은 중국 국영 채널 CGTN이 운영하는 영어 위성 뉴스 채널의 허가를 취소했다. 오프컴은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의 의견을 참고해 해당 채널이 자체 편집권 없이 중국 공산당의 대외 선전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조치했다.
앞서 영국은 지난달 31일부터 홍콩의 해외시민여권 소지자들에 이민 문호를 크게 확대하는 조치도 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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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밀착, 대중 공조 선봉 나설 듯
영국의 본격적인 대중 견제는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이후 아시아로 눈을 돌리는 가운데 나왔다. 유럽과의 관계를 청산한 상황에서 미국과 밀착해 경제적 잠재력이 큰 아시아·태평양 지역 문제에 참여해 존재감을 키우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지난달 31일 “홍콩 문제 등과 관련해 영국의 보수파에서 아시아에 더 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이같은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내세우며 대중 공동 전선을 꾸리려 하자, 영국이 먼저 행동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미국·일본·호주·인도 등 4국이 참여하는 다자안보협의체 ‘쿼드(Quad)’에 영국이 참여하는 문제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대중국 협력을 위한 ‘민주주의 10국(D10)’ 모임을 제안하는 등 가치 기반 연대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미국과 영국 등 동맹국의 대중 공동 대응은 점차 심화할 것"이라며 "영국은 홍콩 어젠다를 가진 국가인 데다 영국과 유럽을 무시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과 다자적 접근을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 직후 세계 정상 중 존슨 총리와 가장 먼저 통화했고, 취임 후에는 전통대로 인접국인 캐나다, 멕시코 정상과 통화한 다음 유럽 국가 중 첫 번째로 존슨 총리와 통화했다. 이후 동맹국과 러시아 대통령에게도 전화를 걸었지만 아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 통화 소식은 없다.
이런 영국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중국 관영 매체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일 논평에서 "영국은 더이상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갖고 있지 않다"며 "미국만큼 어리석다"고 맹공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쇠퇴는 논란의 여지가 없을 뿐 아니라 국내 문제로 영국의 회복을 도울 수 없다"며 "중국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미국의 선례를 따를지 두 번 생각해야 한다"고 경고성 논평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주춤거리던 유럽연합(EU)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EU는 지난해 말 중국과 7년간의 협상 끝에 포괄적투자협정(CAI)에 합의했는데 비준을 앞두고 '위구르 폭로'가 터지면서 유럽 내 인권단체와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유럽 의회 내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유럽의회는 "EU의 무역과 투자 관계에 인권 문제가 고려돼야 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EU가 그동안 중국에 대해선 유보적인 분위기였는데 홍콩 보안법 제정 이후로 중국을 위협을 현실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홍콩, 대만, 위구르 문제로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에 대한 고민이 있는 데다 지난해 화웨이로 인한 차세대 기술 경쟁 문제, 코로나19 사태로 체제 우위론 논쟁까지 터져 미국과 공조할 여지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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