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고령층 접종' 판단 유보에 1분기 접종계획 차질우려
전문가 "AZ 아니면 대안 선택권 없는데"
아스트라제네카사(社)의 백신 허가를 심사 중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차 자문단이 ‘65세 이상 고령층’의 접종 여부에 대해 애매한 대답을 내놓으면서 정부의 백신 계획이 시작부터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백신 수급 현황상 계획이 달라지진 못할 것”이라면서도 “처음부터 백신 확보에 서둘렀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5일 식약처는 전날(4일) 열린 법정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중앙약심은 현재 진행 중인 3상 임상 결과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18세 이상에게 접종할 수 있다’고 조건부 허가를 권고했다. 하지만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해서는 허용하되 그간 나온 임상시험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며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에서 추가로 논의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중앙약심 다음 단계인 식약처 최종점검위원회에서도 이같은 결론을 내면 고령층 접종 여부를 결정하는 ‘키’는 질병청이 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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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물량 대부분이 AZ…계획 흔들리나
일각에선 일부 유럽 국가처럼 질병청이 고령자 백신 접종을 제한할 경우 정부의 예방 접종 계획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65세 이상은 우선 접종 대상자에 해당하는데, 1분기 도입 물량 대부분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기 때문이다. 앞서 다국가 백신 공급 연합체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가장 먼저 국내에 들어올 화이자 백신은 의료진에게, 이후 들어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고령층에 접종을 할 것으로 점쳐졌었다.
유럽의 경우 유럽의약품청(EMA)은 18세 이상 전 연령층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승인했다. 하지만 독일과 프랑스, 스웨덴 등은 연구 결과가 충분치 않다며 65세 이상 연령층에는 접종을 권고하지 않았다. 지난 3일(현지시간)에는 스위스 의약품 규제 당국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임상 시험 자료가 부족하다며 사용 승인을 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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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질병청, 선택권 없어 고령층 제한 어려울 듯”
다만 전문가들은 질병청이 고령층을 상대로 백신 접종을 제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미 백신 접종과 관련해 우선 순위를 정해 심의ㆍ의결을 마친 상태다. 당시 백신 별로 다르게 하자는 이야기가 없었다. 추가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또 기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여러 백신을 갖고 있다가 골라서 투여하는 게 아니고 먼저 들어오는 걸 고령층에 우선 접종하는 거라 다른 선택지가 없다. 특히 고령층은 830만명에 달해 백신 수급 계획상 다른 백신으로 대체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65세 이상에서 막아 버리면 일정이 다 어그러진다”며 “얀센이나 노바벡스 물량이 당장 없기 때문에 2~4월 들어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 안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질병청이 결국 고령층 접종을 승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백신 선 구매 시기가 늦어 결국 궁지에 몰리게 된 것이라는 입장도 나왔다. 김우주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첫 단추를 끼우는 데 실패했다.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선 구매 했으면 이렇게 꼬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물론 고령층 접종을 해도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지만, 워낙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 하나하나 점검하면서 가는 게 맞다”며 “서둘러 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불신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공을 넘겨받은 질병청은 이날 중앙약심 발표 이후 예방접종전문위원회 등 절차를 거쳐 고령층 접종 계획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질병청은 “식약처의 최종 허가ㆍ심사 이후 그 결과를 반영할 것”이라며 “‘코로나19백신 분야 전문가 자문단’ 검토와 ‘예방접종전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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