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선검역하다 바다에 빠질 뻔.." 팬데믹 최전선의 戰士들

최예슬,송경모 2021. 2. 6.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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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공항검역소 공무원들

“승선검역을 하다가 바다에 빠질 뻔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어요. 그래도 국민들이 코로나19로 소중한 사람 잃는 일이 없도록 힘쓰려고요.”

국립인천검역소에서 근무하는 강성혜 주무관이 승선검역을 하기 위해 부두에 정박한 외국 선박에 오르고 있다. 질병관리청 제공


국립인천검역소에서 승선검역 업무를 맡고 있는 강성혜(29) 주무관은 5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힘 있는 목소리로 ‘더 잘 하겠다’고 했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선박을 살피고 확진자가 국내에 유입되지 않도록 막는 일이 그의 역할이다. 지난 1년간 밤낮 없는 근무에 지쳤을 법도 한데 수화기 너머에서도 에너지가 느껴졌다.

강 주무관은 2019년 국가공무원 9급 공채에 합격해 첫 공직 생활을 코로나19와 함께 했다. 지난해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 발생 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검역 업무는 폭증했다. 현장 검역업무를 수행할 공무원이 부족해지자 인사혁신처는 질병관리청에 새내기 9급 공무원들을 배치했다.

강 주무관의 일과는 대부분 승선검역이다. 외국에서 들어온 선박에 올라 선원들의 건강상태, 감염 발생 여부를 확인한다. 선원 등을 상대로 검체도 채취한다. 승선검역은 직접 배에 올라야 하는 만큼 고된 작업이었다. 어느 날엔 12척의 배에 오르기도 했다. 작은 선박은 20분이면 끝나지만 큰 선박이나 러시아 선박처럼 전수검사 대상이 들어오면 최대 2시간이 걸린다.

부두가 아닌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배를 검역할 때는 위험도 따른다. 검역팀은 세관정을 빌려 타고 검사 대상 선박에 접근한 후 배와 배를 이어주는 통선정을 통해 올라탄다. 날씨가 좋은 날은 문제 없지만 날씨가 좋지 않으면 배가 흔들려서 위험하다. 요즘처럼 추울 때는 통선정에 살얼음이 껴있어서 미끄럽기도 하다.

강 주무관은 “한번은 날씨가 안 좋은 날 외항 승선검역을 나갔는데 세관정과 검역 대상 선박 사이에 사다리 역할을 하는 통선정에 올라타다가 자칫 타이밍을 잘못 맞춰서 떨어질 뻔했다”며 “동료가 잡아줬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가을 어느 날엔 검역 대상 선박에서 사망자가 발생해 승선검역을 나갔다. 난생 처음 시체를 보고 놀라기도 했지만 사망자의 동료들이 슬퍼하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그 사망자는 코로나19로 사망한 경우는 아니었지만 코로나19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도 저렇게 울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강 주무관은 “내가 검역을 제대로 해서 코로나19든 다른 감염병이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일에 이바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에 또 다른 감염병 사태가 터져서 ‘갈래?’라고 물으면 ‘네 가겠습니다’라고 답할 것 같다”며 “이번 경험을 토대로 좀 더 능숙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조명서 주무관이 국립인천공항검역소 입국장에서 해외 입국자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모습. 질병관리청 제공


국립인천공항검역소에서 근무하는 조명서(20) 주무관은 여객기를 타고 입국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검역을 하고 있다. 그는 특성화고 공무원시험에서 합격한 후 지난해 4월부터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에서 일해왔다. 검역소 일을 해보고 싶어 지원했지만 입국자 중 유증상자를 마주할 땐 두려움도 있었다. 조 주무관은 “감염병을 검역한다는 설명만 보고 공항에 출근을 했는데 칸막이가 쳐진 곳에 사람들이 들어가 있고 기침 소리도 들리고 해 무서웠다”며 개인보호구를 철저히 착용한다고 했다.

그러나 감염의 두려움보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 더 힘들었다고 한다. 코로나19 검사자의 경우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격리해야 한다. 격리 시설에 공실이 없으면 공항에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때 대기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편의를 봐 주는 일도 그의 역할이었다. 입국자들은 긴 여정과 대기 시간에 지치고 예민했다.

한번은 검사 대기자들이 아침 식사용으로 먹을 샌드위치를 나눠줬다. 한 사람이 “샌드위치를 물이랑 같이 먹으란 말이냐. 돈을 줄 테니 커피를 사오라”고 화를 냈다. 조 주무관은 “‘이런 이야기까지 들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힘들게 하는 원인도 사람이지만 힘내게 하는 원동력도 사람이었다. 고된 업무 속에서도 시민들이 “감사하다”고 인사할 때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고생이 많다’며 쪽지를 써서 검역대에 두고 가는 이들도 있었다. 그는 “TV화면에 검역소가 스쳐 지나가면 ‘내가 저기서 중요한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사명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고호영(24) 국립인천공항검역소 주무관도 공무원시험 합격 후 인천공항검역소로 왔다. 10개월간 검역업무를 하다가 지난해 10월부터 행정업무를 보고 있다. 그는 “우한에서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가 나타났다고만 듣고 검역소로 발령이 나서 처음엔 정보가 없으니까 두렵기도 했다”며 “1년이 지나니 두려움보단 책임감을 더 많이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공항 검역팀은 항상 바쁘다. 승객 수, 출발 지역에 따라 검역 전략도 다르게 세워야 했다. 특히 외국인 승객들과의 의사소통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어나 영어로 소통하기 어려운 외국인이 많다 보니 증상을 파악하고 어떤 약을 먹었는지 등을 물어보는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승객들도 답답해했다”고 전했다.

확진자를 놓치면 안 된다는 부담도 컸다. 지난해 가을, 유럽에서 입국한 뮤지컬 공연단에서 10여명의 확진자가 나온 적이 있었다. 고 주무관은 “공연단은 같이 생활하고 입국도 다 같이 하다 보니 게이트 앞에서 다른 승객들보다 미리 분류했다. 유증상자가 몇 명 나왔고, 전수검사를 해 확진자를 발견했다”며 “지역사회로 가기 전에 확인을 해 다행이었다”고 회상했다.

최근 검역소는 변이 바이러스로 긴장감이 돌고 있다. 영국,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오는 승객에 대해 검역을 강화하는 등 여러 조치가 더해지면서 검역에 시간도 더 오래 걸리고 있다. 그는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이 ‘감사합니다’라고 말해 줄 때,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와서 귀가조치 되는 이들이 ‘수고하십시오’라고 말해줄 때 힘을 얻는다”고 했다.

최예슬 송경모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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