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이젠 김명수 지키기 "인성 안된 임성근이 탄핵 발언 유도"
“난폭 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운전자 길들이기’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국회에서 통과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탄핵소추안에 대해 한 말이다. 이 대표는 “법관 탄핵이 이번이 최초라는 게 오히려 믿기지 않는다”며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따라 삼권분립이라는 민주헌정 체제가 처음으로 작동했다는 데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임 부장판사 탄핵소추안을 대표 발의한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전날 민주당 의원들에게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해 5월 임 부장판사에게 “(여당에서) 탄핵하자고 설치고 있는데 사표 수리하면 내가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느냐”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지만, 여당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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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표 나오면 논란”
임 부장판사 탄핵안 발의엔 161명(민주당 150명, 정의당 6명, 열린민주당 3명, 기본소득당 1명, 무소속 1명)이 동참했다. 4일 표결에선 민주당 의원 174명 중 168명(자가격리자, 일부 국무위원, 정정순 의원 등 6명 불참)이 표결에 나섰다. 결과 재석 의원 288명 중 찬성이 179명(반대 102명, 기권 3명, 무효 4명)나왔다. 발의에 동참했던 군소정당 및 무소속 의원 11명을 제외하고 표결에 참여한 민주당 168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단 얘기가 된다. 탄핵 발의 당시 법관 탄핵에 반대하거나 유보적이었던 의원들까지도 찬성으로 돌아선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본회의 표결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낙연 대표가 “국회가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한 것이 자신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이 대표의 발언으로 '탄핵 소추 찬성'이 사실상의 당론이 되면서 반대할 경우 비판의 표적이 될 우려가 있었다고 했다. 한 다선 의원은 “구성원으로선 어쩔 수 없이 찬성해야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이미 발의불참자 명단이 돈 상황에서 반대표가 상당수 나오면 ‘누가 반대표 찍었냐’며 찍어내기 분위기에 흉흉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인 출신의 중진 의원도 “이미 발의가 된 상황에서 반대표가 나오면 당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된다”고 말했다.
녹취록을 공개한 임 부장판사에 대한 개인적 반발도 판단에 영향을 줬다고 한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왜 지금 탄핵해야 하느냐는 생각에 판단이 안 섰었는데 녹취록 공개건을 보며 ‘반드시 탄핵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본회의장에서 야당이 피켓을 들며 소리치는 걸 보니 당의 입장이 우선이란 생각도 퍼뜩 들었다”고 밝혔다.
입장을 밝히지 않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표결 전 “헌법을 위반했다면 당연히 국민의 이름으로 국회가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발의에 미온적이던 일부 이재명계 의원들도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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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탄핵” vs “그거야말로 사법권 침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기자회견을 열어 “옳고 그름을 가리는 사법 최종 판결자인 대법원장이 ‘거짓의 명수(名手)’라는 것은 국가적 재앙이자 미래세대에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탄핵당해야 할 사람은 김 대법원장”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녹취록 파문에 선을 그으며 ‘김명수 탄핵’ 주장을 조기에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임 부장판사와 김 대법원장 간에 대화와 법관 탄핵 진행 절차는 완전히 별개의 것”이라며 “(녹취록도) 녹음하려고 마음먹은 사람들은 일정 정도 대화를 유도하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임 부장판사가 김 대법원장으로부터 관련 발언을 유도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 아침’에서 “녹취록 공개를 보면서 임 부장판사의 인성이나 인격도 탄핵감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대법원장을 탄핵하자는 야당 주장이야말로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대법원장이 잘한 건 아니지만 바로 사과했다”며 “설 연휴기간 동안 재난지원금이나 집값 문제가 화제가 되면서 녹취록 파문은 잦아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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