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힘들진 않았다" 단단한 울산, 티그레스전서 엿본 전술적 지향

유현태 기자 2021. 2. 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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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울산현대)

[풋볼리스트] 유현태 기자= 패배를 거두긴 했지만 홍명보 감독은 울산 현대를 지휘한 지 불과 3주 만에 단단한 팀으로 만들어놨다. 2021시즌의 시작을 앞두고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엔 충분했다.


울산은 4일(한국시간) 카타르의 알라얀에 위치한 아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2020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2라운드에서 북중미 대표로 나선 티그레스UANL에 1-2로 패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챔피언 자격으로 나선 울산은 5위 결정전에서 알두하일(카타르)와 맞대결로 대회를 마무리한다.


결과가 뜻대로 따르진 않았지만 울산은 짜임새 있는 경기력을 보였다. 4-2-3-1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지만, 수비엔 공격형 미드필더 윤빛가람이 최전방 공격수 김지현과 함께 나란히 서면서 4-4-2로 형태를 바꿨다. 수비 블록 형성에 유리한 점을 살려 티그레스가 중원에 볼을 투입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도였다.


전반 중반까진 울산의 전략이 그대로 먹혀 들었다. 전반 20분 코너킥에서 역습을 주면서 앙드레피에르 지냑에게 중거리 슛을 준 것을 제외하면 유효 슈팅을 주지 않았다. 티그레스는 울산의 수비 조직에서 약점을 찾지 못해 주변을 맴돌았다.


공격적으로도 괜찮았다. 전반 18분 김지현이 영리하게 돌아선 뒤 강력한 중거리 슛으로 먼저 유효 슈팅을 기록했다. 전반 24분 윤빛가람의 코너킥을 김기희가 가까운 쪽 골대로 움직이며 머리로 마무리했다. 자로 잰 듯 잘 만들어진 세트피스였다.


온갖 악재 속에 짧은 시간에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우선 사령탑이 교체돼 새로 팀을 만들어야 했다. 둘째로 체력과 훈련 시간이 문제였다. 울산은 지난해 12월까지 ACL 일정을 치렀다. 자가 격리를 거치느라 휴가는 단 1주일이었고, 지난달 11일에야 소집됐다. 카타르 이동을 제하면 고작 훈련 기간은 3주 정도다. 세 번째론 선수단 구성이었다. 이청용, 이동경, 고명진, 홍철이 부상으로 이탈했고 외국인 선수들도 팀 훈련은 카타르에서 시작했다.


홍 감독의 선택은 우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수비부터 다졌다. 공격에선 개인 능력과 세트피스로 공격을 노렸다.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현실적 전략이었다. 홍 감독은 "상대 공격을 막기 위해 수비적인 측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며 " 긴 시간은 아니지만, 상대에 대해 준비를 철저히 했다. 준비했던 부분이 잘 맞아떨어졌다. 준비한 것들에 대해 우리 선수들은 오늘 100% 충분히 다 발휘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결과까지 가져오지 못한 것은 역시 완성도의 문제였다. 경기 초반 울산은 수비 라인을 올려두고 전방 압박도 병행했다. 덕분에 수비 라인이 페널티박스까지 물러서지 않았고, 위험 지역 바깥에서 티그레스와 힘 싸움을 벌였다.


울산이 득점을 터뜨린 뒤 티그레스는 공세적으로 나섰다. 여기서 버티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전반 36분 지냑의 프리킥 이후 계속 울산의 페널티박스 안으로 공이 투입됐다. 전반 37분 코너킥에서 기도 피사로가 헤딩으로 유효 슈팅, 뒤이어 전반 38분 코너킥에서 지냑에게 실점했다. 전반 추가 시간에도 코너킥에서 김기희가 수비하다가 핸드볼 반칙을 저질러 페널티킥을 내줬다.


시간적, 인적 자원의 부족 속에 준비한 약점이 드러났다. 상황에 맞춘 수비의 대응, 상대가 공세로 나설 때 뒤를 응징할 조직적 역습 등 아직 울산이 갖추진 못한 전술 요소가 많았다. 홍 감독 역시 "첫 번째 실점 후 상대가 거칠게 나올 때 버텨내지 못한 것 외에는 특별히 힘들었던 부분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3주 만에 끈끈한 팀을 만들었다. 새 얼굴인 김지현, 이동준, 신형민과 교체 투입된 힌터제어, 강윤구까지 가능성을 보였다. 부상자까지 복귀한다면 울산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홍 감독은 연령별 대표팀을 지도하면서도 공수 밸런스가 잘 잡힌 팀을 만들었다. 화려한 공격을 자랑하기보단, 어느 팀을 만나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힘이 돋보였다. 장기간 공을 들일 수 있는 클럽 팀에서 공격 전술만 가다듬는다면, 울산은 올 시즌도 우승 후보로 꼽힐 자격이 있다. 패배의 아픔보단, 내용에서 희망을 본 한판이었다.


사진= 울산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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