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 나경원' 선거 후 부르기로 한 법원 "4월 전까진.."
[소중한 기자]
▲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을 방문해 한 가가에서 전을 뒤집고 있다. |
ⓒ 국회사진취재단 |
자신이 고소한 기자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나경원 전 의원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까진 법정에 나오지 않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선일 부장판사)는 5일 오후 열린 재판에서 나 전 의원의 증인신문 일정을 4월 14일 이후에 조율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2020년 5월 나 전 의원은 '역사해설 - 공안기관 숨겨진 불법, 호텔수사의 역사 : 나경원 집안과 공안기관의 관계'라는 제목의 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한 <민중의소리> 기자 A씨를 고소했다. 수사를 진행한 경찰은 불기소(혐의없음) 의견을 담아 사건을 검찰에 넘겼으나,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지난해 10월 A씨를 기소했다.
재판부는 ▲ 나 전 의원 ▲ 나 전 의원 외가가 운영했던 호텔의 직원이었던 B씨 ▲ 나 전 의원 대신해 경찰에 나가 조사에 임한 현직 동작구의원 C씨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모두 검찰이 요청한 증인이었다.
이날 재판에선 B씨를 상대로 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B씨는 재판 시작 이후 법원 측과의 전화통화에서 "암투병"을 이유로 출석하지 못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재판부는 다음 재판에서 C씨의 증인신문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A씨 변호인인 오민애 변호사는 "C씨는 (나 전 의원 대신 조사에 임한 것뿐이므로) 고소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나 전 의원 증인신문이 이뤄진다면 굳이 C씨를 상대로 증인신문을 진행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 전 의원 증인신문을 우선 진행하자고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4월 전까진 (나 전 의원 증인신문이) 힘들지 않겠나. 자세히 모르겠습니다만 선거(서울시장 보궐선거는 4월 7일)에 관여가 돼 있지 않나 싶다"라며 오 변호사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재판부) 일정상으로도 4월이 돼야 증인신문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오 변호사는 "다음 기일에 B·C씨의 증인신문을 한 번에 진행하고 4월 이후라도 나 전 의원 증인신문 일정을 잡았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잠시 논의를 거친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B·C씨 증인신문은 진행하고 나 전 의원 증인신문 일정은 그때 가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겠다"라고 최종 결정했다.
재판 쟁점 : 나경원 외가 호텔, '불법구금' 알았나 몰랐나
A씨는 지난 3월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통해 과거 나 전 의원 외가가 운영했던 '그레이스호텔'에서 이른바 '호텔수사(과거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공적인 장소가 아닌 호텔에 불법으로 구금해 강압적으로 수사했던 관행)'가 이뤄졌던 사례를 거론하며, "공안기관의 불법구금에 협조했던 혹은 묵인했던 호텔은 아무 죄가 없을까요"라고 말했다.
A씨가 거론했던 사례는 1981년 '윤노파 사건'에서 살인자로 몰린 고숙종씨와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을 목격한 의사 오연상씨의 피해 사실이었다. 고씨의 재판은 법원이 고문에 의한 자백을 받아들이지 않고 무죄를 선고한 최초의 사례로 남아 있다. 오씨는 6월항쟁의 촉발이 됐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던 결정적 증언을 한 인물이다. 두 사람 모두 수사 과정에서 그레이스호텔에 불법구금됐다.
나 전 의원은 그러한 사실을 당시 호텔에선 인지하지 못했다며 A씨를 고소했다. 검찰은 21대 총선과 관련된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만료 전날인 지난해 10월 14일 "나경원을 (4월에 있었던 21대 총선에서)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나경원의 직계존속인 외조부 정희영에 관하여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였다"며 A씨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1980년대 그레이스호텔 관계자들은 호텔 내 객실에서 수사기관이나 공안기관이 조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고, 조사 과정에서 고문이나 불법감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은 더더욱 알지 못했다"며 "또한 이를 예상하지도 못했기 때문에 수사기관이나 공안기관의 불법구금에 협조 내지 묵인한 사실도 전혀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A씨는 기소 후 칼럼을 통해 "(해당 유튜브) 채널 내의 콘텐츠는 제목에 말머리를 달아 몇 가지 카테고리로 구분하는데 그 중 '역사해설'이란 카테고리가 있다"라며 "정당이나 권력기관의 역사를 다루는 카테고리인데 (나 전 의원이 문제 삼은 내용의) 이 콘텐츠가 그 카테고리에 속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경찰에서) '낙선이 목적이었나'라는 질문을 받아 '그렇지 않고 이 채널에서 권력기관의 역사를 계속 다뤄왔고 그 연장선에 있다고 답했다"면서 "사실이 그렇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의 공소장은 '피고인은 <민중의소리> 소속 기자로 (중략) 평소 나경원을 비롯한 일부 야권 성향의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고, 해당 정치인들이 더 이상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라는 문구로 시작한다"며 "비판은 기자라는 직업의 본질적 임무다. 기자의 비판적 시각이 이렇게 해설될 것이라고는, 그것도 2020년을 살고 있는 검사가 공소장에 그런 내용을 버젓이 작성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도전한 나 전 의원은 현재 국민의힘 경선 레이스에 뛰어들어 오세훈·오신환·조은희 후보와 경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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