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희, WTO 사무총장 후보직 사퇴.."미국과 합의했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 나선지 7개월만에 도전을 포기했다.
유 본부장은 5일 “WTO 사무총장 후보직 사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 본부장은 “WTO 차기 사무총장에 대한 회원국의 컨센서스(전원 합의) 도출을 위해 미국 등 주요국과 협의를 진행해 왔지만, WTO 기능의 활성화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유 본부장은 지난해 차기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1, 2라운드(회원국 협의)를 통과하며 8명의 후보자 중 최종 후보 2명에 올랐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진행한 3라운드 선호도 조사에서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 밀리며 불리한 입장에 놓여 있었다.
WTO 회원국은 사무총장 선출에 아직 합의하지 못한 상황이다. 중국이 지지하는 나이지리아 후보를 미국이 반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WTO는 사무총장 선출을 포함한 모든 의사결정을 164개 회원국의 컨센서스로 정한다. 특정 후보에 반대하는 회원국이 있으면 사무총장 선출이 불가능하다.
그동안 유 본부장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행정부의 지지를 받아 후보직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다자주의 대외정책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으로 미국이 다수 회원국의 지지를 받는 나이지리아 후보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유 본부장의 사퇴 결정 배경에도 바이든 행정부의 ‘트럼프 지우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유 본부장은 이날 “트럼프 정부가 저를 강력히 지지했다”면서도 “올해부터는 WTO가 본격적인 다자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퇴를 결정했고, 이에 대한 저의 결정을 미국 정부도 존중했다”고 말했다.
유 본부장의 사퇴로 한국 정부는 나이지리아 후보의 WTO 사무총장 추대에 동의할 전망이다. 유 본부장은 “이후의 한국은 모든 회원국과 마찬가지로 컨센서스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라고 했다.
유 본부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범정부 차원의 총력 지원은 제가 쟁쟁한 후보자 가운데서도 최종 2명의 후보로 선정될 수 있게 한 큰 원동력이 됐다. 선거 기간 내내 국민께서 보여주셨던 뜨거운 성원 역시 크나큰 힘이 됐다”며 선거 활동을 끝내는 소회를 밝혔다.
산업부는 “앞으로도 유 본부장과 정부는 다자무역체제의 복원‧강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기 WTO 사무총장 선출 과정은 향후 열릴 WTO 일반이사회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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