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사범으로 운동만 하던 내게.. "목사가 돼라"

2021. 2. 5.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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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사명 넘어 소명을 붙들라 <2>
김연희 서울 신생중앙교회 목사(오른쪽 다섯번째)가 1972년 월계중앙교회 주일학교 교사시절 여름성경학교를 인도하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아버지”를 부르며 기도했다. 주일학교 교사도 최선을 다해 감당하며 열심히 교회에 다녔다.

1972년 서울 월계중앙교회에서 부활절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유년부 부활절 설교 때 부활의 놀라움을 실감 나게 전하고 싶어 고민하다 생각해낸 것이 달걀에서 병아리가 탄생하는 장면이었다. 문제는 어떻게 부화시키느냐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앞 좌판에서 병아리 한 마리를 샀다. 그다음 달걀에서 껍질만 남기고 흰자와 노른자를 빼내는 일에 몰두했다. 달걀 반판 이상을 망치고 그럴싸한 껍질을 겨우 얻었다.

작은 병아리를 넣고 테이프로 살짝 붙인 후 보여줄 생각이었다. 이튿날 병아리는 내 연출에 맞춰 잘 움직였다. 아이들은 감탄했고 신나게 예수님의 부활과 구원을 전했다.

당시 내 모습을 보신 목사님께서 주일학교 부장을 맡기셨다. 그 바람에 청년회장과 함께 교회활동에 푹 빠져 날마다 교회에 살았다.

하루는 교회에서 부흥회가 열렸다. 방언해야 성령 충만한 줄로 믿었기에 간절히 기도했다. 낮 집회 때 실컷 기도하고 눈을 떴더니 저녁이 돼 예배당에 나 혼자 남은 적도 있었다.

그 주간 학생회를 인도할 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중고등부 아이들을 붙잡고 성령님의 뜨거운 감동으로 기도해 줬는데 학생들이 눈물을 흘리며 회개하고 방언의 은사가 터졌다. 학생들을 보며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주님, 저 아이들도 방언 받았는데 저도 성령 충만과 방언을 주세요.” 저녁 빈 예배당에서 그렇게 한참을 기도했다. 내게도 성령의 역사가 일어나 방언이 나오려 했다. 그런데 왠지 무서운 기분이 들었다. 중단하고 집으로 돌아와 버렸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날 밤 두 번째 역사가 일어났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사람이 거듭나지 아니하면 하나님의 나라를 볼 수 없느니라 니고데모가 이르되 사람이 늙으면 어떻게 날 수 있사옵나이까 두 번째 모태에 들어갔다가 날 수 있사옵나이까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사람이 물과 성령으로 나지 아니하면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느니라.”

요한복음 3장 3~5절 말씀이었다. 마치 누군가가 내 귀에 대고 설교하는 것 같았다. 일주일 내내 속삭임은 계속됐다. 주일을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는지 모른다.

그렇게 맞이한 주일, 그날 예배가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예배를 드리고 집에 돌아왔는데 기도가 너무 하고 싶어 교회로 다시 달려갔다.

그러나 막상 교회 기도방에 앉으니 기도가 잘 나오지 않았다. 말씀이라도 읽으려고 무작정 성경을 폈다. 고린도전서 12장이었다. 큰소리로 말씀을 읽어 내려가는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방언들 통역함을 주시나니”란 구절에서 드디어 방언 기도가 터져 나온 것이다.

눈물의 회개 기도가 두 시간 이어졌다. 이어 나의 미래를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당시 태권도 사범으로 미국에 가기 위해 준비할 때였다. 그런데 기도를 하면 할수록 마음 깊은 곳에서 반복되는 음성이 있었다. “목사가 돼라”는 것이었다.

할 수 없다고 계속 부인하는데 연거푸 뚜렷한 음성이 들려왔다. “내가 너를 선택했다. 내가 너와 함께한다. 내가 너를 들어 쓰리라.” 그러나 운동만 하던 내가 과연 신학교에 가서 공부를 잘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혼란과 번민이 몰려왔다. 나약한 인간이기에 일상으로 돌아오면서 미국에 갈 준비에 열을 올렸다.

그러던 어느 날 발바닥에 통증이 왔다. 커다란 종기에 고름이 들어있었다. 어려서부터 나를 괴롭히던 세 가지 질병이 있었다. 위궤양, 갑상샘 질환, 종기였다. 원인도 모르는 종기가 생길 때마다 발바닥을 찢고 고름을 짜낸 후 약을 발랐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한 달 내내 치료해도 쉽게 아물지 않았다. 미국행이 자꾸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며칠 후 월요일부터 4일간의 부흥회가 시작됐다. 은혜 가운데 부흥회를 마치고 평온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몇 번 몸을 뒤척이다 밀려오는 잠을 청하는데, 눈앞에 낮 동안 벌어진 일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더니 캄캄한 세상이 펼쳐졌다. 무슨 일인가 싶어 주위를 둘러보는데 저쪽 끝에서 환한 빛이 비취더니 주님이 걸어오셨다.

하나님께서는 내게로 오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망설이다 아버지의 세 번째 부름을 듣고서야 “아버지” 하고 부르며 그 품에 안겼다. 주님은 등을 쓰다듬어 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사명을 받아 감당하라.” 그 말씀이 끝나자마자 끝도 없이 긴 기차가 기적을 울리며 내 앞에 섰다. 아버지께서는 손수 기차의 문을 열고 기관사 자리에 앉혀주셨다. “이 기차의 기관사가 되어라.”

처음 보는 기차의 기관사가 돼 기차를 출발시켰다. 커다란 기적 소리에 잠에서 깼다.

일어나 앉으니 사방이 고요한 한밤중이었다. 너무나 생생한 꿈이었다. 그제야 내게는 결정 권한이 없음을 인정했다. 그리고 이렇게 기도했다. “주님, 주님께서 명령하신 그 길을 따르겠습니다.”

김연희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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