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의 '희비'..역대 실적에 웃고, 당국 압박에 운다
우리금융을 제외한 3대 금융지주(KB금융ㆍ신한ㆍ하나금융)가 잇달아 '역대 최대 실적' 성적표를 내놨다. 실적 잔치 속에서도 금융당국의 배당 축소 권고와 잇따른 경영진에 대한 제재 통보로 은행권의 표정은 한껏 밝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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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 순이익 3조4146억원…. KB금융, 리딩뱅크 탈환
5일 신한ㆍ하나ㆍ우리금융지주가 지난 4일 KB금융에 이어 연달아 지난해 실적을 발표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2019년(3조4035억원)보다 0.3% 늘어난 3조414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소폭 늘었지만 역대 최고 실적이다. 신한금융 측은 “이자 이익의 증가와 안정적인 자산 포트폴리오로 2014년부터 7년 연속 순이익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신한금융의 지난해 4분기 당기순이익(4644억원)은 전분기 대비 59.4%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대비한 대손충당금(1873억)과 라임 펀드 등 투자상품 손실(2675억원) 같은 일회성 비용이 반영됐다는 신한금융의 설명이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이 벌인 리딩뱅크 싸움은 올해에는 KB금융이 승자가 됐다. KB금융은 지난해 순이익 3조4552억원으로 신한금융보다 517억원 더 많다. 신한금융은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 리딩뱅크 자리를 유지했다기 이번에 2위로 밀려났다.
하나금융도 최대 실적을 냈다. 하나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은 2조6372억원으로, 전년 대비 10.3%(2457억원) 증가했다. 하나금융 측은 “코로나 19 여파를 대비한 선제적 충당금, 사모펀드 관련 비용 등 일회성 비용에도 불구하고 비용감축과 비은행 부문 약진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4대금융지주 중 우리금융만 유일하게 순이익이 감소했다. 우리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은 1조3073억으로 1년 사이 5649억원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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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보다 증권사 등 비은행 부문이 실적 견인
금융지주의 실적 희비를 가른 것은 증권사 등 비은행 부문이었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은 희망퇴직 확대와 대손충당금으로 비용이 늘면서 실적이 줄었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순이익(2조7780억원)은 전년 대비 10.8%로 가장 많이 감소했다. 뒤를 이어 우리은행(9.4%), 하나은행(6.1%), 국민은행(5.8%) 순으로 순이익이 줄었다.
반면 주식투자 열풍으로 각 금융그룹이 보유한 증권사는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KB증권의 지난해 당기순이익(4256억원)은 2019년(1677억원)보다 153%이상 늘었다. 하나금융투자(4100억원)도 같은 기간 46.6% 증가했다.
신한금융 역시 신한카드(6065억원), 신한생명(1778억),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2793억원) 등 비은행 계열사가 전년보다 21.6% 이익이 늘며 실적을 견인했다. 이와 달리 증권사를 보유하지 않는 등 비은행 비중이 낮은 우리금융은 이익폭이 크게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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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실적에도 배당 축소…경영진은 중징계 통보
역대급 실적에도 금융지주의 표정은 밝지 않다. 전년보다 좋은 실적(순이익)에도 주주에게 돌아갈 몫(배당성향)은 줄었다. 금융위원회가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낮출 것을 공식적으로 권고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이날 주당 배당금을 1350원으로 결정했다. 중간배당금을 포함한 총 배당금은 1850원으로, 전년보다 16% 낮다. 배당성향은 금융위가 권고대로 20%에 맞췄다. KB금융지주도 주당 배당금을 2019년(2210원)보다 20%가량 줄인 1770원으로 결정했다. 신한금융은 이날 실적 발표에서 배당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금융위 권고를 지킬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발 징계리스크도 부담이다. 금융감독원은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태와 관련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최고경영자(CEO)에게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라임 사태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직무 정지(상당),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문책 경고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주의적 경고를 사전 통보받았다. 하나금융도 사정은 비슷하다. 함영주 부회장에 대한 라임펀드 관련 징계가 예상되는 데다,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대표는 선행 매매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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