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세계사' 역사왜곡 논란에..장항석 "인신공격 지나쳐"

신혜연 2021. 2. 5.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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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벌거벗은 세계사‘에 출연했던 장항석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가 방송 이후 불거진 역사 왜곡 논란에 대해 직접 해명했다.

장항석 교수. tvN 벌거벗은 세계사 방송화면 캡처.

4일 장 교수는 인터넷 카페에 입장문을 올렸다.

장 교수는 이 입장문에서 “의학을 전공한 교수로서 2018년 '판데믹 히스토리'라는 책을 집필한 바 있고, 당시 검토했던 수많은 책과 자료 및 문헌 연구를 토대로 이번 '페스트'편을 준비했다”면서 “제작진과 함께 여러 가지 잘 알려진 설 중 가장 보편타당성이 있는 내용을 엄선하려 노력했고, 여러 검증 과정을 거쳐 각 세부 주제들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또 “의학적인 관점에서 페스트라는 감염병에 대해 접근해보고자 하였으며, 공포심을 조장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질병에 승리해온 역사를 말하며 현재를 이겨낼 희망을 말하고자 한 것”이라 적었다.

장 교수는 “의학 분야에서도 서로의 의견이 상충할 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격한 토론을 한다. 하지만 충분히 역사학적 토론이 가능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강의 내용에 대해 사실도 근거도 없는 날조라고 깎아내리고, 인신공격성 발언을 통한 일방적인 매도는 지나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강연에서) 거짓을 이야기하지 않았으며, 제가 감염병 관련 책을 준비하면서 찾았던 그 수많은 자료가박 교수님의 주장대로 다 왜곡이라고 한다면, 페스트와 관련된 내용이 있는 수많은 책은 다 폐기되어야 옳을 것”이라고 적었다.

장 교수는 또 “(방송 내용에 대한)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면 시정할 의사가 있으며, 그에 앞서 박 교수님의 해명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방영된 tvN 교양 예능 프로그램 ‘벌거벗은 세계사’ 4회 방송분에서 장 교수는 중세 유럽시대 ‘페스트(흑사병)’에 대해 강연했다.

그다음 날인 31일 박홍식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자신의 SNS에 “중세 사회에 대한 이해도 거의 없고 당시 사료도 해석할 줄 모르는 한 의사가 청취자들에게 왜곡된 인식만 키웠다. 내용도 구성도 꽝이었다”면서 “힘들게 자문해 주었더니 내가 자문한 내용은 조금도 이용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제작진은 지난 1일 ”페스트와 관련된 내용을 의학사적인 관점을 중심으로 구성했다”면서 “방송 전 대본과 가편본, 그리고 자막이 들어간 마스터본을 관련 분야의 학자분들께 조언을 받고 검증 절차를 마친 후 방송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항석 교수는 국내 갑상선암 치료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EBS'명의' 등 방송 프로그램에도 다수 출연했다.

다음은 장항석 교수 입장문 전문.

「 우선 이 방송과 관련해 본의 아니게 잡음이 일게 된 점 송구하고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이 방송에 대해 서울대 서양사학과 박흥식 교수께서 개인 SNS에 방송이 역사 왜곡을 하였으며 자문을 거치지 않았고, 괜한 공포심을 조장하였다는 내용의 비판글을 게재했습니다.

저는 의학을 전공한 교수로서 2018년 〈판데믹 히스토리〉라는 책을 집필한 바 있고, 당시 검토했던 수많은 책과 자료 및 연구를 토대로 이번 〈페스트〉편을 준비하였습니다. 제작진과 함께 여러가지 잘 알려진 설 중 가장 보편타당성이 있는 내용을 엄선하려 노력했고, 여러 검증 과정을 거쳐 각 세부 주제들을 구성했습니다. 의학적인 관점에서 페스트라는 감염병에 대해 접근해보고자 하였습니다. 그리고 공포심을 조장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질병에 승리해온 역사를 말하며 현재를 이겨낼 희망을 말하고자 한 것입니다.

저는 역사를 해석하면서 다양한 역사학적 관점과 의견이 존재하며, 세계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 입장에서는 내용이나 구성에 대한 지적을 충분히 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거짓을 이야기하지 않았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준비했습니다. 제가 감염병 관련 책을 준비하면서 찾았던 그 수많은 자료가박 교수님의 주장대로 다 왜곡이라고 한다면, 페스트와 관련된 내용이 있는 수많은 책은 다 폐기되어야 옳을 것입니다.

아울러 이번 방송과 관련해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어 이에 대한 몇 가지 말씀을 덧붙이고자 합니다. 특히 SNS에 공개적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수준의 의사가 나섰다”는 식의 인신공격성 언급은 지나친 발언이며, 이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의학 분야에서도 서로의 의견이 상충할 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격한 토론을 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서로에 대한 예의는 지킵니다. 충분히 역사학적 토론이 가능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이고 자극적인 언사를 통한 일방적인 매도는 지나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수많은 사람을 수술하고 생명을 살리는 외과 의사로서 신뢰성이 중요한 사람입니다. 박 교수님의 지적 이후 많은 매체에서 저는 신뢰할 수 없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혔고, 제 저술 또한 일거에 형편없는 수준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박 교수님의 SNS에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는 대목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만약 제게 더 가르침을 주시고자 한다면 언제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내용에 대해서도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면 시정할 의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만남을 통해 서로의 오해를 풀고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 일들이 해결되어 나가길 기대해 봅니다.

박흥식 교수님께 같은 교수로서뿐만 아니라인간 대 인간으로 서로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이 이야기를 풀어볼 것을 제안합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제가 제기한 문제에 대한 박 교수님의 해명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청합니다. 박흥식 교수님의 긍정적 답신을 기대하겠습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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