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콕 집은 김종인, 사법농단-법관탄핵 비틀다

박소희 2021. 2. 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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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빨간펜] 위원장님, 헌정사 최초 판사 탄핵을 놓고 이런 회견문은 부적절합니다

[박소희 기자]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명수 대법원장을 향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국민에 속죄하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말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세월호 7시간' 재판에 개입한 임성근 판사의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다음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반격에 나섰다. 목표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퇴진'. 

김 비대위원장은 김명수 대법원장을 "법관 탄핵의 부역자"라고 비난했다. 지난해 임성근 판사의 퇴직 여부를 논의할 때 '탄핵 관련 언급은 없었다'던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 판사의 녹음파일 공개로 거짓해명 논란에 휩싸인 만큼 "사법부 수장으로서 권위와 자격을 완전히 상실했다"고도 지적했다(관련 기사 : 첫 법관탄핵... 이낙연 "삼권분립 작동" - 김종인 "사법부 붕괴" http://omn.kr/1rzcr ).

하지만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약 6분 동안 낭독한 기자회견문 곳곳은 사법농단의 진짜 몸통, 또 헌정사상 최초로 법관 탄핵이 이뤄진 진짜 이유 등을 비틀고 있었다. <오마이뉴스>는 '빨간펜'을 들고, 그의 기자회견 내용을 샅샅이 따져봤다.

[빨간펜 ①] 대법원장 단골멘트도 김명수가 하면 '여론 재판' 강요?
 
(김명수 대법원장의 발언을 거론하며) 헌법과 법률, 양심이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 재판' 운운하며 '여론 재판'을 후배 법관에게 강요한 분이 누구입니까?

표현만 다를 뿐, '국민을 고려하는 재판'은 사법부 수장이라면 예나 지금이나 강조하는 수사(修辭)다. 양승태 대법원장도 임기 내내 신년사마다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투명하고 열린 법원(2012년)", "국민 여러분께 더욱 더 만족을 드리는 사법제도 구현(2015년)" 등을 말했다. 그렇다면 양승태 대법원장도 '여론 눈치보기'를 강요한 것일까?
[빨간펜 ②] 문제 법관의 사표 줄행랑, 또 눈감아줘야 했나
 
법령의 근거도 없이, 납득할 수 없는 사유로 (임성근 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한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할 것.

법리를 떠나 내용만 보면, 딱히 틀린 구석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 해명 논란과 별개로 당시 상황을 봐야 한다. 

김 대법원장과 임 판사는 2020년 5월에 만나 사표 수리 여부를 논의했다. 이미 그해 2월 임 판사의 재판개입 행위가 '헌법 위반이지만 무죄'라는 판결이 나와 시민사회계에서 탄핵 요구가 꾸준히 나오던 시기였다. 또 임 판사는 사법농단에 연루됐으나 가장 낮은 수준의 '견책' 징계를 받았고, 이마저도 취소소송을 제기한 탓에 징계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였다. 당시 사표가 수리됐다면, 임 판사는 별 탈 없이 변호사 개업이 가능했다. 

'문제 법관'을 징계없이 사직 처리하는 것은 법원의 잘못된 관행 중 하나다. 양승태 대법원장만 해도 2013년 대학 후배를 성추행한 A판사, 2014년 술집에서 난동을 부린 B판사, 2015년 '악플러'였던 C판사 등을 모두 징계없이 사표를 수리했고, 매번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을 받았다. 특히 기소 직후 사직한 A판사를 두고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조차 2015년 국정감사에서 "미흡한 처리"라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김종인 위원장은 2020년 5월 김명수 대법원장이 과거처럼 임성근 판사의 사표를 수리해야 했다는 주장인가? 법원의 잘못된 관행을 되풀이하라는 의미가 아니겠지만, 충분히 오해를 살 수 있는 문장이다.

[빨간펜 ③] "정권과 결탁"이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법농단' 연루 임성근 판사 탄핵소추안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무기명 투표 후 여야 감표위원들이 투표함을 열어 확인하고 있다.
ⓒ 남소연
 
대법원장이 사법농단의 몸통 역할을 하고 있다거나...
정권과 결탁한 대법원장의 탄핵 거래

사법농단은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를 일컫는 말이다. 굳이 '사법농단의 몸통'을 따지자면, 몸통은 자신들의 권한을 남용해 특정 판사와 연구모임을 뒷조사하고 박근혜 청와대와 긴밀히 소통하며 '법정 밖'에서 재판 관련 서류를 주고받고, '세월호 7시간 재판' 판결문까지 고친 당시 법원행정처 관계자 등이다. 임성근 판사도 그중 하나다. 

일선 판사들은 법원 스스로 훼손한 재판의 독립을 회복하기 위해 2018년 11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사법농단을 "탄핵소추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위반행위"라고 의결했다. 시민단체들도 같은 이유로 법관 탄핵을 요구해왔다. 여기에 세월호 유족과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노력이 더해져, 지난 4일 임성근 판사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었다.

[빨간펜 ④] 판사들도 "법관 탄핵 필요" 말하는데
 
판사들이 헌법에 규정된 대로 오직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사법부 독립과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을 수호해야 한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끝으로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보낸 충고다. 하지만 이 모든 가치와 원칙을 뒤흔든 일이 임성근 판사의 '세월호 7시간 재판' 개입이다. 

임 판사는 2015년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 지시를 받고 청와대에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재판 동향을 전달했다. 또 판결문에 ▲'세월호 7시간 의혹'은 허위이고 ▲개인 박근혜의 명예는 훼손됐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로써 재판의 독립이 훼손되고 삼권분립 원칙이 허물어졌다는 것이 전국법관대표회의 의결사항, 임성근 판사 1심 판결, 그리고 국회 탄핵소추 사유였다.

현직 판사 또한 김명수 대법원장의 '탄핵 논의는 없었다'는 해명은 "부적절한 처신"이지만, 임성근 판사의 책임을 묻는 것과는 구분해야 한다고 짚었다. 정욱도 판사는 4일 법원 내부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임 판사 행동은) 재판의 독립이라는 중대한 헌법상 가치가 훼손된 측면이 분명히 있다"며 "형사절차나 징계절차와는 별도로, 헌법적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뚜렷하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가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참으로 참담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현직 대법원장이 대법원 명의로 국회에 거짓 답변서까지 제출하며 국민 앞에 거짓말을 늘어놓다가 하루 만에 들통이 났습니다. 정권이 비상식적으로 자행하는 헌정 초유의 법관 탄핵사태에서 사법부 수장이 자신이 정치적으로 비난받는 것이 두려워 사표 수리를 거부하며 후배 판사를 탄핵 제물로 내놓은 모습은 정말 비굴할 뿐만 아니라 충격 그 자체입니다. 

대법원장이 국민을 상대로 거짓 사기극을 펼친 데 대해 국민적 공분이 들끓고 있습니다. 양심마저 마비 「거짓말쟁이 대법원장」 때문에 사법부 전체가 뇌사 상태에 빠졌다는 사법부 내부의 비판 목소리도 높습니다. 

사법부 수장으로서 자질과 수준을 의심케 하는 현 대법원장의 그간 언행들을 되돌아보면 작금의 불행한 사태를 이미 예견케 하는 대목이 없지 않았습니다. 

1. 대법원장은 취임 당시 "대법원장으로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온몸으로 막아내겠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정권이 재판부 판결에 불복하며 사법부를 흔들어댈 때 대법원장은 침묵했고, 사상 유례없는 100여명의 법관에 대한 검찰수사에도 동의했습니다. 법관 탄핵의 부역자라는 신랄한 비판도 쏟아집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부 수장으로서 판사들에게 정치적 외풍을 막는 울타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왔다고 생각합니까? 이렇게 질문드립니다.

2. 대한민국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헌법과 법률, 양심이 아니라 '국민 눈높이 재판' 운운하며 「여론 재판」을 후배 법관에게 강요한 분이 누구입니까? 법관에 부여한 신성한 헌법정신을 다른 누구도 아닌 대법원장이 허물어뜨리는 反헌법적 작태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3. 얼마 전 대법원은 선거방송 토론회에서 유권자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후보자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그러나 선거공보물 허위 적시만으로도 최종 유죄 판결이 내려진 대법원 기존 판례와 크게 어긋나는 판결이어서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말까지 
다시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되돌아보니 대법원의 석연치 않았던 이런 판결 또한 거짓말쟁이 「피노키오 대법원장」 체제에서는 충분히 가능했던 모양입니다.

4. 이번 법관 탄핵사태 와중에 문제의 음성파일과 녹취록을 통해 드러난 現 대법원장의 민낯은 헌법에 규정된 사법부 수장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공개 자료에 따르면 대법원장은 
'정치적인 상황'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헌법과 법률, 양심 말고 정치적인 고려를 해야 한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용납할 수 없는 反헌법적인 발상이자, 대법원장 스스로 법복만 걸친 정치꾼임을 고백한 것입니다. 더구나 법령의 근거도 없이 납득할 수 없는 사유로 사표 수리를 거부한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할 것이며,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없다"는 거짓 답변서는 허위공문서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할 것입니다.

대법원장이 사법농단의 몸통 역할을 하고 있다거나 「사법의 정치화」 주범이라는 격앙된 비판도 나옵니다. 오죽하면 사법부 독립과 삼권분립의 최대 걸림돌이 정치적 편향의 대법원장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겠습니까. 거짓말쟁이 대법원장은 사법부 수장으로서 권위와 자격을 완전히 상실했습니다. 옳고 그름을 가리는 사법 최종 판결자인 대법원장이 「거짓의 명수(名手)」라는 것은 국가적 재앙이자 미래세대에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제 대법원장 스스로 결단해야 합니다. 스스로 물러나는 것만이 상처 입은 국민께 속죄하는 최소한의 도리일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무(無)법부 장관」에 이어 「무(無)법원장」까지 법과 정의의 최후 보루인 사법기관이 무법천지로 변질해버린 현실이 정말 개탄스럽습니다. 

국민은 말합니다. 정권과 결탁한 대법원장의 「탄핵 거래」가 아니냐며 진상을 밝히라고 말합니다. 나아가 판사들이 헌법에 규정된 대로 오직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재판을 진행할 수 있도록, 사법부 독립과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을 수호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결단하지 않을 경우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강력 경고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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